침묵의 방관과 행동하는 양심…이제,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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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방관과 행동하는 양심…이제,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9.19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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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관자 효과: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 | 캐서린 샌더슨 지음 | 박준형 옮김 | 쌤앤파커스 | 364쪽

 

2017년 4월, 한 남성이 항공기 좌석에서 거칠게 끌려나가는 영상이 SNS를 중심으로 퍼지며 공분을 일으켰다. 당시 69세의 의사 데이비드 다오는 예약을 과도하게 받았다면서 좌석 포기를 종용하는 항공사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공항 보안국 요원 세 명이 다오를 강제로 끌고 나갔고, 이 과정에서 다오는 코뼈와 치아 두 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사람들은 다오가 받은 부당한 대우에 집중했지만, 간과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당시 다수의 승객은 그 상황을 휴대 전화로 촬영해 나중에서야 SNS에 분노를 피력했을 뿐, 물리력을 행사하는 보안국 요원을 제지하지 않고 침묵했던 것이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목격하더라도 ‘누군가 나서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굳이 자신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한다. 정신 분석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책임의 분산으로 인해 나타나는 ‘방관자 효과’라고 부른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침묵의 방관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낼 행동하는 양심이 될 것인가.

이 책은 스탠리 밀그램의 유명한 복종 실험을 포함해 수많은 심리학 연구와 실험, 신경 과학적 뇌 반응 측정을 통해 행동하기보다 침묵을 선택하는 인간 본성을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또한 실제 사례를 예로 들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침묵이 모여 사회적으로 커다란 부정적 반향을 일으키게 되는지 경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진단과 경고에만 머물지 않고 본성을 거슬러 행동하기로 결정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실제적 변화를 가져올 방법을 조언함으로써 불의와 혼돈을 넘어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실천적 지침서를 완성했다.

사람들은 흔히 성폭행이나 기업의 대규모 횡령 같은 중대 범죄는 ‘특별한’ 악인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불행하게도 이러한 판단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왜 우리는 악인만 나쁜 행동을 할 것이라고 추정할까? 친구나 가족 그리고 자신은 좋은 사람이고, 그런 짓을 저지를 리 없다고 믿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던 이들도 직장 동료를 추행하고, 학교 친구를 따돌리는 등 일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끔찍한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믿는 이가 부추겨서, 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발을 들이면서 도덕적 기준에 대한 감각을 잃고 결국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소한 오해가 불러온 따돌림과 버나드 매도프가 일으킨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 사기는 모두 침묵 속에서 시작되었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범죄와 악행을 저지른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이들의 행위는 다수에 의해 쉽게 무시되거나 간과되었다. 나쁜 행동이 실현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악인들의 개인적 결정이 아닌, 다수의 선한 사람들이 침묵하지 않고 나서서 행동하지 못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방관자 효과》는 이러한 점에 주목해 이른바 ‘괴물’을 찾아내 막는 것만으로는 끔찍한 행동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선한 사람을 나쁜 선택으로 이끄는 원인을 찾아내고 주변에서 목소리를 내야 그릇된 행동을 막거나, 적어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의와 혼돈이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세기 전 마틴 루터 킹이 남긴 연설은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킹 목사가 말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침묵의 방관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낼 행동하는 양심이 될 것인가.

“이 사회적 전환기에 벌어진 가장 큰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격렬한 외침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음을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원서와 저자 캐서린 샌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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