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희망은 학생들의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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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희망은 학생들의 멘토
  • 이 석·경희대 건축학과
  • 승인 2020.01.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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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단상]

2019년 5월 16일 “감성이 담긴 장소, 감정이 담긴 건축”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며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신임교수로 첫 발걸음을 내디딘 날의 벅찬 감동을 잊지 못한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하게 건축사이자 교수로서 대학교 강단에 서는 날만을 목표로 하며 달려왔기 때문에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경희대 신규임용 첫날 부모님께서 웃으며 건네주신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의 장래 희망 기입란에 1학년엔 건축가, 2학년엔 대학교수, 3학년엔 건축학과 교수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물론 오랜 꿈을 이루었다는 성취감과 기대감은 잠시,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단어가 부여하는 부담감과 어려움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의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된 첫해를 함께 해주신 분들 덕분에 가슴 벅찬 첫해를 보람차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를 해주신 선배 교수님들과 강의 시간 내내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경청해준 건축학과 학생들 덕분에 강의 준비의 보람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감사한 마음을 앞으로 더 좋은 연구와 강의로 학교와 학생들의 학업 발전에 기여함을 통해 보답하고자 다짐하게 되었다. 첫 강의에서는 내가 앞으로 추구하고 싶은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 커뮤니케이션 방식, 그리고 건축가로 성장해 나가면서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경희대학교 건축학과의 신임교수로서 나의 역할은 학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학생들의 시각과 입장을 이해해주고, 그들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발휘하고 꿈을 키워갈 수 있는 환경과 커리큘럼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교수님의 모습이 아닌, 같은 분야의 길을 조금 더 먼저 걷기 시작한 인생의 선배로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줄 수 있는 멘토가 되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와 같은 생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나의 학부 시절 지도 교수님이자 멘토이신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 건축학과 교수 Anton Garcia-Abril 그리고 University of Washington 건축학과장 Brian McLaren의 영향이 크다. Anton과의 첫 만남은 그가 MIT에 교수로 초빙되어 온 때인데, 그가 MIT에 오기 전부터 이미 Anton은 나의 롤모델이었고, 난 그의 건축의 한 열성 팬이었다. 나의 우상이었던 그가 매번 열성적으로 수업을 하고 어떠한 질문에도 항상 성심성의껏 답변해주며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던 모습이 나에겐 배움의 원동력이 되어 스스로 더욱 발전하고자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그의 수업 조교로 건축설계 수업을 진행하던 어느 날, Anton과 진로에 대해 조언을 구할 때 본인은 “단지 나보다 경험이 좀 더 많은 동료일 뿐이니 멘토로 생각하라”라며 본인의 경험과 생각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 마음에 깊게 와닿았고, 추후 미래에 나의 제자들에게 Anton과 같이 나란히 걸으며 옆에서 보폭을 맞춰나갈 수 있는 멘토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교육의 플랫폼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는 추세에 맞추어 대학교수의 역할도 변화해 나가야 생각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발전함에 따라 교육의 플랫폼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 모두 방대한 지식에 노출되어 생활하고 있다. 학생들은 열정만 있다면 대학교 강의실에서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의 양의 몇 배의 지식과 정보를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이는 과거의 교육환경과 비교해보면 장점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반면 지식은 방대해지나 그 깊이는 얕아지고, 고민을 통해서보다는 보다 쉬운 경로로 결과를 찾아내려는 현상을 건축학과에서 종종 관찰하게 된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를 더해주고 탐구하고자 하는 문제점에 대해 고민해 나가면서 함께 성장하고 싶다. 경희대 건축학과 선배 교수님들과 앞으로 부임할 새 교수님들, 그리고 학생과 함께 만들어 나갈 학교의 미래가 기대된다.


이 석·경희대 건축학과

미국 뉴욕 건축사이며 2019년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로 부임했다. 워싱턴 주립대학교 건축학과 학사를 마치고, MIT 대학원 건축학 석사를 마쳤다. 조류(Algae)를 이용한 공기정화 시스템으로 LafargeHolcim Awards (3rd Prize, 2014)를 수상했다. 2019년까지 뉴욕 Steven Holl Architects에서 Project Architect로 실무경험을 쌓았으며, 2019년 9월 개관한 뉴욕 Hunters Point Community Library 감리를 총괄하였다. 부임이후 PROJECT-project 비영리 디자인그룹을 설립하여 세계 곳곳 건축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봉사하고 있으며 결과물로 2020년 1월 완공한 캄보디아 HiLo 어린이집 그리고 2월 착공을 앞둔 HUG (Home of Unity and Growth)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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