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주장하는 한일 청구권협정, 그 오류를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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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주장하는 한일 청구권협정, 그 오류를 파헤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9.13 0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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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징용자의 질문: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 우치다 마사토시 지음 | 한승동 옮김 | 한겨레출판 | 312쪽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으로 불리며 일제 식민잔재 청산과 전쟁 책임을 위해 끊임없이 행동하는 변호사 우치다 마사토시가 쓴 책으로 한국인 강제징용자 문제에 관한 일본 측 입장의 오류와 피해자 인권 회복에 관해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한일협정)과 청구권협정은 애초에 재검토되어야 할 협정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과거 일본 정부도 인정한 것처럼 한일 청구권협정 내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에 관한 조약은 국가 간의 ‘외교보호권 포기’에 관한 내용이었을 뿐이며, 개인의 청구권 자체는 살아있는 권리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이 여타의 강제동원 관련 책들과 다른 점은 일본이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문제 해결 방식을 한국의 강제징용자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중국 강제동원 피해 해결’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변론 당사자이며, 자신의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책 말미에는 한국 뉴라이트 학자들이 쓴 《반일 종족주의》에서 언급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관한 거짓 주장을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비판한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의 1부에서는 2021년 6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무효 판결에 대한 문제점과 1965년 한일기본조약(한일협정)과 한일 청구권협정의 오류에 관한 근거를 낱낱이 파헤친다. 강제징용 문제에 관해 일본 정부가 “해결이 끝났다”는 근거로 제시하는 한일협정은 미국의 강요에 의한 3국 간의 ‘불평등 조약’이었으며, 일본이 한국에 준 금액 또한 ‘배상’이 아닌 ‘독립 축하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된 것이었다. 이마저도 현금이 아닌 10년에 걸쳐 신일철주금 등 일본기업들의 플랜트를 한국에 제공하는 현물 지급의 방식이었으며, 청구권협정은 일본기업에 이익을 안겨주는 일석삼조의 협정이었다고 말한다. 한일협정에 나와 있는 내용 또한 정부의 ‘외교보호권’의 포기이지 개인의 청구권 포기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일본 정부 또한 그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

2부에서는 중국인 강제연행·강제동원 피해의 역사를 돌아보고 일본 기업이 중국인 강제징용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하나오카 화해(2000년), 히로시마 야쓰노 화해(2009년), 미쓰비시 머티리얼 화해(2016년)를 통해 상세히 전달한다. 저자는 중국인 강제동원 문제 해결이 가능했던 이유는 일본이 ① 가해 사실을 인식하고, ② 사죄와 그 증거로 합의금을 지급하고, ③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 교육을 하는, 이 세 가지 기본 원칙을 준수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일본의 “한국인 징용자들은 강제동원된 적이 없다”는 주장은 거짓이며, 1938년 국가총동원 체제가 만들어진 뒤 처음에는 ‘모집’, 다음에는 ‘관 알선’, 마지막에는 ‘징용’이라는 형태로 조선의 젊은이들을 일본에 강제동원한 것이 맞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일본이 중국인 강제징용 문제에 관해서는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한국의 강제징용자 문제에만 외면하는 것은 비겁한 태도이며, 중국인 보상 해결 방안을 한국에도 적용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3부에서는 한국인 강제징용자 문제해결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청구권협정의 수정과 보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전후의 국제 정세를 교묘하게 이용해 본래는 졌어야 할 전쟁 배상 의무와 식민지배 배상 의무를 모면해왔다. 이와 다르게 독일은 강제노동을 시킨 다임러-벤츠, 폭스바겐 등의 기업에 ‘기억·책임·미래 기금’을 설립해, 2007년 나치 시대에 강제 연행·노동을 당한 150만 명가량의 사람들에게 보상 소임을 마쳤다. 한국 정부도 강제징용자 문제를 독일형 기금 형태로 풀어나갈 것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본은 강제징용의 역사 자체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 저자는 독일이라는 나라가 가해의 역사를 계속 마주함으로써 유럽에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일본 또한 청산되지 않은 역사를 마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은 ‘적’이 아니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쪽은 일본이라는 것을 힘주어 말한다.

저자는 일본이 중국에 대해서는 잘못된 침략전쟁을 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식민지배의 역사가 잘못됐다는 공통인식이 없다고 말한다. 또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관해서도 일본 정부 역시 한일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강제징용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유효하다고 해석하지만 이를 밝히지 않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의 경우 ‘화해’를 통해 역사 문제를 풀어나갔지만,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차별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 측이 수십억 엔을 기부했다고 해서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일단락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한일 간 합의의 출발점은 일본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며, 피해자들의 마음에 충분히 와 닿도록 실질적인 배상 책임을 지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역사를 바로잡는 오랜 싸움은 피해자뿐 아니라 일본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다시 한번 일본 정부가 진심어린 사죄와 실질적인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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