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의 국제정치적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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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의 국제정치적 함의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9.12 2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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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 NARS 이슈와 논점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는 아프간전쟁의 미래, 미국의 외교안보전략, 국내 정치적 상황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 외교안보전략의 변화는 효율적인 중국 견제를 우선순위로 하는 것으로 향후 미·중간 외교적 갈등과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아프가니스탄전쟁의 종료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더욱 구체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북핵 문제와 미·중 전략경쟁이 교차하는 한반도 상황에서 보다 균형 잡힌 외교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만흠)는 이와 같은 분석을 담은 보고서 〈이슈와 논점〉 제1870호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의 국제정치적 함의’(작성자: 형혁규 정치행정조사실 외교안보팀장)를 지난 9월 1일 발간했다.

이슬람무장단체인 탈레반이 미국에 의해 축출된 지 20년만인 2021년 8월 15일 다시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을 장악했다. 4월 14일 바이든 대통령이 20년 만에 아프간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식 발표하고, 5월 1일 미군이 철수를 시작한 지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아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함으로써 친미성향의 아프간 정부를 전복한 것이다.

미국의 철군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복잡하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동맹가치에 대한 불신으로 유럽이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하고, 미국의 무책임한 철군이 아프간을 도탄에 빠뜨렸다는 비난과 함께 2015년 유럽난민사태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미군의 철수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주장
도 나오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이미 2011년 빈 라덴의 사살 이후로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철군 요구가 있어 왔고,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부터 트럼프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철군이 추진되어 왔다는 것이다.

아프간 철군이 국제사회에 가져올 영향은 적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보고서는 미군의 철군 과정과 배경을 살펴보고 미군 철수가 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왜 이 시점에서 철군이 결정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그리고 미군의 철수가 가져올 수 있는 국제정치적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에게 주는 외교안보적 함의가 무엇인지를 고찰한다.

 

▶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과정

전쟁의 시작은 2001년 9·11테러였다. 알카에다 공작원들에 의한 反탈레반 연합 북부동맹의 마수드(Ahmad Shah Massoud)의 암살과 빈 라덴의 등장은 9·11 테러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이어졌다.

9·11 테러가 일어난 지 25일 만인 10월 7일, 미국은 ‘항구적 자유작전(Operation Enduring
Freedom)’이라는 작전명 하에 전격적으로 아프간을 공습한다. 미국의 공격으로 탈레반의 급격한 해체가 진행되었고 빈 라덴은 2001년 12월 파키스탄으로 도피하게 된다. 이에 2003년 5월 1일 럼스펠트(Donald Rumsfeld) 국방장관은 ‘주요 전투(Major Combat)’ 종료를 선언하였다.

그러나 2004년 10월 29일 빈 라덴이 비디오 메시지를 공개한 이후 2006년부터 다시금 격렬
한 전투가 전개되고, 증파를 둘러싼 미-NATO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아프간에서의 전황은 점점 어려워졌다. 결정적으로 2011년 빈 라덴 사살로 미국은 전쟁의 명분을 상당 부분 상실하게 되었고, 이에 오바마 행정부는 아프간에서의 철군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이후 2015년부터 미국은 작전명 ‘자유의 파수꾼(Operation Freedom’s Sentinel)’으로 아프간전쟁을 수행하다가 2020년 2월 29일 트럼프 행정부가 탈레반과 ‘평화협정(Agreement for Bring Peace in Afghanistan)’을 체결하여 철군 시한과 조건을 명시함으로써 철군의 근거를 마련하였다.

 

▶ 미군 철수의 배경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전쟁을 수행한 일련의 과정을 볼 때, 바이든 행정부의 미군 철수결정은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번 아프간 철군 결정에는 아프간전쟁의 미래,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 미국 국내 정치적 상황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서의 군사활동의 성과에 대해서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 시절부터 회의론을 제기해 왔다. 2009년 당시 미군 증파와 관련한 논쟁에서 강한 회의론적 입장을 피력하면서, 아프간에서 국민국가(nation-state)의 건설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아프간에서 통치구조의 진전이 없을 때, 미국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이 21세기 들어 수행한 전쟁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외교적 목적을 달성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라크 전쟁(2003년~2011년), 리비아 공습(2011년), 시리아 공습(2017년) 등의 전쟁에 있어 군사적으로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지만 상기 국가들과의 관계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역사적인 경험과 인식은 아프간 현실에 대한 평가와 맞물려 바이든이 이번 철군을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인도-태평양전략으로 대표되는 미국 외교안보전략의 변화는 제한된 역량을 효율적인 중국견제에 활용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고  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철군 결정은 바이든 행정부가 군사적 경쟁을 포함한 대외관계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우선순위로 전환할 의향을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재 미국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아프간전쟁, 북핵문제, 이란핵협상 등을 조속히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핵문제는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며, 이란핵의 경우 지난 6월 이란 대선에서 대미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이란이 가까운 시일 안에 CPOA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의지로 당장에 결과를 내올 수 있는 아프간전쟁 종식이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이었다고 볼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프간전쟁으로 유발된 미국내 정치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내년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전비와 사상자의 발생은 미국 내에서 아프간 철수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을 지속적으로 유발하였다. 2010년 맥크리스탈(Stanley McChrystal) 아프간 사령관과 바이든 당시 부통령 간의 의견충돌로 결국 맥크리스탈 사령관이 사임했던 경우처럼 아프간 증파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또한 지난 4월 바이든의 철군발표와 함께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철군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9%에 달했던 것은 철군에 대한 미국사회의 요구를 잘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 미군 철수의 국제정치적 영향

아프간에서의 철군 배경 중 하나가 효율적인 중국견제라는 외교안보상의 우선순위의 변화라고 한다면, 동북아지역에서의 미·중 군사외교적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군의 철수로 인해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은 신장-위구르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어 남중국해에서의 미군 전력 증대와 함께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미국이 남중국해와 신장위구르지역의 인권 문제 등에 보다 공세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미중간의 군사외교적 갈등이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중 고위급회담 이틀 뒤인 7월 2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톈진에서 탈레반 대표단을 만나 탈레반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를 근거지로 하는 ‘동투
르키스탄 이슬람운동’(East Turkestan Islamic Movement, ETIM)에 대한 우려를 밝히고 탈레반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의 외교안보전략이 인도-태평양지역으로 한걸음 더 이동함에 따라 2019년 북미정상회담 이후 지지부진한 북미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아프간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미국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면 북핵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전쟁의 종료로 생긴 바이든 행정부의 여력이 보다 구체화된 ‘조율된 실용적인 대북 접근법’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아프간에서의 미국의 출구전략은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난 8월 26일에 있었던 카불공항 테러는 2020년 미-탈레반 평화협정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이 여전히 테러세력의 근거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이 아프간전쟁과 같은 전면전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아울러 앞서 밝혔듯이 아프간 철군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핵 문제와 미중 전략경쟁이 교차하는 한반도 상황은 아프간상황과 맞물려 우리의 외교안보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현재에 대한 적확한 분석과 미래에 대한 과학적 예측을 통해 균형잡힌 외교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지속 추진이라는 기본 방향 속에서 어려움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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