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 위기대응 위한 융합연구 패러다임 변화 필요…인문사회 중심의 융합연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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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 위기대응 위한 융합연구 패러다임 변화 필요…인문사회 중심의 융합연구 절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9.0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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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Top-Down 방식의 주제공모, 기술발전·이익증대에 집중
- 인문사회·과학연구 문제의식의 융합 통한 총체적 접근 방법 필요

 

                                                               KBS 뉴스 화면 캡처

감염병과 기후변화 등 국가적·사회적 위기 관련 주요 이슈들에 대한 거시적·종합적인 분석과 대응 및 비전 수립 등에 있어 인문사회과학 연구가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다학제적 융합연구의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감염병과 기후변화·재난 등 최근의 위기는 일국적 차원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동시에 확산되고 있으며 학문적·정책적·지역적 이슈가 매우 복잡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와 세계 구성원 그 어느 누구도 이러한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바, 적극적 융합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융합연구는 미래사회의 위기에 대응하는 연구는 극히 부족하며, 그것도 대부분 top-down 방식의 주제 선정과 기술발전 및 이익 증대를 위한 목적에 집중되어 있어, 인문사회과학을 중심으로 공학이나 의학 분야와의 협업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책연구 보고서 〈사회적 위기대응 및 미래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다학제적 융합연구사업 기획 연구〉(연구책임자: 장현근 용인대학교 교수)를 지난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연구 현황 및 동향 분석을 기반으로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취합된 의견과 아이디어, 평가 등을 심층 분석하여 정치공동체의 위기 극복 및 발전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는 아젠다 및 인문사회과학과 보건의료 및 기술과학의 융합연구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 아울러 융합연구 발전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보고서에 의하면, 융합연구는 위기의 시대에 ‘국가의 귀환’, ‘휴머니즘과 유대와 연대’ 등 인문사회적 가치의 복원과 재구성, 통합적 주제와 적극적인 융합 등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위기로 인해 현대사회의 병폐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복원, 재구성, 질적인 전환을 추구하는 인문사회 중심의 융합연구를 주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보고서는 중장기적·거시적 관점에서 위기의 시대를 진단하고, 극복방안과 미래발전전략을 모색함에 있어 철학·정치학·사회학·경제학 등 인문사회 문제의식과 보건의료·기술개발 중심의 과학연구 문제의식의 적극적인 융합을 통한 총체적 접근 방법이 요구됨을 강조하고 있다.

■ 위기 대응 관련 융합연구 현황 및 시사점

UN이나 기타 보고서 등에서 미래사회의 위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으나, 지난 5년간 한국의 학제간 융합연구사업은 미래사회에 도래할 위기에 대응하는 연구는 극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융합연구 현황을 종합평가하면, 한국의 융합연구 사업 대부분이 기술발전에 집중되었으며 연구의 대부분이 빅데이터 기술이나 인공지능 등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기술과 기존의 패러다임을 접목하여 새로운 기술이나 플랫폼을 개발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무엇보다 인문사회과학을 중심으로 공학이나 의학 분야와의 협업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미래사회에 대한 위기대응은 대부분 Top-Down 방식의 주제공모에서 연구가 진행된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자유주제 방식에서는 일반적으로 기술발전이나 이미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이미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융합 R&D 종합평가를 하면, 융합연구 목적의 획일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즉, 정부의 지원으로 융합 R&D 분야의 연구 목적은 부가가치의 창출이나 해외 시장의 선점 등 이익의 증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융합연구를 융합기술과 같은 것으로 보고 있기에 직접적인 이익이나 재화를 창출할 수 없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및 교육학 분야는 융합연구에서 소외되고 있는 상황임을 의미한다.

■ 사회적 위기 극복을 위한 국내 융합연구 동향

한국연구재단 및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을 포함하여 국책연구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융합연구 논문 및 보고서, 정부 부처의 용역과제, 일반 학술연구논문 등을 서베이한 결과 감염병 및 기후변화 위기에 대해 형식적, 기계적, 병립적 융합연구를 넘어서 인문학, 사회과학과 의학, 보건학, 생태학 및 관련 과학기술 등을 학제적으로 융합한 연구의 성공적인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보다 근본적으로, 사회적 위기에 대해 인문사회과학 중심의 융합연구 사례는 대단히 희박하며 특히 감염병 및 기후변화 등의 사회적 위기 대응 및 비전 전략에 대한 융합연구는 더욱더 희소한 형편이다.

▶ 감염병 및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정책 동향

정부는 2020년 5월에 착수해서 7월에 공식적으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단기적인 감염병 위기 대응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구조개혁의 비전을 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대응 뉴딜의 정책위계상으로 보면, 과학기술 중심적인 편향성이 그대로 나타난다. 예컨대, 데이터 댐, 지능형 AI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에너지 인프라 등 산업 기술 혁신 지원 사업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위계적 구조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포함하여 다양한 유형의 공동(집단)연구 및 개인 연구에서도 동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합계획안 10대 대표과제의 선정기준을 보아도, ‘경제 활력 제고, 지역경제 활성화, 대규모 일자리 창출, 신산업 비즈니스 활성화 등 민간투자 파급력과 확장성이 있는 사업, 그리고 가시적으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사업’으로 제시되어 있다.

▶ 감염병 관련 사회적 위기 대응에 대한 인문사회 융합연구 동향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및 기후변화 위기와 관련한 인문사회 중심의 융합연구 역시 위기 극복과 국가 발전 전략을 결합한 통합적인 융합연구 주제 및 성과가 빈약하거나 결여되어 있다.

인문사회 중심의 융합연구는 감염병 등 팬데믹 위기와 관련하여 이 문제를 단순히 정부의 방역정책 및 백신 개발 등 보건의료, 과학기술 중심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있거나, 위기 극복을 위해 특히 경제, 산업, 노동, 복지 등의 정책영역별 연구과제를 제시하는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 기후변화 관련 사회적 위기 대응 융합연구 동향

기후변화에 대한 인문사회 분야와 과학기술 융합연구의 대부분은 경제적 효용에 기반을 둔 기업 적응의 문제, 국가경쟁력 및 산업 제고 방안, 행정학적 거버넌스의 문제 등에 치중하고 있다.

‘인류의 멸종’, ‘지구생태계의 재앙’이라는 기후변화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Climate action이 실패하고 있는 이유와 대안에 대한 인문사회 중심의 융합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과학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기술과 효용, 편익을 둘러싼 행위자 간 권력관계와 힘의 불균형 문제, 자본주의의 고유한 논리와 산업 체제의 문제, 근본적으로는 인간 본성의 문제의 관점에서 통찰할 필요가 있다.

■ 사회적 위기대응 및 미래발전전략 연구수요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위기 대응 및 미래발전전략 연구 수요는 위기의 시대에 ‘국가의 귀환’, ‘휴머니즘과 유대와 연대’ 등 인문사회과학적 가치의 복원과 재구성, 통합적 주제와 적극적인 융합 등으로 수렴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및 기후변화 위기로 인해 현대사회의 병폐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융합연구를 요구하고 있다. 즉, 현대사회는 물질, 기술, 제도의 발전을 인간보다 우선시하는 주객전도의 상태에 놓여 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은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개개인의 존엄한 삶을 영위하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임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인문사회 중심의 융합연구는 인간 본연의 가치와 공동체성 회복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철학과 사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위기 현상을 설명하고 그 기저에 놓인 구조와 기제를 탐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적 위기로부터의 회복, 예방, 재발 방지, 체계 강화 등 바람직한 사회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제안하기 위한 통합적·실천적 방안을 생산해야 한다.

결국, 휴머니즘과 연대와 유대, 사회 통합의 가치를 회복·증진하면서 이것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적, 보건의학적 지식과 정보, 기술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단기적, 중장기적이고 규범적,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첫째, 문명의 위기에 대한 융합연구, 둘째, 휴머니즘과 주체 중심의 융합연구, 셋째, 방법론적 융합의 혁신 등 3가지 영역을 위기 대응 및 극복을 위한 융합연구 어젠다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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