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을 통해 선험적 현상학에 이르는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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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통해 선험적 현상학에 이르는 길을 찾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9.0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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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상학적 심리학 | 에드문트 후설 지음 | 이종훈 옮김 | 한길사 | 512쪽

 

이 책은 후설이 1925년 프라이부르크 대학 여름학기에 강의한 ‘현상학적 심리학’을 완역한 책으로 현대 심리학의 발전, 심리학과 현상학의 관계, 심리학으로부터 현상학적 선험철학에 이르는 도정 등을 살필 수 있다. 스승 브렌타노나 동료 딜타이에 대한 회고를 통해 후설의 현상학이 형성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으며, 나아가 1920년대 중반 주도적 학문이었던 심리학과 연관된 문제를 그가 어떻게 고민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책이다. 

50여 년에 걸친 학자로서 그의 외길 삶은 보편적 이성을 통해 모든 학문의 타당한 근원과 인간성의 목적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궁극적 자기책임에 근거한 이론(앎)과 실천(삶)을 정초하려는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 즉 선험적 현상학(선험철학)의 이념을 추구한 것이었다. 이 이념을 추적한 방법은 기존의 철학에서부터 정합적으로 형이상학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편견에서 해방되어 의식에 직접 주어지는 ‘사태 자체로’ 되돌아가 직관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념과 방법은 부단히 발전을 거듭해나간 그의 사상에서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와 직접적 또는 간접적 관련 아래 독자적인 사상을 전개한 수많은 현대철학자, 심지어 충실한 연구조교였던 란트그레베와 핑크까지 나중에는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선험적 현상학을 비판하고 거부했다. 후설은 이들이 거둔 성과를 높이 평가했지만, 결코 선험적 현상학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지했다. 그가 후기에 ‘생활세계’를 문제 삼았던 것도 선험적 현상학(목적)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길(방법)이었다. 방법(method)은 어원상(meta+hodos) ‘무엇을 얻기 위한 과정과 절차’를 뜻하듯이, 그것이 추구하는 목적과 결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후설의 현상학과 심리학의 깊고도 오랜 연관은 심리학주의의 시각을 견지했던 교수자격논문 『수 개념에 관해서』(1887)에서 『위기』(1936) 제3부 ‘선험적 문제의 해명과 이에 관련된 심리학의 기능’, 특히 ‘심리학으로부터 현상학적 선험철학에 이르는 길’까지 후설의 사상전개 전체를 지배했던 주제였다.

그런데 후설이 명명한 용어를 보면, ‘경험적 심리학’ ‘실험적 심리학’ ‘외면 심리학’ ‘내면 심리학’ ‘지향적 심리학’ ‘현상학적 심리학’ ‘심리학적 현상학’ ‘형상적 심리학’ ‘아프리오리한 심리학’ ‘정신과학’ 등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뿐만 아니라 조금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선험적 심리학’이라는 용어는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후설이 궁극적으로 추구한 현상학의 이념은 ‘선험적 현상학’ ‘현상학적 철학’ ‘선험철학’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역자는 좀 더 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 이 용어들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한다. ① ‘경험적 심리학’은 객관적 자연과학의 방법으로 의식을 자연(사물)화하는 인위적인 자연주의적 태도로 심리적 현상을 탐구한다. ② ‘현상학적 심리학’은 인격적 주체로서 주관으로 되돌아가지만, 여전히 세계가 미리 주어져 있음을 소박하게 믿고 전제하는 자연적 태도로 심리적 현상을 기술한다. ③ ‘선험적 현상학’은 세계가 미리 주어져 있다는 토대 자체를 철저하게 되돌아가 물어봄으로써 심리적 현상의 고유한 본질구조를 통해 선험적 주관성을 해명한다.

이것들의 관계를 ‘생활세계를 통한 길’과 대조해보면, ‘경험적 심리학’은 객관적 학문 또는 실증적 자연과학의 세계, ‘현상학적 심리학’은 객관적 인식이 되돌아가야 할 생활세계의 표층(경험세계), ‘선험적 현상학’은 이 세계가 미리 주어져 있음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드러나는 생활세계의 심층(선험세계)에 해당한다. 물론 이들의 정초관계를 분명하게 해명함으로써만 심리학주의뿐 아니라 주관과 객관이 분리된 이원론적 사고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이 책은 후설이 실제로 강의한 자료를 편집해 출간했기 때문에 아주 생생한 현장감이 특히 돋보인다. 더구나 이미 고인이 된 브렌타노와 딜타이의 학문적 업적과 의의에 대한 진솔한 반성적 회고는 후설 현상학이 형성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1920년대 중반 학문적 문제제기를 이해하는 데 매우 소중한 자료이다. 

그럼에도 이 책 자체만으로 볼 때 문장과 구성이 다소 산만하고 선험적 현상학에 관한 분명한 주장을 담은 결론이 없기 때문에 미완성 저술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후설 자신도 이 강의를 그 자체로 완결된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는 현상학적 심리학이 선험적 현상학에 이르기 위한 예비단계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현상학적 심리학을 충실하게 그려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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