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이데올로기의 경계에 선 중국의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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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이데올로기의 경계에 선 중국의 공세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9.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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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전쟁, 문화 전쟁 | 김인희 지음 | 청아출판사 | 248쪽

 

중국이 ‘문화’를 무기로 한국과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에서 문화는 과연 어떤 의미이길래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중국이 한국과의 문화 전쟁에서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시진핑 정부 이후 더욱 공세적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1990년대 말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 한중 문화 전쟁의 실체를 살펴본다.

2020년, 중국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인 김치와 한복이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해 우리를 분노하게 했다. 그런데 역사, 문화 분야에 걸친 중국의 억지 주장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은 2002년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시작해 고구려와 발해가 중국사라고 주장했고, 2004년에는 강릉 단오제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신청을 두고 한국이 단오를 훔쳐 갔다고 비난했다. 이후로도 ‘한국이 문화 도둑’이라는 중국의 주장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등장한다. 한국인이 중국 문화인 활자 인쇄술, 중추절, 한자 등을 한국 문화라 우긴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 중국인의 조상인 공자, 굴원, 쑨중산도 한국인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를 비난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게임,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 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 한복이 명나라 복식에서 기원했으며, 김치 종주국은 중국이라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한국으로부터 문화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한국 문화를 빼앗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시진핑 정부 이후 더욱 공세적으로 바뀌었다. 도대체 중국은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최근 우리 눈에 더 잘 띄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대중이 한국 문화를 오독하고 민족주의 정서를 형성한 데에는 중국 언론의 오보와 선동적인 인터넷 매체에 의한 적극적인 확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동북공정에 빗대 ‘문화 공정’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그 말이 성립할 만큼 중국 정부가 한중 문화 갈등을 직접 주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 관영 매체의 태도와 네티즌의 공격 방식이 과거와 달라진 것은 분명하며, 이런 변화를 이끈 것은 바로 시진핑 정부의 문화 정책이다.

 

중국 내에서 문화 허무주의가 범람해 민주주의 사상이 싹트는 것을 막고, 이를 계기로 중국이 민주화되고 공산당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진핑 정부는 중국 전통문화를 강조한다. 정권 유지와 강화, 반대 세력 견제의 수단으로 문화를 내세운 것이다. 그리고 중국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인 위계질서,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만들고자 한다. 중국 인터넷 집단은 이에 동조해 스스로 애국주의 투사가 됐고, 인터넷 여론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며 한중 문화 전쟁의 선두에 섰다. 그리고 문화로 국가 혹은 민족의 우위를 판가름하는 중국 전통을 근거로 한국이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중국의 번속국이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

중국과 중국 애국주의에 관심을 두고 오랜 기간 연구해 온 저자는 중국에서 한국 문화를 무의식적, 의식적으로 오독한 흐름을 분석하며, 직접 겪은 다양한 일화도 함께 소개한다. 이를 통해 한중 문화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고, 문화의 전파와 교류, 수용의 관점에서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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