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가장 큰 위험, 자산불평등을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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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가장 큰 위험, 자산불평등을 파헤치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9.0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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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한 부 | 마르틴 쉬르츠 지음 | 권오용 옮김 | 세창미디어 | 318쪽

 

21세기의 극적인 자산불평등은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자산집중은 점차 거대해지는 추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 1달러로 생계를 유지하는 동안 극소수의 과도한 부자들이 수백억 달러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은 감정적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정치가 부자들의 자산집중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부자들에게 유리한 감정정치를 펼친 결과 사람들은 과도한 부자들의 특혜를 수용하는 경향을 갖게 된다. 질투와 증오는 가난한 사람들의 몫이 되고 아량과 동정은 부자들의 미덕이 된다. 그러나 부유한 자들의 박애주의는 과도한 부의 사회적 문제를 보이지 않게끔 만든다. 정의로운 사회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자산집중 현상이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과도한 부는 정의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도한 부에 대항하여 일보 전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난한 사람들의 자산자료는 여러 곳에서 얻을 수 있는 반면, 과도한 부자들의 자산자료는 아주 기초적인 정보조차 숨겨져 있는 상황이다. 저자 마르틴 쉬르츠는 편중된 부에 대한 올바른 논의가 사회적으로 일어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서 명확한 자산자료의 확보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키고자 한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출생과 자산, 이 두 가지는 한 사람을 다른 사람들 위로 가장 높이 끌어올리는 정황들이다.”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한데, 오늘날 개인의 삶에 가장 큰 차이를 불러일으키는 요인 역시 ‘자산’이기 때문이다. 저자 마르틴 쉬르츠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의 자산집중은 지속적으로 강화되었으며 그 어떤 초인플레이션이나 전쟁도 사적 자산을 위협하거나 녹여 버리지 못했다. 노동으로 벌어들인 자산보다 상속자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으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수십 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집중은 왜 문제가 되는가? 상속자산은 능력과 상관없이, 노력 없이 획득된 자산이라는 점에서 능력주의 사회와 모순되며 공정한 기회의 원리에 위배된다. 또 과도한 부자들은 자신의 부를 유지하기 위해 그 부를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사용한다. 그래서 과도한 부의 명확한 불의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불평등한 자산집중에 대한 정치적 조치들은 몹시 소극적이다. 자산이나 유산에 부과되는 세금은 자산가들에 대한 세금 우대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포퓰리즘이나 질투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부자친화적 정치는 그 뿌리가 매우 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부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늘어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부와 관련된 감정에 대한 논의로 우리를 이끈다. 그간 부 논쟁에서는 정의 문제, 도덕적 판단 등이 주가 되어 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만으로는 과도한 부의 문제를 돌파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부와 관련된 감정은 어떤 모습일까?

한 가지 예로, 우리는 과도한 부자들이 스스로 부유하다고 언급하기를 꺼리는 모습을 본다. 즉 과도한 부자들이라고 해서 사회적 수치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이 감정을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자비와 관대함을 보이는 것은 수치심을 피하고 과도한 부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점에서 부자들의 박애주의는 자신의 부를 정당화하려는 ‘사악한 미덕’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3명의 사람이 미국 국민 하위 50퍼센트의 자산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놀랍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략적인 접근만으로는 자산불평등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이나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저자는 편중된 부에 대한 올바른 논의가 사회적으로 일어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서 명확한 자산자료의 확보를 제시한다. 이것은 빈곤에 대한 연구가 투명한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되고 있는 반면 부에 대한 연구는 그렇지 못한 것을 볼 때 그 필요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부자들의 자산자료가 은폐되어 있으며 거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부자들의 ‘비밀유지’ 요청에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몹시 어렵다.

특히 과도한 부의 기준선을 설정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매우 드물었다. 저자의 말대로, 어떤 한계치가 제시되면 그 수치가 자의적이라는 비난이 잇따르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 1달러로 생계를 유지하는 동안 극소수의 과도한 부자들이 수백억 달러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자산불평등이 초래하는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점차 격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부에 대항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제시한다. 우리는 규제 약화, 민영화, 세금 혜택 등 부자친화적 정책을 비판하고 조세피난처의 자산상황 등을 더 이상 은폐할 수 없도록 자료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소수의 과도한 부를 제한하고 자산격차를 해소하여 분열된 사회를 치유해야만 한다. 결국 이것이 민주주의와 정의원칙을 지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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