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는 글보다는 좋은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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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9.06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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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_ 『글쓰기 인문학 10강』 (양선규 지음, 소소담담, 440쪽, 2021.08)

 

양선규 교수의 〈글쓰기 인문학 10강〉은 본격적인 글쓰기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반길 만한 글쓰기 실용서다. 필요 없는 이론은 과감히 생략하고 요소요소 참조가 되고 모범이 되는 예시문과 설명이 적재적소에 제시되고 있다. 페이스북, 브런치, 신문 지상 등에서 활발한 인문학 관련 글쓰기를 펼치고 있는 양선규 교수가 그동안의 다양한 글쓰기 체험을 충분히 녹여서 자작 예시문 위주로 알기 쉬운 글쓰기 실력 향상법을 설파한다. 글을 쓰는 데 실제적으로 필요한 설명, 묘사, 서사, 논증, 글쓰기 병법 등 다섯 가지 글쓰기 기초 영역과 맥락을 살리는 글쓰기. 여운을 남기는 글쓰기, 후회 없는 글쓰기, 자기를 확장하는 글쓰기, 감동을 주는 글쓰기 등 수준 높은 글쓰기의 응용 영역을 공부의 재미와 이해의 성취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40년 동안 소설, 수필, 평론, 논문, 칼럼 등을 써오면서 현장에서 직접 체득한 글쓰기의 핵심 요령들을 독자의 입장에서 체계적으로 추려 실은 점이 인상적이다. 필수적인 글쓰기 핵심 요령들을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경제 원리에 따라 배열하고 그것을 완성도 높은 예시문들 속에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전문가적 글쓰기에 적응하고 친숙해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책에서는 글쓰기란 무엇인가,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체험적 결과물들이 총 열 번의 강의 형식을 통해서 제시된다. 관념적이고 표상적인 글쓰기 지식은 가급적 피하고 글쓰기 공부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절차적 지식만을 골라 싣는다. 〈저자의 말〉에 소개된 이 책의 기본 생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글쓰기에는 이론이 없다: 글쓰기에는 이론이 없다. 글쓰기는 온전히 실기(實技) 영역에 속한다. 지식을 자랑하는 저자를 위한 무용(無用)지식의 책이 아니라 절박한 심정으로 글쓰기에 임하는 독자를 위한 유용(有用)지식의 책을 지향한다. 

글은 손으로 쓴다: 미식가가 혀로 생각하고 검객이 칼로 생각하는 것처럼, 글 쓰는 자는 손으로 생각한다. “손으로 글을 쓴다.”는 말은 “글은 써 나가는 과정에서 발견되고 학습되는 그 모든 것의 총합이다.”라는 뜻을 지닌다.
 
기본적인 기술(記述)의 기술(技術)을 익힌다: 글쓰기 기술은 설명, 묘사, 서사, 논증이라는 네 가지 의도(意圖)의 차원을 가진다. 보통 기술(記述)의 네 가지 방법으로 이것들을 설명할 때가 많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의도의 네 가지 차원이라고 말하는 게 옳다. 글쓰기 의도에 따라서 이 네 가지 차원은 서로 돕고 서로 경쟁하며 자기들만의 글쓰기 세계를 구축한다. 글쓰기의 세계에 자신 있게 들어서려면 이 네 가지 기술부터 차근차근 익혀야 한다.

이 책이 ‘글쓰기 인문학 10강’이라는 제목을 가지게 된 것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글쓰기야말로 인문학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뜻이다. 글쓰기 없는 인문학은 속 빈 강정 신세에 불과한 것이고, 역으로 인문학적 가치를 지니지 못한 글쓰기는 아무리 보기 좋은 글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지식나열이나 신변잡기 일색의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10강’을 부기(附記)한 것은 열 번의 강의 정도면 글쓰기에 대한 지식 차원의 공부는 모두 마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글쓰기 기술을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인문학적 교양과 생활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구조, 구성되어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 맥락을 살리는 글쓰기<br>
                                                화이부동(和而不同), 맥락을 살리는 글쓰기

양선규 교수의 글을 읽어본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물음표에서 시작해서 느낌표로 끝난다.”가 그것이다.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나아가는 과정, 그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이 양선규 글쓰기 인문학의 정수(精髓)다. 흔히 하는 말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양선규의 글을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한 글쓰기라는 것이다. 양선규의 본격적인 글쓰기 안내서 〈글쓰기 인문학 10강〉은 실용서이면서 동시에 인문 교양서이다. 쉽게 읽히면서 쉽게 잊히지 않는 감동과 발견을 선사한다. 자신을 찾고, 자신을 넘어서기를 원하는 뜻있는 교양인들의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양선규 교수의 이 책 제목에 관한 소견을 소개한다. 

“책 제목이 〈인문학 글쓰기 10강〉이 아니고 〈글쓰기 인문학 10강〉인 까닭은 글쓰기 자체가  우리를 주눅 들게 하는 그 모든 것들(고전 작품 등) 이상의 인문학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혹은 그런 길을 적극적으로 한 번 모색해보자는 차원에서 그런 제목이 채택되었다. 그런 의도에서 ‘인문학’이라는 큰 범주가 ‘글쓰기’ 뒤로 가게 되었다. 문학(적 개념)에 대해 많이 알고 글쓰기(의 기술)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은 글을 잘 쓰는 일과 좋은 글을 쓰는 일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좋은 글'을 쓰는 일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에너지를 분산시켜 글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요즘 틈날 때마다 다른 글쓰기 책들을 일람한다. 서가에 꽂혀만 있던 책들도 꺼내보고 인터넷서점에 실린 여타 글쓰기 책들의 목차도 일별한다.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과연 이런 책들이 '좋은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고르고 골라 책을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예수의 말이 단순한 말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을 바꾸는 생명의 말씀이 되어온 것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혔기 때문이다. 그처럼 ‘글쓰기의 십자가’에 못 박힌 자가 아니면 누구도 ‘글쓰기 생명의 말씀’을 전할 수 없다. 그냥 지식 자랑이나 신변잡기에 그친다. 비유하자면, 그들은 고작해야 저 살기 바쁜 바리새인 율법학자들일 뿐이다.”


저자: 양선규 대구교육대학교·국문학/소설가

대구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1983년 세계의 문학(민음사) 제정 제7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글쓰기의 세계로 진입했다. 그동안 창작집 <난세일기>, <나비꿈>, <고양이 키우기>, 장편소설 <칼과 그림자>, <시골무사 삽살개에 대한 명상>, 문학 및 독서교육 연구서 <한국현대소설의 무의식>, <문학, 상상력, 해방>, <풀어서 쓴 문학이야기>, <코드와 맥락으로 문학 읽기>, <어떻게 읽고 무엇을 쓸 것인가>, <창의 독서논술 지도법>, <글쓰기 인문학 10강>, 인문학 산문집 <장졸우교>, <용회이명>, <이굴위신>, <우청우탁>, <감언이설>, <소가진설>, <글쓰기 연금술>, <세 개의 거울>, <제 한 몸으로 감싸는 상징> 등을 펴냈다.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자가 작가이다”라는 소신으로 페이스북 등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학 이야기, 영화 이야기, 생활 이야기, 읽기-쓰기 이야기를 꾸준하게 써서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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