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전쟁을 주도하면 인명피해가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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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전쟁을 주도하면 인명피해가 줄어들까?
  • 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21.09.06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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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브리프]_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If we can see it with the eye, we shoot at it. If not, we hide,” 
- 아제르바이잔의 무인폭격기 공습에 대비 중인 아르메니아 군인의 인터뷰 내용 中 -

 

지난 2015년 12월 이라크 서부 라마디 탈환 작전에 나선 미국과 영국의 특수부대와 이라크 정부군은 시내 중심부에 있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포위했다. 당시 수백 명의 이슬람국가 전투원들은 시내 중심부에 방어벽을 치고 20여 명의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하며 최후 저항을 했다. 만약 미국이 IS의 지휘소를 공중에서 폭격할 경우 아무리 정밀하게 타격을 한다고 해도 민간인들의 피해가 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연합군은 정밀폭격 대신 영국 특수부대 SAS(Special Air Service)의 저격수를 투입했다. 저격수는 IS의 은거지로부터 1km 떨어진 곳에서 IS 간부 3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당시 저격수가 발사한 50구경 총탄은 25cm의 벽을 뚫고 들어가 숨어있던 IS 간부들을 관통했고, 그 결과 인질로 잡혀 있던 민간인들이 무사히 풀려났다.

반면 미군의 철수를 앞두고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이 진행되던 지난 2019~2020 년, 아프간 민간인 희생자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미군과 국제연합군의 폭격으로 2019년에만 약 700여 명의 민간인들이 사망했는데, 이는 2001년 전쟁 개시 이래 가장 많은 규모였다. 물론 여기에는 학교와 병원 등 민간 주거지에 주둔하며 민간인을 방패로 삼는 탈레반의 책임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무고한 인명피해를 초래한 미군의 작전은 아프간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떨어뜨렸다. 이 두 가지 사례는 비정규전(내전)에서 민간인 보호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비정규전의 성공은 막강한 화력보다 현지 주민들의 자발적 협력 여하에 달려있다. 비정규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전투원과 민간인의 식별문제(identification problem)를 해결하려면 주민들의 협력과 정보제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투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된다면 현지 민심과 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이는 결국 패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스라엘의 무인공격기 하롭(IAI Harop) 출처: https://www.iai.co.il/p/harop

전투로봇이 사람을 보호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을 장착한 전투로봇이 실전에 배치될 2030~50년에는 민간인 보호임무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기계는 머지않아 사람을 대신해 대부분의 정찰과 감시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갖춘 무인 전투체계는 적의 위치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타격 우선순위를 정한 뒤 지휘관의 OK 사인과 동시에 목표물을 파괴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고고도 상공의 드론이 적의 위치와 좌표를 획득하고,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은 무인폭격기나 무인전차가 적진의 목표물을 정밀 타격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gh) 지역의 영유권을 둘러싼 아르메니아와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제 자폭형 무인폭격기 하롭(IAI Harop)을 실전에 투입했다.

무인전투체계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투 병력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를 획득하고 주요 표적을 타격하는 임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 둘째, 초소형 무인기가 일반 레이더나 유인정찰기로는 관찰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정밀 탐지하는 등 감시정찰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투요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호력 개선에 들어가는 막대한 연구개발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요컨대,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무인전투체계가 미래 전장의 핵심전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에 우리 육군은 무인전투체계의 조기전력화를 목표로 2030 년까지 모든 부대에 드론봇 전투단을 만들어 운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첨단화된 무인전투체계가 민간인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불행히도 로봇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공지능과 기계는 그 자체만으로 영토를 지배할 수 없기에 전쟁 과정에서 민간인을 보호하지 못한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나 기계학습 오류는 무고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둘째, 무인전투체계는 주민들의 신뢰와 협조(hearts and minds)를 얻는 정치적 활동을 수행하지 못한다. 비정규전과 인정화작전의 성패가 현지 주민들의 협력과 정보제공(collaboration)에 달려있음을 감안할 때, 기계만으로는 결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셋째, 실시간 탐지에 노출되어 숨을 곳이 없어진 무장단체는 산악지대를 벗어나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의 민간인 속으로 섞여 들 것이다. 민간인을 방패막이 삼아 자신들을 보호하는 한편, 첨단기술과 접목된 비대칭 무기―예를 들어, 더러운 폭탄(dirty bomb), 화학 및 생물학무기―를 사용해 학교와 병원 등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겨냥한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 실제로 시리아에선 수니파 반군이 점령지역의 병원을 거점으로 활용하자 정부와 러시아군이 병원을 폭격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무리 첨단무기로 무장한 군대라 할지라도 민간인을 인질로 삼은 무장 세력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기란 쉽지 않다. 시민의 생명과 인권을 중요시하고 언론의 감시를 받는 민주국가라면 더더욱 그렇다. 탐지와 정밀타격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미군이 탈레반을 이겨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민간인 보호임무 

따라서 무인전투체계가 실용화되는 미래 전장에서 민간인을 보호하는 한편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새로운 기술의 측면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기술 혁신이 초래하는 전쟁의 성격과 전투수행 방식의 변화를 예측하고, 첨단무기를 활용해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30~50년의 전장에서는 파리 크기의 초소형 정찰용 드론이 대도시에 숨겨진 적 지휘소의 위치와 상황을 적에게 들키지 않고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전장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전달받은 저격수가 원거리에서 발사한 ‘정밀유도 스마트 총알’은 표적을 따라 궤적을 바꿔가며 날아가 적을 명중시킬 것이다.

둘째, 전쟁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의 협조와 정보제공을 유도해야 한다. 미래 전장에서도 민간인 보호는 적과 민간인을 어떻게 식별하느냐에 달려있으며, 이를 위해선 주민들의 자발적인 정보제공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크게 무력에 의한 위협과 인센티브 제공이 있는데, 민주국가는 주로 후자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무장반군 활동지역의 민간인은 정부군의 군사작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예를 들어, 반군의 위치, 계획 및 활동시간 등)를 가지고 있으며, 군은 ‘조건부’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민간인의 정보제공을 유도할 수 있다. 성공적인 예로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당시 미국의 Commander's Emergency Response Program(CERP)을 꼽는다. CERP 는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미국 지휘관들이 현장에서의 판단에 근거하여 인도주의적 구호 및 소규모 재건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즉각 지원토록 한 사업이다. 미군은 CERP를 통해 이라크와 아프간 민간인 지원에 총 28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이 사업은 이라크와 아프간 주민들의 복지 향상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수혜자들의 전략적 협력을 이끌어냄으로써 반군의 저항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첨단 탐지기술과 자율형 전투로봇이 등장할 미래에 민간인은 오히려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2030~50년에도 주민의 협조를 얻어 적을 진압하고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 될 것이다. 로봇전쟁의 미래가 다가올수록 민간인보호에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 원문: [우당 이슈브리프 No.6] 로봇이 전쟁을 주도하면 인명피해가 줄어들까? (2021.08.31.)
* 출처: http://http://pdi.or.kr/archives/activities/우당-이슈브리프-no-6

 

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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