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그들의 음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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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그들의 음악사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1.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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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위대한 작곡가들의 삶 1 | 해럴드 C. 숀버그 지음 | 김원일 옮김 | 클 | 520쪽

 

클래식 음악의 역사와 흐름을 작곡가를 중심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으로, 20세기 미니멀리즘에 이르는 음악사의 계보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음악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작곡가들의 면면과 그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 시대적 배경까지 세심하게 살핀다.

목차를 보면 각 장에서는 한 사람의 작곡가를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오롯이 집중했다. 다른 작곡가와 비교함으로써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작곡가들은 하나의 장에 별도로 묶어 소개했다. 일대기 중심의 장 뒤에는 그 시대 전체, 혹은 특정 시대와 장소에 집중하는 장을 두어 전반적인 내용을 보충했다.

각 장은 바로크 오페라 혁명의 주역 몬테베르디가 등장하는 1장을 시작으로, 입신의 경지라 할 만한 대위법을 구사하며 놀라운 창작의 저력을 보여준 바흐, 정서적으로 가장 안정된 음악을 선보이며 소나타 형식을 확립한 하이든, 그리고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를 거친다.

9장에서는 초기 낭만주의 속에서 전문 지휘자라는 직업이 탄생하고, 비르투오소가 출현하며 벨칸토 오페라가 싹트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다. 10장에서는 현대적 개념의 오케스트라와 교향시의 탄생을 촉발시킨 혁명가 베를리오즈를, 이후 본격적인 낭만주의에 들어서면 슈만, 쇼팽, 리스트의 인간적인 면모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14장은 낭만주의의 물결을 거부하고 고전주의로 회귀한 멘델스존으로 끝을 맺는다.

특히 이 책은 위대한 작곡가들의 일대기적 측면을 중요하게 부각해 서술했다. 아홉 명의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매주 일요일까지 새 칸타타를 작곡해야 했던 바흐, 천사가 불러주는 화음을 자신이 받아 적는다고 믿었던 슈만을 보면서 작곡가들의 다양한 영감의 원천을 이해할 수 있다.

베토벤이 자신이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음악을 작곡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본인의 사생활을 철저히 비밀로 했던 헨델은 연대기에 공백들이 존재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생전에도 위대한 음악가로 추앙받던 모차르트는 어린시절 가장 많은 착취를 당한 신동이었고, 아버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며 성장한 탓에 예술적 탁월함과는 달리 인생사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슈베르트는 여느 음악가들과 달리 귀족과 잘 어울리지 않고, 지적인 중산층으로 보헤미안의 삶을 살았다. 위대한 작곡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런 이야기들은 작곡가들 자신과 그들 작품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한층 더하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문턱을 낮춰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평론가 중 한명으로 불리는 저자는 자신만의 신랄하면서도 명료한 문체로 비평의 기준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71년 음악 분야 최초로 퓰리처상 비평 부문을 수상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인 1997년에는 개정3판을 출간해 현대 음악사의 흐름까지 짚어주는 작곡가들과 내용을 추가했다.

음악사 전반을 아우르는 방대한 내용을 쉽고 흡인력 있게 풀어낸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지성적이고 음악을 좋아하는 비전문가 독자’ 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와 호기심에도 부합한다. 총 세 권의 시리즈로 구성된 이 책은 2권에서 국민주의와 오페라의 거인들을 담았고, 3권에서는 후기낭만주의, 인상주의, 음렬주의 음악에 대해 다뤘다.

음악사에서 위대한 피아니스트들과 피아노 연주의 역사를 소개하는 저자의 『위대한 피아니스트들』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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