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다섯 번 울리는 아프간의 아잔(Ajan)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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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다섯 번 울리는 아프간의 아잔(Ajan) 소리
  •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 승인 2021.09.06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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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호탁의 ‘말로 푸는 역사 기행’

■ 연호탁의 ‘말로 푸는 역사 기행’ (64)_ 하루에 다섯 번 울리는 아프간의 아잔(Ajan) 소리

 

중앙아시아에 가면 우리네와 비슷하게 숫자를 세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액(yak, 하나), 두(du, 둘), 세(se, 셋), 차하르(chahaar, 넷), 판지(panj, 다섯). 그럴 때 기분은 오묘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나라는 다민족국가다. 아니 다인종국가 내지 다종족국가라고 말하는 게 맞다. 대한민국이라 말할 때는 애당초 韓민족이든, 이주한 아랍인이든, 프랑스인이든, 모두가 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종족은 달라도 민족으로서는 동일하게 한국인, 한민족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는 다인종으로 구성된 혼혈, 혼종의 혼성 사회였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였다. 다종족 사회는 필연적으로 혼혈, 혼종, 혼합, 혼성, 혼융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영어로는 믹스트 소사이어티 내지 하이브리드 사회라고도 말할 수 있다.

열(10)을 다(dah)라고 하는 아프가니스탄은 다종족 사회다. 다른 수는 몰라도 우리가 애, 두, 세라고 하는 1, 2, 3을 액, 두, 세라고 말한다. 우리말 애는 애당초, 애벌빨래, 애벌구이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비교언어학에서는 언어 간 친족관계 조사에 기본 어휘표를 사용한다. 그 중에 숫자 1, 2, 3이 포함된다. 

주 종족으로 파슈툰 혹은 파탄족이 있지만 무수한 종족으로 구성된 나라가 아프가니스탄이다. 수도는 카불이다. 무굴제국의 창건자 바부르(Babur, ‘호랑이’라는 뜻)가 요람이자 성장지인 페르가나(오늘날 우즈베키스탄 동북부)를 떠나 오래 머물 만큼 카불은 아름다운 고도였다.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아프가니스탄은 나와 개인적인 연분이 있다. 18세기 초반 약 30년 동안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의 상당 부분을 지배했던 왕조의 명칭이 내 이름자와 같은 호탁(Hotak)이다. 1709년 파슈툰족 출신의 미르와이스 호탁이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 지방에서 몰락 직전의 사파비드 왕조 페르시아에 대항해 혁명을 일으켜 수립한 왕조가 호탁이다.  

이곳, 이 나라가 정치적 불안정으로 오랫동안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고통 받는 것은 일반 대중이다. 한 지역의 지배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무리들이 부패하고 타락하여 잘못은 저희들이 저지르고 희생은 인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을 만드는 일이 연속된 역사가 되었다.

 

이 나라는 이슬람 국가다. 근본주의 이슬람을 신봉하는 지극히 보수적인 사회다. 더욱이 탈레반 치하에서 여성의 인권은 생각도 못할 만큼 최악이다. 혼자서는 외출도 못하고, 남편이나 남자 형제가 동행해야만 집밖으로 나갈 수 있다. 여자는 무학이 상책이라고 아프간 남자들은 확신한다. 9/11 테러 이전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서는 식사를 위해 식당에 앉아있는 부르카 차림의 여성들에게 10대의 탈레반들이 채찍을 휘둘러 치며 쫓아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탈레반(Taleban)은 본디 파탄어로 ‘학생’이라는 뜻이다. 이 말을 다리어 사용자는 탈리반(Taliban)이라고 한다. 모음의 미묘한 차이만을 보이는 이 말들을 우리는 변이형이라고 한다. 좀~쫌, 복숭아~복상 등도 그러하다. 학업이 본업인 탈레반이 어쩌다가 혁명전사가 되었을까?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이 알카에다와 IS라는 테러조직의 양성지가 되었듯, 영국으로 부터의 독립을 열망하는 아일랜드에는 IRA라는 이름의 국제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테러전문단체가 있다. IRA는 The Irish Republican Army(아일랜드 공화군)의 약어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다른 무슬림들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5번 성지 메카를 향해 예배를 드린다. 이슬람 사원 모스크에서는 기도 시간이 되면 무엣진(예배 시간을 알리는 사람)이 사원 종탑위에 올라가 목청껏 알라를 경배한다. 이를 아잔이라고 한다. 신앙심 깊은 무슬림은 차를 타고 가다가도 차를 세우고 내려서 기도를 드린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도 경건하게 기도하는 무슬림을 본 적이 있다. 5번의 기도 시간은 해뜨기 전(파즈르), 정오에서 오후 중반 사이(주흐르), 오후 중반에서 해지기 전 사이(아스르), 해진 직후(마그리브), 그리고 밤에서 새벽 사이(이샤)다.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한국외대에서 영어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명지대에서 중앙아시아사 전공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관동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그동안 『중앙일보』에 ‘차의 고향’,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에 칼럼 ‘문명의 뒤안, 오지 사람들’, 『교수신문』에 ‘욕망의 음식: 음식문화사’를 연재했다. 저서로는 『문명의 뒤안 오지의 사람들』, 『차의 고향을 찾아서』, 『궁즉통 영어회화』,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 몽골 초원에서 흑해까지』, 『문화를 여행하다: Travel, Culture&Peopl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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