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속에 묻어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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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에 묻어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말하다.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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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우리가 지금껏 몰랐던 신화의 비밀, 명화의 비밀 | 제라르 드니조 지음 | 배유선 옮김 | 생각의길 | 324쪽

 

세상엔 예전부터 전해져 온 여러 신화가 있다. 이 신화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신화는 무엇일까. 자문해본다면, 대부분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답할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흔히 서구 인문학의 열쇠라고 일컬어질 만큼 신화의 내용이 유명하지만, 신화에 따라 만들어진 예술 작품들도 유명하다. 다른 신화들이 학자들의 연구 자료나 어린아이들만 보는 옛날이야기가 되는 동안 어떻게 그리스 로마 신화는 2천 년을 훌쩍 넘어 주요 교양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음유시인들로부터 아름다운 헬라어와 라틴어로 기록된 원전들이 그 이후 계속해서 문화계의 천재들에게 영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리스 로마 신화는 강한 바람처럼 사회, 정치, 대중 속으로 널리 퍼져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 연관된 여러 예술 작품 속 비밀들을 재밌게 풀어냈다. 책 속에선  명화와 관련된 궁금증인 피카소가 미노타우로스 신화를 그린 이유, 화려한 색에 심취하던 클림트가 아테네의 눈은 잿빛으로 그린 이유, 고야가 식당에 그려둔 신의 정체, 라파엘이 신화 속 이물과 실존 인물을 함께 그린 이유, 보티첼리가 르네상스 시대에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연유 등이 소개된다.

이 책의 매력은 신화를 토대로 그 신화의 핵심 내용을 명화와 연관 지어 풀어낸다는 점이다. 저자는 '신화를 명화와 함께 풀어내기', '디테일한 해설을 따라가며 명화 파악하기', '명화 속 신화의 역할을 파악하고 문명 속 신화의 의미를 짚어보기'란 3단 구성을 통해 독자에게 신화와 명화의 고리를 재밌게 풀어준다.

책 속에서 명화들은 단순한 신화의 보조 자료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명화가 주는 시각적 환희를 넘어 신화를 읽는 눈이 점차 바뀌어온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또, 그 거침없던 시대의 이야기가 언제나 매력적이었다는 사실도 함께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음악 이론가 겸 예술사학자. 문화유산 전문가로 유명한 제라드 드니조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각 시대의 대표작을 엄선하고 신화와 예술이라는 양 갈래에서 음미하며 '맛있는' 해설을 한다. 즉, 작가는 원전과 역사, 예술을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신화가 어떻게 천재적인 시인들의 숨결을 입어 더 강한 생명력을 얻고 또 화가들을 자극했는지, 그리고 화가들은 각 시대의 시선으로 그것을 풀어냈는지 알려준다.

또한, 이 책에 빠져든 독자는 시간을 넘어 끊임없는 영감을 제공한 신화의 힘과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정신을 고취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시대와 신화가 만나 펼쳐진 화폭을 따라가면 그들의 의도와 근대 문명의 원천을 만나는 기쁨과 동시에 새로운 질문들을 만날 수 있다.

끝으로 독자는 책을 통해 저자가 던졌던 호기심을 해결하고 명화를 감상하는 과정을 통해 신화와 명화의 고리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작품과 그 속 신화를 따라가다 보면 비로소 오늘도 살아 있는 2천 년 교양의 진가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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