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과학기술인상, 서울대학교 이창하 교수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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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과학기술인상, 서울대학교 이창하 교수 선정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9.03 0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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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신종 수질오염물질의 제거 효율을 높이는 지능형 수처리 기술 개발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이창하 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혜숙, 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 이하 ‘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로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이창하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하여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시상이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이창하 교수가 항생제 같은 의약물질, 농약성분 등 기존의 정화기술로는 분해하기 힘든 신종 수질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고도정수처리 시뮬레이터를 개발하여 안전한 물 공급을 위한 정밀한 수질 관리 체계의 과학적 기반을 제공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제조공정에 매일 수십만 톤의 물이 사용되는 등 산업발전으로 물 사용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신종 오염물질도 늘어남에 따라 활용가능한 수자원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최근 한강에서 300종 이상의 항생제 내성유전자가 검출된 것처럼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이 산업·생활폐수에 섞여 유출돼 자연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세계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7,000만 종 이상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많은 정수처리장이 고도산화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처리 수자원마다 자연유기물의 종류와 농도, 수온 등 수질인자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효율적인 처리에 한계가 있었다. 고도산화기술(Advanced Oxidation Technology, AOT)은 물속에 강력한 산화제인 수산화라디칼을 발생시켜 난분해성 유기오염물질들을 산화분해하는 수처리 기술을 말한다.

이창하 교수는 고도산화기술 공정의 설계와 최적 운전을 위해서는 대상 오염물질의 정확한 제거 예측이 필요하다고 보고, 화학동역학 모델과 인공지능 기반의 시뮬레이터로 산화공정 기술을 고도화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을 통해 얻은 활성 산화제 노출량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오염물질의 분해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화학동역학 모델을 개발했으며, 후속연구를 통해 자연유기물질의 특성을 입체적으로 정량화한 데이터를 추가하고 머신러닝 기법으로 모델을 개선한 결과 90% 이상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얻었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워터리서치(Water Research)와 인바이런멘털 사이언스&테크놀로지(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각각 2020년 2월과 2021년 1월 게재됐다. 

이창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신종 수질오염물질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수처리 기술을 지능화하고 효율도 함께 높인 것에 의의가 있다”라며 “해당 연구성과를 통해 미래의 수질오염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국민이 안심하는 물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이창하 교수<br>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이창하 교수 연구팀

2006년 한국영화 1000만 관객 시대를 견인한 영화 <괴물>. 미 8군 기지에서 버려진 포름알데히드라는 치명적 독극물이 한강으로 흘러들며 탄생한 정체불명의 ‘괴물’의 등장은 빼어난 스토리와 연출로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한국사회에  ‘신종오염물질’관리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그 후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때론 무지로 인해, 때론 악의에 의해 버려지는 다양한 오염물질이 우리 삶을 위협하는 수많은 ‘괴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한 화학산업은 환경오염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했는데요. 9월 이달의과학기술인상 수상자 서울대학교 이창하 교수는 수자원 속 괴물과 싸우는 방법을 찾아나 선 과학자입니다. 이창하 교수는 “이러한 오염물질을 가장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도 화학기술이다”라며 “화학이 야기한 환경오염문제를 화학으로 해결하는 것이 연구자로서 가장 책임감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며 자신의 소명을 밝혔습니다.  

o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과 함께 교수님의 최근 근황도 전해주세요.    

 - 이달의 과학기술인 상을 수상하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심사위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근 연구실에 신입 대학원생이 많이 들어와서 더욱 활기차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환경공학의 발전을 위해 꾸준하게 연구에 정진하겠습니다.     
o 교수님께서는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수처리 연구를 수행하여 기존 정화기술로는 분해하기 힘든 신종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해 오셨습니다. 교수님의 주요 연구 주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 우리 연구실에서는 오염된 물을 물리/화학적인 방법으로 정화하는 다양한 수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합니다. 주로 난분해성 신종 유기오염물질을 분해하는 새로운 화학적 산화기술 개발이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성 미생물을 불활성화하기 위한 소독기술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표면이나 비말 등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소독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o 응용화학을 전공하시고, 수처리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 문제가 되는 대부분의 수질오염물질은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물질들입니다. 화학산업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였지만 환경오염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오염물질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도 화학기술입니다. 저는 화학공학을 전공한 연구자로서 화학이 야기한 환경오염문제를 화학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책임감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o 인공지능 기반의 고도정수처리 시뮬레이터를 최초로 개발하고 무인 정수장 혹은 인공지능 정수장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존 수처리 기술에 AI를 접목한 배경과 더불어 연구의 주요 성과를 소개해 주세요. 

 - 현재 정수처리장에서 신종 유기오염물질을 분해하기 위해 가장 많이 도입하고 있는 기술이 오존산화공정입니다. 오존산화공정에서 유기오염물질의 분해 정도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원수의 다양한 수질인자들, 예를 들어 자연유기물질의 종류와 농도, 무기이온, pH, 수온 등이 오존과 오염물질의 화학반응에 복잡하게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수질의 원수특성에 관한 광범위한 데이터와 오존 및 오염물질의 복잡한 화학동역학적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였고, 해당분야 전문가와 공동연구를 통해 오존산화공정에서 유기오염물질의 분해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개발된 모델은 오존산화공정의 최적 설계 및 운영을 위한 시뮬레이터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해당 기술의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o 특정 신종오염물질을 선택적으로 산화 분해할 수 있는 신개념의 오염물질 맞춤형 산화기술로 수처리 공정의 효율도 높이셨습니다. 관련 성과도 소개해 주세요.  

 - 물속의 오염물질을 분해하기 위해 주로 산화제를 사용하는데요. 이러한 산화제의 반응성이 높으면 난분해성 오염물질을 빠르게 분해할 수 있지만 반응의 선택성은 떨어지게 됩니다. 즉, 물속에 처리하고자 하는 오염물질과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배경물질이 동시에 존재할 때 반응성이 높은 산화제는 둘 다 비선택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배경물질의 농도가 높으면 그만큼 오염물질의 분해효율이 떨어집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고원자가 금속 화학종(high-valent metal species)을 고체의 표면에 생성함으로써 특정 유기오염물질을 선택적으로 표면에 흡착하고 산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개발된 기술은 최근 새로운 수질오염물질로 주목 받고 있는 항생제 등의 의약물질을 효율적으로 분해할 수 있고,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성 미생물도 선택적으로 소독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해당 기술은 아직 기초단계로서 실용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o 지금까지 수처리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또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오셨는지 그동안의 노력도 궁금합니다. 

 -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다양한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때문에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로 꼬집어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예상외의 연구결과가 나오는 경우, 또 연구결과가 해석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수처리 분야의 연구 특성 상 현장 샘플링이나 현장 실험을 진행해야 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연구결과 해석에 관한 어려움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의견 교류 및 공동연구를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현장 연구와 관련된 문제들은 학회 등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해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o 물은 공기와 더불어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기본 조건입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한강의 항생제 약물 오염 사례처럼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수질 오염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연구성과가 이 같은 문제 해결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 최근 의약물질을 포함한 미량유기오염물질, 미세플라스틱, 항생제 내성균 등 신종 수질오염물질이 사회적 이슈입니다. 이러한 신종오염물질 중 다수가 전통적인 수처리 기술로는 효과적인 제거가 어렵습니다. 혁신적인 수처리 기술의 개발을 통해 신종 수질오염물질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먹는 물을 공급할 수 있고, 아울러 하·폐수처리 방류수의 수질을 향상시켜 생태계를 보호하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물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용수로 공급되는데, 예를 들어 국내 반도체 제조공정에 매일 수십만 톤의 고품질 초순수가 제조되어 공급됩니다. 수처리 기술의 혁신은 산업용수의 제조비용을 줄이고, 산업폐수의 재이용 효율을 높여서 산업에서의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o 연구 외에도 국제 학술지 편집위원 활동을 비롯해 국내 대한환경공학회에서 학술위원 및 재무이사로 봉사하며 관련 분야의 연구역량 강화에도 힘을 보태셨습니다. 

 - 환경공학 특히 수처리 분야를 연구하면서 관련분야의 국제 학술지들, Environmental Engineering Research, Water Science and Technology, Korean Journal of Chemical Engineering, Desalination 등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해왔습니다. 투고된 연구 논문들을 관련분야 연구자들에게 심사 의뢰하고, 심사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의 수정 및 게재여부를 평가하는 일을 합니다. 또한 환경분야의 국내 여러 학회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특히 대한환경공학회에서 그간 이사 및 학술위원, 영문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이러한 학술지 편집위원이나 학회 활동을 통해 환경분야의 최신 연구동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학계, 산업계, 공공기관 등 각계 전문가들과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연구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거나 방향을 설정하는데 영감을 얻을 수 있고, 반대로 타 그룹의 연구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o 수처리를 중심으로 환경공학 분야에서 현재까지 총 131편의 SCI급 논문을, 특히 최근 3년간 연구성과로 SCI급 논문 47편을 게재하실 정도로 왕성한 연구력을 보여주셨습니다. 독창적인 분야를 개척하며 어려움도 많으셨을 텐데요. 이처럼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 해당 연구성과들은 저뿐만 아니라 우리 연구실의 대학원생들과 연구원들, 그리고 국내외 공동연구자들이 함께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입니다. 꾸준한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해당분야 연구에 대한 저와 참여 연구진들의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진들이 열정을 가지고 연구하는 중요한 이유는 환경공학 분야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 그리고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들이 논문이나 특허를 통해 가시화되고 나아가 산업에 적용되거나 공공정책에 반영될 때 느끼는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o 연구자이자 후학을 양성하는 스승으로서 평소 연구실을 운영하는 철학도 궁금합니다. 또는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강조하는 연구자의 자세, 학문을 대하는 태도 등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 저는 학생들이 탄탄한 전공지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전적인 생각, 어떻게 보면 엉뚱한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돌이켜보면 엉뚱한 생각에서 시작하여 얻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들이 좋은 연구논문이나 기술로 나타난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나아가 열정과 도전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편적인 연구윤리를 정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것은 기본적인 것이고, 저는 연구자 자신, 자신의 연구결과에 대한 해석, 그리고 인간관계에서의 정직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학자로서 연구결과를 발표할 때 내용을 억지로 포장하기 보다는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 본인이 아무리 똑똑해도 혼자 연구해서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동료 연구자들을 대할 때도 정직하게 소통하는 노력을 함으로써 보다 긴밀한 협업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o 앞으로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서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 궁극적으로 저비용 저에너지의 화학적 수처리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미생물을 활용하는 생물학적 수처리 기술에 비해 화학적 수처리 기술은 신속하고 강력한 기술이지만 상대적으로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듭니다. 저는 생물학적으로 처리하기 힘든 난분해성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면서 비용과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화학적 수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수처리 기술에 활용되는 소재와 공정 모두 혁신이 필요합니다. 

o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또는 당부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관심이 가는 과학이나 공학 분야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을 잃지 않기를 당부 드립니다. 과학자가 되어서 부나 명예를 얻고자 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면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학문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묵묵히 공부하고 연구한다면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고 그 외의 것들은 부족하지 않게 따라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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