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정규교수노조, 대학 시간강사 퇴직금 전면 지급 강력히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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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교수노조, 대학 시간강사 퇴직금 전면 지급 강력히 촉구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9.0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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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9월 1일 11시 30분, 세종 교육부(14동-2) 앞에서  모든 대학 시간강사에게 퇴직금을 전면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br>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9월 1일 11시 30분, 세종 교육부(14동-2) 앞에서  모든 대학 시간강사에게 퇴직금을 전면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시간강사’ 때부터 이어진 대학 강사의 삶은 ‘교원’ 신분이 된 지금도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의료, 전체 22주 중에 달랑 4주만 지급하는 방학 중 임금, 그리고 무엇보다 2019년 강사법 이후 5시간 이상을 담당하는 ‘강사’에게만 퇴직금을 적립하고, 4시간 이하 담당 강사는 나 몰라라 하거나, 강사법 이전 ‘시간강사’ 시절의 퇴직금은 오직 ‘소송’으로만 해결하라는 대학과 교육부의 무관심까지. 이게 한국 대학 강사의 현실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9월 1일 세종 교육부 앞에서 모든 대학 시간강사에게 퇴직금을 전면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시간강사 시절인 2019년 1학기까지는 대학에서 강사들의 퇴직금을 적립하지 않았다. 20년 이상 연속 강의하더라도 6개월 단위로 계약을 한다는 이유로 단기 근로자로 치부돼 퇴직금 적립대상에서 제외됐다. 게다가 노동법상 주당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초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돼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의정부지법에서 “시간강사의 노동시간은 강의시간에만 한정할 수 없고, 강의 준비시간을 포함해 1주당 근로시간을 강의시간의 3배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은 강의시간의 3배로 계산돼야 한다는 게 통설이 되어왔다.

주당 15시간 미만의 대학 시간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정부지법의 판결 이후 대학시간 강사들이 퇴직금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대구대 소속 시간강사도 퇴직금 소송에서 최종 승소(대법원 최종판결)했으며, 옛 경남과기대 소속 시간강사도 개인적으로 제기한 퇴직금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전반적으로 시간강사들의 승소율이 높은 셈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도 강의 외에 수업계획서 작성·입력, 시험 및 성적평가, 교육 이수 등의 활동이 모두 근무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간강사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강의한 시간에 대해서만 근로시간을 한정할 수 없기에 시간강사라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된다는 해석이다.

앞서 지난 2019년 2학기부터 비정규직 교수들은 강사법 시행으로 퇴직금 적립을 법적으로 보장받게 됐다. 지난해 교육부는 강사법 도입 1년이 지난 9월 각 대학에 강사들의 퇴직금 지급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각종 판례를 인용해 ‘주 5시간 강의한 강사들은 수업 준비와 평가에 강의 시간의 2배인 10시간을 준비와 강의에 할애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총 근로시간은 15시간이 되므로 주 5시간 이상 강의한 강사의 경우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강사법 도입 이전의 퇴직금 지급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정책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강사법 시행 이전의 퇴직금을 받으려면 별도의 소송을 거쳐야 한다. 공동소송은 개인소송보다 적은 비용으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기에 그동안 일부 대학에서 비정규직 교수들이 강사법 시행 이전의 퇴직금을 받기 위해 대학을 상대로 시간강사 기간에 대한 퇴직급 지급 공동소송에 나선 바 있으며, 일부에서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편, 대학 시간강사의 강의 외 업무 시간도 퇴직금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있는 법원 판결이 최근 또 나왔다.

지난 5월 20일 창원지방법원 김해시법원(재판장 유정희)은 이시활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장이 학교법인 인제학원을 상대로 낸 퇴직금 소송에서 이 분회장에게 퇴직금 1,1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분회장은 2006년부터 11년간 인제대학교에서 매 학기 강좌 3~5개를 열었다. 이는 모두 주당 15시간 미만에 해당하는데, 통상적으로 주당 15시간 미만 노동자는 초단시간 근로자로,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시간강사의 강의 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이라 하더라도, 강의 외 업무 시간을 인정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의는 성격상 필연적으로 준비 시간, 평가 등 학생 행정 업무 처리 시간이 소요돼, 근로시간을 강의 시간만으로 한정할 수 없다”며 “강의 외 업무에 필요한 시간도 근로 시간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 과정에서 인제학원은 이 분회장의 강의 시간이 주당 15시간 미만이어서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시활 분회장은 “정규직 교수도 9시간 강의를 하면 초단시간 근로자가 되는 것인가”라며 “교육과 연구에 종사하는 지식노동자인 강사의 근로시간은 강의 시간에 한정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기존 판례는 시간강사 수업이 주당 5학점(15시간) 미만인 경우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닌 15시간 미만 근로자라고 봤으나, 이번 판결은 강의 관련 부수적인 일도 근로시간으로 산정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의 의의는 '5학점 미만의 수업을 담당하였다 하더라도 계속근로기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여 퇴직금 산정기간에 넣은 것'으로 고등교육법(일명 강사법) 시행에 따른 현행 교육부 퇴직금 지침에서 주당 강의 시간이 5학점이상인 경우에만 퇴직금을 적립, 지급하도록 하는 것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경북대분회는 교육부와 대학 측에 강의시간에 관계없이 강의를 한 모든 강사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현행 강사법 시행전인 2019년 2학기 이전 강사들을 모아 학교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 공동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 7월 2일 경북대, 경상대, 경남과학기술대 강사 49명은 국가를 상대로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국가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의 주안점은 강사법 개정으로 인해 교원 신분이 인정된 강사에 대해, 법 개정 전 시간강사 시절 근로 경력이 계속 근로로 인정되는지에 대한 점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는 강사법 시행 후 강사로 재임용된 강사의 퇴직금 청구와 관련해, 법원이 계속 근로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강사법 개정 후 재임용으로 신분이 바뀐 강사에 대해, 법원이 강사의 신분 변동에도 불구하고 강사가 아직 퇴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면, 강사의 계속 근로를 인정하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원고로 참여한 강사는 소정근로시간이 주 15시간 이상에 해당하면서, 1년 이상 계속 근로한 강사들이다.

또한, 이번 소송에 참여한 원고 중 일부는 노동조합 전임자로서 근로시간면제를 받은 강사도 있어, 노동조합 전임자 활동 시간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나올 전망이다.

 

대학 강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에 종사한다는 점에서는 전임교수와 같은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초단시간 근로자'로 일용 잡급직이나 다름없이 철저한 ‘을’ 신세로 대학에 착취당하며 정체성의 혼란 속에 인격적 모멸감까지 받는 것이 대학 강사의 서글프고도 기막힌 현실이다.

시간강사 생활을 거쳤기에 이들의 이러한 애환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많은 전임교수들조차 기회주의적인 속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면서 대학 강사 착취의 공범자가 되어 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약자를 대변한다는 진보적인 교수사회 마저 자신들만의 이익집단화 되어 대학 강사 문제는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동료 교수들의 과실은 눈감아주나 대학 강사 문제에는 침묵하는 전임교수들의 동업자 의식은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대학에서 교육, 연구, 학생지도를 병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임금 초단시간 노동자에 머물러있는 대학 강사들의 퇴직금마저 나몰라하는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현실을 고발하면서 시간강사 시기까지 포함하여 퇴직금을 적립, 지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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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전면 지급 기자회견문]


대학 시간강사 모두에게 퇴직금을 전면 지급하라


대학 강사는 교원이다.

대학 강사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전문적인 연구를 담당하는 교원이다. 강사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수많은 세미나와 토론 그리고 논문 발표를 거듭하면서 고등 지식인으로서 단련되어 왔고, 학생들에게 그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것처럼 ‘교육·지도 및 학문 연구’가 교원인 강사의 임무인 것이다.

대학 강사는 여전히 초단시간 노동자에 머물러 있다.

강사가 교원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먼저 생활이 안정되어야 한다. 교육과 연구의 대가도 온전히 보장되어야 한다. 대학 교원으로서 명예와 자긍심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교원의 지위’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강사’ 때부터 이어진 대학 강사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다. 강사제도마저 기형적이다.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의료, 전체 22주 중에 달랑 4주만 지급하는 방학 중 임금 그리고 무엇보다 2019년 강사법 이후 5시간 이상을 담당하는 ‘강사’에게만 퇴직금을 적립하고, 4시간 이하 담당 강사는 나 몰라라 하거나, 강사법 이전 ‘시간강사’ 시절의 퇴직금은 오직 ‘소송’으로만 해결하라는 몰염치까지. 이제 대학은 퇴직금을 받는 강사와 받지 못하는 강사로 나뉘어지고 말았다.

‘시간강사’의 퇴직금은 오랜 투쟁의 결과물이다.

정부가 주 5시간 이상 담당 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현행 제도는 기실 오랜 법정 투쟁의 산물이다. 정부는 「근로자퇴직금급여보장법」을 이유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다가 법원이 6개월 단위로 임용되었던 시간강사의 계속근로를 인정하고, 강의시수에 3배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주 5시간 강의를 15시간으로 간주하자 마지못해 지급하기 시작했다. 법원은 대학 시간강사의 강의시수가 비록 15시간 이하라 할지라도 연구와 학생 지도, 학사행정 처리의 과정 등이 강의에 부수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하였던 것이다. 이는 대학 시간강사의 근로가 다른 직종에 비해 특수하다는 것을 인정한 일종의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정부도 이러한 추세를 받아들여 고등교육의 국가 책임을 인정하였고 그래서 현재 5시간 이상의 ‘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슬기로운 정부’를 기대한다.

과거 시간강사 제도에 비해 현재의 ‘강사제도’가 강사의 고용과 처우 개선의 측면에서 일부분 진전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강사법’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시작되었으면 그에 부합하도록 법령을 정비하고 제도를 개선하고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간강사’ 제도에서 누적되었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시간강사 퇴직금 문제도 이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먼저 법원이 인정한 5시간 기준은 절대선이 아니다. 사실 5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와 그 미만을 담당하는 강사의 교육과 연구노동을 양과 질의 측면에서 명백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3시간을 담당한 강사라도 6시간이나 9시간을 담당하는 강사 이상의 연구와 학생 지도를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다. 전공 분야에 따라 수반되는 노동 형태는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다. 법원이 판결한 기준시간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제도와 정책으로 보완함으로써 이 장벽을 뛰어 넘어야 한다. 강의하는 모든 강사에게 그에 비례하여 퇴직금을 적립, 지급해야 한다. 기본 퇴직금을 정하고 강의시수에 비례하여 적립하는 방법도 강구해봄직 하다.

‘시간강사’와 ‘강사’의 고용연속성 문제도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법원은 시간강사가 비록 6개월 단위로 계약 임용되었지만 반복적으로 계약을 체결, 1년 이상의 근로를 하였으므로 퇴직금 지급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교육부는 현재 강사의 임용 기간이 1년 이상이어서 퇴직금을 지급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시간강사의 계속근로도 이와 유사한 근로형태로 보아 강사와 마찬가지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쪽만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간 수와 계속 근로’ 둘 다 원용해야 한다. 혹 재원이 문제라면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원칙과 기준이 제각각이라면 공적 정당성은 명분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이제 교육부의 시간이다.

대학 강사들은 강사 이전부터 오랫동안 시간강사 생활을 보내왔다. 생각건대 그 시절은 부조리한 시간이었다. 그들의 교육노동은 존중받지 못했고, 그들의 연구노동은 자신들로부터 소외되었다. 강사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이제 제대로 된 대학강사 제도를 정립해야 한다. 시간강사 제도의 문제점을 혁파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하되, 무엇보다 퇴직금 제도부터 손보아야 한다. 시간강사 시기까지 포함하여 퇴직금을 적립, 지급해야 한다. 강의시수에 차별을 두지 말고 모두에게 퇴직금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 당장 재원 마련이 어렵다면 ‘시간강사와 강사의 근로 연속성’을 정부 차원에서 수용하고 연차적으로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포함한 퇴직금 공제제도도 병행해야 한다. 물론 국공립대학뿐만 아니라 사립대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두고 교육공공성이라 한다. 교육부는 대학강사의 노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성찰하길 촉구한다.

 

2021년 9월 1일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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