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고객 지향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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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고객 지향적인가
  • 허희영 한국항공대‧경영학
  • 승인 2021.08.30 06: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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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작년 영국에선 약 25만 명의 대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소송에 나섰다. 날로 치솟는 등록금만큼 교육의 내용은 여전히 부실하다는 게 이유였다. 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면 입시홍보 팸플릿의 질 좋은 교육과 취업 전망은 사기나 다름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우리 대학들도 속사정은 다르지 않다. 작년부터 코로나19로 대부분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전문대 신입생은 아예 강의실 수업과 교수, 학우를 만나지 못한 채로 졸업할지 모른다. 출석을 체크할 과제와 시험은 준비했지만 기대했던 캠퍼스의 동아리와 학술 활동은 없었다. 고객인 학생과 대학 모두에겐 불편한 진실이다. 

# 세계적인 취업난으로 대학 졸업장이 퇴색하는 한쪽에서 온라인 교육이 뜨고 있다. 교육의 미래는 코세라(Coursera)에서 가늠이 된다. 이 회사는 스탠퍼드대학의 앤드류 응, 대프니 콜러 두 교수가 2012년 창업한 온라인 공개강좌(MOOC) 플랫폼이다. 구글, 아마존, 리눅스, 인텔, IBM 등과 파트너를 맺고 전 세계 명문대학을 포함해 150여 개 대학과 2,000여 개가 넘는 코스를 운영한다. 수강생은 전문기업이 제공하는 콘텐츠로 강의를 듣고 피드백을 받으며 인증서도 받는다. 작년 하버드대학이 1930년대 대공항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팬데믹의 여파에서 코세라는 올해 1분기 884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64% 성장했고 학습자는 지금 8,200만 명으로 늘어났다. 

# 작년 8월 28일 뉴럴링크(Neuralink)는 뇌에 칩을 심은 돼지를 공개했다. 올 4월에는 손놀림 없이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는 원숭이 영상도 공개됐다. 뉴럴링크는 칩을 통해 뇌 질환 및 질병을 치료하는 게 목표지만 궁극적으론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생각을 뇌파로 소통하는 세상을 지향한다. 이 생명공학 기업은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을 연결해 AI에 대적할 수 있는 인간지능을 표방하고 2016년 일론 머스크가 창업했다.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퀀텀컴퓨터 시커모어가 일반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난제를 200초 만에 푸는 실험결과가 게재됐다. 시커모어는 구글이 2013년 AI연구소를 설립해 개발한 컴퓨터 칩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칩이 인간의 뇌에 연결될 때 지금의 공부에는 종말이 온다. 

전 세계적으로 대학이 위기다. 제4차 산업혁명은 지금 교육의 콘텐츠와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우리나라 대학들엔 그 위기가 앞당겨졌다. 종전의 낡은 틀을 허물고 가성비부터 높여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 콘텐츠를 바꾸려면 교수가 먼저 변해야 한다. 그 변화엔 스스로 밥그릇을 깨는 고통이 뒤따른다.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이 가격보다 높은 가치를 경험하고, 제공자는 가격보다 낮은 원가로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의 ‘생존부등식’을 대학이 배워 혁신에 나서야 한다. 10년 내 대학의 절반이 소멸한다는 경고는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교육기관의 공급을 줄여 시장의 수급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학 간의 자유로운 인수·합병(M&A)이 가능한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 고등교육의 초기 인구 팽창기인 1963년 만들어져 지금 사립대학의 경영권 이전을 막고 있는 사립학교법(제35조)은 구조조정의 심각한 걸림돌이다. 대학 퇴출의 기준도 시스템도 없는 현실에선 ‘대학구조조정법’과 같은 법제화를 서둘러 학문 탐구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교육의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빨라졌고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그 변화의 속도를 실감하고 있다. 학생들이 4년간 대학에 머무는 동안에도 배우는 지식은 낡은 게 된다. 지금 초등학생의 65%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직종에서 일하게 된다는 게 세계경제포럼 보고서에 담긴 예측이다. 산업계와 학생이 지금의 교육시스템에 품는 의구심을 푸는 게 관건이다.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저서 「제3의 물결(1980)」에서 이미 재택근무, 전자정보화 등을 예견했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2007년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던졌던 말이다. 대학은 고객지향적인가. 각자도생이 불가피해진 대학들이 지금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허희영 한국항공대‧경영학

한국항공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항공대의 단과대학장과 경영대학원장, 항공경영학회 초대회장, 동중앙아시아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 객원교수, 기재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 문화예술진흥기금 자산운용위원, 방송통신전파진흥원 성과평가위원 등을 맡고 있다. 「기업공시제도」, 「서비스경영」, 「항공경영학」, 「항공운송산업론」, 「항공우주산업」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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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2021-08-31 13:14:42
학생이 고객이라면, 교수는 장사하는 사람이고, 이 글 또한 영업 활동의 일환이겠군요. 요즘 시기 장사 잘 되는지요? 매출액은 얼마를 찍으셨나요?
장사 수완이 세상 원리 전부인 것처럼 얘기하는 시각이야말로 도리어 “가성비”가 떨어져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에 속하는 게 아닌가 궁금하네요.
이 글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에는 그리 성공하지는 못한 것 같네요. “원가” 따지기 이전에 먼저 글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교수가 먼저 변해야”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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