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작가들이 구축한 비판적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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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작가들이 구축한 비판적 저널리즘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1.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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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더 저널리스트 시리즈 1-3권(헤밍웨이 + 오웰 + 마르크스) | 김영진 엮고 옮김 | 한빛비즈 | 각 256, 288, 191쪽

독자들은 작가의 본래 의도와 달리 작품을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몇몇 대표작을 통해 작가의 특정 이미지가 굳혀지기도 한다. 작품을 집필하기 이전 작가의 생애나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성숙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독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벌어지는 일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그리고 칼 마르크스는 시대를 대표하는 명저의 작가이자 뛰어난 저널리스트였다. 이들은 저널리스트로서 당시 사회상을 보도하고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기 위해 직접 전투 현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리고 전쟁과 평화, 인권과 윤리, 자본과 가난 등의 주제를 이야기하는 데 삶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놀라운 것은 당시 이들이 던진 의제들이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남긴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짚고, 시대를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된 이 시리즈에는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기사와 칼럼이 다수 포함됐다. 작가의 가치관과 비판 의식은 저널리스트로서 작성한 글에서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나며, 이런 글은 픽션과 달리 해석상 오해의 소지가 적고, 시대 배경에 관한 정보도 비교적 명확해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헤밍웨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저널리스트

시리즈의 첫 번째 책 『더 저널리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헤밍웨이의 저널리즘 작품만 선별해 엮었다. 18살의 헤밍웨이는 신참 기자로서 사람들의 삶을 관찰했고, 20대에는 해외 특파원 자격으로 유럽의 사회상을 보도했다. 소설가로 이름을 알린 후에도 그의 삶의 일부는 여전히 저널리스트였다.

헤밍웨이는 기사를 통해 불평등과 부조리,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인간의 고통, 파시즘에 대한 두려움 등을 서술했다. 이 책에서는 그가 작성한 수백 건의 기사 중 그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다룬 주제에 집중하고, 기자이면서 동시에 전략가로도 알려질 만큼 국제 정세와 전쟁에 밝았던 그의 모습이 강조되고, 작가 헤밍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사,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기사를 선별해 엮었다.

헤밍웨이는 작가의 중요한 덕목으로 ‘경험’을 꼽았는데, 저널리스트로서의 경험은 헤밍웨이가 작가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헤밍웨이는 전투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들을 훗날 소설에 녹여냈는데, 그의 작품에 자전적 요소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헤밍웨이가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 헤밍웨이의 시각을 좀 더 또렷이 이해할 수 있다.

조지 오웰: 지식과 진실이 태도를 바꾼다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더 저널리스트: 조지 오웰』은 오웰이 저널리스트로서 작성한 방대한 기사와 칼럼, 기고문 중에서 그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글 57편을 선별한 저널리즘 작품집이다. 오웰의 관점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주제와 의미별로 묶어 정리했다. 묶인 작품들은 ‘평등, 진실, 전쟁, 미래, 삶, 표현의 자유’라는 여섯 개의 키워드 아래 배치했다.

오웰은 글의 소재를 늘 현실의 삶과 사회문제 속에서 찾았다. 오웰은 말했다. “이런 시대에 살면서 전체주의나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해 글을 쓰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파시즘과 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가 뒤섞여 요동치던 시대에 태어나 오웰은 끊임없이 자국의 제국주의를 성찰하고 자본주의를 경계하는 글을 썼다.

오웰은 “어딘가 존재하는 거짓말을 폭로하고,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사실을 조명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말했다. 이러한 견해는 인종 간 혐오와 소외 계층, 전쟁의 폐해를 다룰 때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그는 검증된 자료와 사실 여부 확인을 중요시했으며 갈등의 뿌리가 어디인지, 전쟁이 인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분석했다.

마르크스: 사회 보편적 가치와 팩트에 근거한 비판

「더 저널리스트」 시리즈의 마지막 세 번째 책 『더 저널리스트: 카를 마르크스』는 저널리스트 마르크스의 이미지가 가장 잘 드러난 17편의 기사, 그리고 ‘자본론의 입문서’라 불리는 「임금노동과 자본」을 새로 번역해 실었다. 마르크스의 장기적, 보편적 관점을 엿볼 수 있는 기사를 선별했으며, 노동 계층과 서민의 삶을 다루는 기사, 외교 문제와 무역 정책에 관한 기사도 포함됐다. 『자본론』을 쓰기 이전, 기자 마르크스가 물질적 이해관계에 눈을 뜨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자본론』 같은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저널리즘 같은 ‘중간 결과물’ 역시 마르크스가 왜, 어떤 과정을 통해 사상을 구체화했는지 그 맥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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