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허위정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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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는 허위정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 IBS 커뮤니케이션팀
  • 승인 2021.08.2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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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 Vol. 20_ 국제사회는 허위정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난해에 이어 사스코로바이러스-2(SARS-CoV-2)의 과학적 이해와 극복 방안 모색을 위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최근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이러스 변이와 백신‧치료제 개발 관련 연구동향과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지난 8월 18일 발간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2]_vol. 20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승인 하에 전재한다.

 

코로나19와 위험커뮤니케이션

 

팬데믹에서 허위정보는 바이러스만큼이나 전염성이 크다.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지며 개인과 집단에 잘못된 인식을 퍼뜨려 피해를 낳는다. 최근 연구는 코로나19 허위정보에 빈번히 노출될수록 정부 방역 지침을 불신하거나, 백신 접종을 주저 혹은 거부할 가능성도 커짐을 보여준다(Loomba et al., 2021). 이러한 허위정보를 이미 믿기 시작한 이들에게는 팩트체크의 효과도 없었다(Singh et al., 2021). 허위정보 전파가 생각보다 더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온라인 정보의 생성 속도가 팩트체크 보다 훨씬 빨라 허위정보 관리가 더욱 어렵다. 게다가 허위정보의 양상도 다양해졌다. 진실이 반쯤 섞이거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진실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다.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루머가 그 예다. 또한 팩트체크가 늦어지거나 명확한 결론 도출이 어렵다면, 루머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인포데믹에 대처하는 위험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s) 패러다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최한 ‘제4회 인포데믹 대처 학술대회’에 소개된 내용을 중심으로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SNS에 등장한 정부

가장 큰 변화는 정부와 국제기구가 인터넷 여론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도를 ‘소셜리스닝(social listening)’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인터넷 상의 담화가 편향적이어서 대표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H1N1 신종플루 혹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국제적 위기상황이 그랬다. 당시 정부 및 전문기관들은 전통매체를 통한 정보 전달 혹은 오프라인 캠페인에 집중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주요 정부 부처 및 기관의 계정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달랐다. 소셜미디어가 정부 부처 혹은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의 캠페인 채널로 활용됐다. 그뿐만 아니라 정보감시(Infoveillance, 정보(Information)와 감시(Surveillance)의 합성어)도 이뤄졌다(Eysenbach, 2009). 인공지능을 통한 실시간 토픽 및 정보 전파 양상 분석도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WHO의 EARS(Early AI-supported Response with Social listening) 프로그램이다. 이는 소셜 플랫폼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데이터를 수집하여 국가별 시민들의 담화를 모니터링한다. 가령, 페루에서는 치명률이 높은 람다 변이가 전파되며 백신 수급에 대한 언급이 급증했음을 WHO 데이터가 보여준다. 더불어 기존 리포트에서 허위정보 피해 취약층으로 알려진 흑인, 젋은 층, 저소득층을 비롯한 (https://covidstates.org/) 특정 인종이나 지역에서 백신에 대한 어떤 우려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허위정보 선별과 대응의 수위 조절

과거에는 펙트체크가 쉽지 않아 허위정보 대응이 더딘 편이었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19에서는 대응해야 할 허위정보를 선별하는 전략이 도입되었다. 유니세프(UNICEF)가 주도하는 백신수요관측소(Vaccine Demand Observatory)는 백신 관련 정보 전달과 대중의 인식 조사도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배포한 ‘백신 오정보 관리 현장 가이드(Vaccine Misinformation Management Field Guide)’는 모든 정보 위기에 대응하지 말라고 알려준다. 이 매뉴얼은 시급성과 위험성에 따라 긴급 대응 필요 정보를 3단계로 분류 및 선별한다.

 <백신 오정보 관리 현장 가이드(Vaccine Misinformation Management Field Guide)>

1단계는 ‘무시(ignore)’다. 담화의 위험성이 낮고 일부 지역에만 전파된 경우다. 이때는 기존 소통에 집중하라고 권고한다. 2단계는 ‘주의 관찰(passive response)’이다. 허위정보 확산이 커지며 백신 접종에 주저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이때는 자주묻는질문(FAQ)을 업데이트하여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면 된다. 최근 미국 기업들이 근무자의 백신 접종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프랑스에서도 카페와 열차에서 같은 정책을 시행했는데, 이에 대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 담화는 2단계 주의관찰로 분류되었다.

3단계는 ‘즉각 대응(direct response)’이다. 온라인 담화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백신 거부로 이어지는 경우다. 이때 공공기관은 즉각 해당 내용에 대한 설명문을 제공하고, 이를 이해하기 쉬운 인프그래픽으로 제작·배포해야 한다. 또 SNS 인플루언서를 동원하는 등 적극적 정보 수정이 이뤄진다. 일례로, ‘백신을 맞은 지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돌파 감염 관련 언급은 최근 3단계로 분류되었다. 이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지며, 백신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유발하고, 백신 거부 운동의 근거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셜리스닝은 국제적 위기상황에서 허위정보에 대응하도록 돕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은 소셜리스닝의 일환으로 ‘루머를 앞선 캠페인(Facts Before Rumors)’을 진행한 바 있다(Cha et al., 2021, 차미영, 2021). 연구팀은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 초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속도 차를 두고 각국으로 확산하듯, 허위정보 역시 ‘순회공연’처럼 여러 나라로 퍼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먼저 발병한 중국과 한국에서 팩트체크가 완료된 허위정보를 분류해 인포그래픽을 제작했고, 이를 20개 언어로 번역해 세계 151개국의 5만여 명에게 전달했다. 이 성과도 소셜리스닝 우수 사례로서 세계보건기구의 초대를 받아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 Prevention)는 12세 이상에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 이미 청소년 백신 접종 관련 안전성 논란이 퍼졌었고, 이에 대응한 경험이 있다.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청소년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이 지점에서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의 교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백신 접종 관련 팩트체크가 완료된 허위정보를 국내는 물론 백신 접종이 늦어진 나라에 알리는 것이다. 그러면 허위정보 확산을 미리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집단의 연결구조로 유추하는 위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백신 거부 움직임을 살펴보려는 시도도 있다(Johnson et al., 2020). 미국 조지워싱턴대 연구진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공통 관심사로 엮인 ‘페이스북 페이지’와 같은 네트워크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했다.

우선 ‘백신에 대한 분노(RAGE Against the Vaccines)’와 같은 소모임들을 검색하여 백신에 대한 찬성 그룹과 반대 그룹을 찾아냈다. 이후 네트워크 정보를 분석해 이들이 백신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없는 일반 취미 그룹과 어떤 연결구조를 가지는지 파악했다. 백신 거부 그룹은 일반 네트워크와 더욱 긴밀한 연결구조를 가지며 왕성한 활동을 했다. 반면 백신 찬성 그룹은 그들 사이에서 연결성만 가질 뿐 그 의견이 일반인에게 전파되지는 않았다.

이렇게 세계 1억 명 사용자의 연결구조와 활동 빈도를 토대로 살핀 결과, 연구진은 2033년부터 백신 거부 움직임이 백신 찬성의 규모를 넘어설 것을 예측했다. 즉, 미래에 다가올 팬데믹에서는 백신 거부 운동이 점점 더 큰 걸림돌이 되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네트워크 기반 인포데믹 위험도 모델 : 백신 거부 운동이 미래 더 큰 영향력을 가짐을 예측>

진화하는 위험커뮤니케이션 노력

코로나19 종식에 있어서 허위정보는 여전히 큰 문제이다. 백신 수급이 원활한 미국은 2021년 8월 기준 인구의 51.4%가 백신 접종을 했으나 그 수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백신을 통해 나노칩이 인체에 들어온다’, `백신을 맞으면 수명이 줄어든다’, `마스크에 특정 호흡기 관련 물질이 있다’, ‘코로나19는 일반 감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등의 루머는 백신 거부자들에게 여전히 지배적이다. 또한 공공기관을 이용할 때 요구되는 백신 접종 증명서 중에서도 가짜가 적발되기 시작했다.

이렇듯 코로나19 팬데믹은 위험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시민의 대화를 듣고 우려를 파악함으로써, 긴급한 허위정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가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범람하는 정보의 통제를 위해 즉각 대응해야 할 정보를 분류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또한 정보의 모니터링에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 기법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어도 비슷한 규모의 세계적 위협이 인류를 덮칠 가능성은 늘 상존한다. 앞으로는 정부 또는 국제기구와 시민 간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과학자들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해질 것이다. 이번 팬데믹에서 효과를 보인 다양한 위험커뮤니케이션 기법들이 더욱 진화하여, 과학자들의 공동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 CI‧KAIST 전산학부 교수

카이스트 전산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카이스트 전산학부 및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IBS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 Chief Investigator로 있다. 페이스북 데이터사이언스팀 초빙교수로 근무했고, 젊은정보과학자상(정보과학회 2019)을 수상했다.

 

* 편집 | IBS 커뮤니케이션팀
* 발행일 | 2021년 8월 18일
* 출처 |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1003/selectBoardArticle.do?nttId
=20335&pageIndex=1&searchCnd=&searchW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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