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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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8.23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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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대안] GRI 이슈&진단_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

공정(公正)은 인류의 보편적 관심사로서, 모든 사람은 본능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 2021년 우리 사회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공정성에 주목하게 된 것은 갈수록 심화하는 경제적 격차와, 성공을 향한 기회가 사라진다는 위기를 절감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발생한 이후 고학력⋅고소득 근로자는 빠르게 경제 위기를 극복한 반면, 저학력⋅저소득 근로자 및 영세 자영업자는 경제적 여건이 크게 악화되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겉보기에 개선되었으나, 실질 격차는 더 커졌다.

1970~1980년대 치열한 경쟁과 더불어 서로에 대한 온정을 바탕으로 상부상조를 체화했던 시대가 지나가고 지금은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데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시행했던 인재 등용 제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애초 취지를 크게 벗어나 특권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등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오로지 능력만을 기준으로 평가하려는 능력주의가 지금 청년세대에서 오히려 공정성을 보장하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권력과 부를 이용한 특혜가 도를 넘어섰다는 인식이 고조되었기 때문이다.

급격한 성장을 이룬 사회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축적한 성과를 함께 누려야 한다. 공정한 사회는 기득권자의 자선심에 의존하지 않고 모두가 합의하는 합리적인 제도를 기반으로 작동해야 하며, 눈에 띄는 사회적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에 경기연구원은 지난 11일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이란 제목의 〈이슈&진단〉 보고서(작성자: 오재호 전략정책부 연구위원)를 발간했다. 주요 내용을 발췌 정리했다.

Ⅰ. 지금 왜 공정성에 주목하는가?

■ 공정(公正)은 공평하고 바른 것

▶ 공정은 어느 누구에게 치우치지 않고 모두를 같게 대우하는 것

◦ 공평할 ‘공(公)’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함께하다’를, 바를 ‘정(正)’은 ‘바르다’, ‘서로 같다’를 말함
◦ 공정을 뜻하는 영어 ‘fair’는 ‘공정한’, ‘공평한’, ‘타당한’, ‘온당한’, ‘적당한’을 뜻하며, 서양에서는 ‘just’와 같은 뜻을 쓰기도 함
◦ 공정과 정의는 종종 서로 같은 뜻으로 사용되지만, 엄밀하게는 정의를 구현하는 속성으로서 어떤 공정성을 추구하는가에 따라 지향하는 정의의 성격을 규정함

▶ 정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전제

◦ 정의는 일종의 덕(德, virtue)이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가치임
◦ 정의는 분배(分配)와 시정(是正)의 차원으로 구별할 수 있음
- 분배적 정의는 균등하지 않은 사람들이 균등한 것을 가져가지 않도록 하는 것임
- 시정적 정의는 이익과 손해 혹은 가해와 피해의 중간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사람들 간 잘못으로 생긴 손해 혹은 손실을 원래대로 복구하는 것임

■ 인간적인 가치로서의 공정성

▶ 주관적이지만 보편적인 인류의 관심사, 공정성

◦ 공정 혹은 정의는 약육강식(弱肉强食) 원리가 지배하는 자연에 적용되지 않는 개념이며, 오로지 인간 사회에서 통용(通用)됨
◦ 기원전 5세기 후반 서양에서는 자연학(세계와 사물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에서 벗어나 휴머니즘이 본격화함
◦ 고대 탈리오 법칙(lex talionis)은 피해자가 입은 피해와 같은 정도의 손해를 가해자에게 가하는 보복의 법칙으로서 함무라비 법전과 성서에 반영됨
◦ 공정성은 인류의 보편적인 관심사로서 종교적 교리와 도덕적 가르침에 반영됨
- 모든 사람은 본능적으로, 법 앞에서 동등하게 대우받기를 원함

▶ 원시 협동 사회부터 문명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원리는 공정성

◦ 인간 사회 기원은 생존을 위한 다양한 협력에서 시작됨
- 인류는 공동 목표를 위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듭하였고, 상부상조를 통한 공유 비용이 비교적 낮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학습함
◦ 도덕은 더 많은 몫을 차지하려는 이익 극대화의 유혹을 억누르고 자신의 몫을 공동체 구성원과 공유하려는 성향으로서 협동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임
- 공정성은 기여에 대한 보상과 배반에 대한 처벌에서 함께 작동함

■ 양극화가 심화한 후 이루어지는 부의 재편

◦ 2017년 이후 우리나라 불평등 지수(지니 계수)는 0.345로서 OECD 주요 국가들 가운데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나타남

▶ 코로나19 이후 K자형 양극화 회복이 뚜렷

◦ 고학력⋅고소득 근로자는 경제 위기를 빠르게 회복하는 반면, 저학력⋅저소득 근로자의 경제적 여건은 악화됨
◦ 2020년 가계부채는 2,000조 원을 넘어서며 2019년 1,880조 원 대비 9.2% 늘어난 반면, 가계 순처분가능소득은 1,020조 원으로 전년 대비 2.3% 늘어나는 데 그침
◦ 소득 5분위 배율은 2017년 12.9배에서 2020년 12.0배으로 조금 줄었지만, 격차는 2017년 11,920만 원에서 12,748만 원으로 더 커짐

Ⅱ. 온정 사회 다음은 공정 사회

■ 대한민국 근대화 동력이었던 공동체 문화

▶ 산업화 전후 시대를 지배하였던 공동체 문화는 지금까지 지속

◦ 산업화 이전 주축을 이루었던 농촌공동체는 구성원들의 강한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함
◦ 정치적으로는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하나된 국민 혹은 민족을 뜻하는 일민주의(一民主義)가 이념적으로 등장함
◦ 1970년대 지역사회 개발을 위한 새마을운동은 근면·자조·협동을 시대정신으로 삼아 국가와 개인이 발전을 추동(推動)함
◦ 개발 시대가 끝나고 개인·국가 운명공동체 의식이 옅어졌지만, 산업화 주역이 여전히 기득권을 지니면서 지금은 개인과 공동체 간 긴장과 갈등이 고조됨

▶ 1970~1980년대에는 치열한 경쟁과 함께 서로에 대한 온정도 표현

◦ 한 학급당 학생 수가 70명이 넘고 대중교통·공공장소가 초만원인 시절, 새치기와 밀치기가 일반적이었던 한편, 서로 돕고 살아가려는 공동체 의식도 강하게 형성됨
◦ 1950년부터 1970년대 출생자들은 비교적 개인주의에 우선하는 공동체 의식을 내재화하였고, 공동 목표 실현을 위해 일부 희생을 불가피하게 여기기도 함

▶ 초고속 성장을 이룬 후 성과를 나누는 단계에서는 온정보다 공정이 대두

◦ 성장이 끝난 시대의 높은 지위와 권력은 개인의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고, 사람들은 공정한 기회 보장에 촉각을 더욱 곤두세우게 됨
◦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과정에 참여한 민주화 세대는 결과적으로 정치권력을 거머쥐면서 지금의 기득권자로 등극하였고, 산업화를 주도한 자들은 비교적 빨리 소득이 상승하고 자산을 축적하는 시대적 특수를 누림
◦ 민주화·산업화 세대가 정치 및 경제 분야에서 기득권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후속 세대에게 상대적으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세대 간 불평등이 심화함
◦ 사회에서 뒤처지고 도태된 이웃에게 자원과 기회를 나눠주는 온정주의 시대가 저물고 남다른 노력으로 준비하여 자격을 갖춘 자를 엄격하게 선별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공정성으로 인식되고 있음

■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와 달리 왜곡된 제도들

▶ 신분과 혈통을 기반으로 한 음서(蔭敍)제를 넘어선 과거제도

◦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신분을 세습하였던 고대 사회에서 자질과 능력을 기준으로 관리를 선발하는 제도는 중국 수나라 문제(文帝) 때 처음 도입함
◦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광종 9년에 과거제도를 처음 실시하였고 1894년 갑오개혁을 통해 폐지하기까지 약 1천 년간 제도를 유지하였음
◦ 과거제도는 과거 중국과 우리나라에 지배적이었던 유교 문화 영향 아래 학문과 법령에 따라 정치를 펼치는 문치주의(文治主義)를 기반으로 확립됨
- 신분을 세습하던 귀족의 기득권을 견제하고 왕권을 강화하는 한편, 출신 배경이 평범했던 사람들이 출세(出世)할 수 있는 수단이었으며, 능력 있는 자를 등용하기에 적합한 인재 선발 방법이었음

▶ 조선 후기로 갈수록 병폐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던 과거제도

◦ 시험장 책 반입, 시험지 교체, 시험관 매수, 시험장 습격, 감독관 구타 등 조선 후기로 갈수록 기강과 체계가 와해됨(이남희, 과거제도, 그 빛과 그늘, 2008)
◦ 관직은 제한적인데 과거시험 합격자는 늘다 보니 관직을 매매하거나, 붕당 간 갈등이 생겨나면서 과거제는 인재 등용이라는 애초 취지에서 크게 벗어남

▶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변화한 대학 입학제도

◦ 대학 입학은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학벌을 통해 신분과 지위를 결정하는 제도로 작동하면서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조정을 거듭함
◦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사제에 이어 1982년 도입한 대학입학학력고사제는 교육 정상화라는 취지와 달리 과열 경쟁과 대학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음
◦ 2013년에 도입한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성적만 아닌 다양한 활동을 고려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부모의 능력에 따라 격차가 심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됨
◦ 2019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를 비롯해 수시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면서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였고, 2022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에서는 정시모집 비율이 높아짐

■ 능력주의(meritocracy)와 공정성

▶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의 요지는 능력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자는 것

◦ 능력주의는 학력, 학벌, 연고가 아닌 능력만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태도를 뜻함
- 경영 및 인사행정에서 근무연한에 따라 임금과 직급을 결정하는 연공제(年功制)와 대비됨
◦ 능력주의는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Michael Young)이 능력(merit)과 지배(cracy)를 결합하여 만든 신조어로서 서구사회에서 능력을 맹신하는 세태를 비판하기 위해 등장함
◦ 능력주의는 등장 배경 및 취지와 달리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해 지위를 정하는 엽관주의(獵官主義, spoils system) 혹은 정실주의(情實主義, patronage system)를 타파하는 공정한 원리로 발전함

▶ 개인의 능력을 전적으로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

◦ 마이클 영은 지능과 노력의 합이 곧 능력이지만, 현실에서 개인 능력을 계발하는 과정은 출발부터 동등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함
◦ 형식적 기회 평등은 개인적 배경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사회적 지위에 접근할 수 있을 때 성립하지만, 가정환경이나 재능과 같이 타고난 운에 따라 교육 기회와 입직에 영향을 받는 과정에서 실질적 기회 평등은 보장되지 않고 있음
◦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까지 가구 여건의 영향을 비교적 크게 받지 않고 교육적 성취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세대 간 소득계층 이동이 많았음

▶ 불공정한 제도 가운데 다시 주목하는 능력주의

◦ 특권 계층이 자녀 입시와 취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하여 청년 세대는 은폐된 골품제, 엽관제, 지위 세습이라고 비판함
◦ 최근 능력주의에 주목하는 것은 타고난 재능과 가정환경을 능력으로 인정해서라기보다 공정한 경쟁으로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비롯함
◦ 사회가 공정하지 않을수록 능력주의가 지닌 계급적 성격을 비판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정당화함
◦ 개발 도상 단계에서는 인재 등용 방법과 절차에 큰 거부감이 없었지만, 국가 성장이 끝난 후에는 모든 사람이 공정한 절차와 기회 균등에 매우 민감하게 됨
- 노력하고 준비한 자를 엄격하게 선발한다는 점에서 조선시대 과거제도, 대입 정시, 국가고시 등은 공정성을 보장하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평가됨

■ 개발과 성장이 끝난 시대에는 향유와 분배가 문제

▶ 절대적 빈곤을 극복한 이후 사회가 해결해야 할 상대적 박탈감

◦ 함께 어려운 것은 참을 수 있어도, 혼자 고생하지 않으려는 시대가 도래함
◦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섰고 지금까지 이룬 성과는 결코 부족하지 않지만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없어 건전하게 지속하기 어려운 단계임
◦ 상대적 박탈감이 클수록 공공재에 기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심화할 수 있음

▶ 능력주의의 두 얼굴, 절차와 자격

◦ 준비하고 노력한 자를 엄격하게 선별하는 한편, 비교적 유리한 조건에서 얻은 사회적 지위와 성과를 사회적 자산의 일부로 인정하는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함
◦ 누구에게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준비된 자의 기회를 뒤로 미룰 수 없음
- 능력을 갖춘 자에게 겸손과 배려를 요구할 수 있어도,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움

■ 개인 몫으로 인정할 만한 행운과 불운의 범위

▶ 태어날 때부터 지닌 탁월한 재능과 유복한 배경으로 얻은 성과의 공유

◦ 20세기 서구사회 정의관에 의하면 우리 사회는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협동 체제이며, 행운으로 얻은 성과는 사회적 기반 없이 실현할 수 없는 것으로서 그 일부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함
◦ 20세기 자유주의는 가장 열악한 사람의 처지를 먼저 개선하도록 작동하는 사회 제도를 기획함으로써 공정한 기회균등을 지향함
- 정의로운 사회란 우연성을 기반으로 한 이익으로 불운한 취약계층의 처지를 개선하도록 제도화된 사회임(Rawls, A Theory of justice, 1980)
◦ 우리 사회는 정의로운 결과는 따로 없지만 준수해야 할 절차는 분명한 순수 절차적 정의(pure procedural justice)를 지향해야 함(Rawls, 1980)
- 완전 절차적 정의(perfect procedural justice)는 결과가 정의로운가를 결정하는 기준과 그 결과를 보장하는 절차가 분명한 음식 나누기에 해당함
- 불완전 절차적 정의(imperfect procedural justice)는 추구하는 목표는 분명하지만 그 목표를 보장하는 절차가 따로 없는 사법(私法)이 대표적임

▶ 불가항력적인 사건 및 사고를 겪은 불운한 삶에 대한 보상

◦ 개인의 행운을 전적으로 자격으로서 인정하지 않는 한편, 크나큰 불운을 개인이 감내하도록 방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국가 역할로서 기대됨
- 사회는 개인에게 일종의 보험제도로서 예측할 수 없는 사고와 재난으로 인한 개인의 손실을 보상할 필요가 있음
◦ 개인 선택에 따른 결과가 불만족스럽다고 해서 보정(補正)할 수는 없지만, 저항할 수 없는 사고로 인한 실패를 제도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합리적임
- 성공한 사람의 자원으로 실패한 사람의 손실을 보완하는 것은 평등을 실현하기보다 자유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합당치 않음
◦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은 사적 보험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공공이 보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는 평등의 원리에 부합함
- 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던 구성원에게는 그들이 보험에 들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보상하는 것이 적절함(Dworkin, sovereign virtue, 2000)

▶ 운에 따른 개인 간 격차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건전한 공동체

◦ 합리적이고 공정한 사회 구성원이라면 자신과 다른 사람들 간 드러난 차이를 부정의의 결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함
◦ 구성원 간 격차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면 보다 나은 사람들의 처지를 시기하는 경향이 강해져 공동체가 지속하기 어려워짐
◦ 운이 좋은 사람들이 마땅히 더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일부의 큰 이익으로 운이 나쁜 사람들을 보상하는 것은 사회 정서에 부합함 (Rawls, 1980)

Ⅲ. 지속하는 사회 조건으로서의 공정성

■ 지속하는 사회가 갖추어야 할 조건

▶ 가치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합의를 바탕으로 제도 마련

◦ 개발도상국 시절 우리 사회는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암묵적으로 승인했으나,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금은 명시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
- 개인과 국가가 함께 빈곤을 극복하는 단계에서는 목표에 대한 큰 이견이 없으나, 국가 기반을 확립하고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한 후에는 가치 우선순위와 구현 방안을 범사회적으로 결정해야 함
◦ 권한 위임에 따른 대표성, 책임성, 전문성을 기반으로 국정 및 도정을 추진하기에 앞서 사회 구성원의 열망과 우선 가치를 확인하고 선언해야 함
- 치열한 논의 과정을 거쳐 사회적 우선 가치를 합의한 후 비로소 대의제(代議制)가 온전하게 작동할 것으로 기대됨

▶ 공정한 기회 보장은 문명 공동체를 지속하는 최우선 조건

◦ 공정성이 시대 화두로 떠오르는 배경에는 전체 사회보다 개인, 성장보다 분배, 경쟁을 넘어선 다양성, 우연성을 넘어선 기회균등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의 열망이 폭넓게 확산하고 있음
◦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물질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앞으로는 일부 계층에 치우치지 않고 성과를 공유하는 데 주력해야 함
- 공공은 시장에서 이루어진 결과를 직접 나서 재조정하기보다, 균등한 기회를 보장 및 확대하는 제도를 설계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함

■ 공정성 사회를 위한 공공의 역할

▶ 공동체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공정성

◦ 시장에서는 생산능력과 소비 능력이 없으면 소외되고, 시민사회에서는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배제되는 반면, 국가는 소외·배제된 사람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공정성을 실현함
◦ 소수 집단의 사회적 성취를 제한하여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관행, 즉, 제도화된 차별을 줄이는 것이 공공의 주요 역할임
◦ 다만, 국가는 공정성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한편, 획일성을 완화하는 유연함이 요구됨

▶ 반칙과 무임승차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제도가 절실

◦ 완전한 기회균등을 실현할 수 없어도 반칙과 무임승차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향후 중앙 및 지방정부의 주요 목표가 될 것으로 전망됨
- 우리 사회 시민의식과 지식 네트워크 발전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정한 기회 보장 제도에 대한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함
◦ 기회는 많을수록 좋지만, 제한된 기회라도 모든 사회 구성원이 접근할 수 있을 때, 오직 그럴 때 공정한 사회를 기대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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