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빈곤(貧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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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빈곤(貧困)
  • 최기련 논설고문/아주대학교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 승인 2021.08.2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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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련 칼럼]_ 논설고문 칼럼

지금 우리는 ‘인터넷(Internet)’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외부소통이 제한된 ‘코로나’ 대유행 시대에서는 인터넷 연결만이 외부와의 연계통로인 경우가 많다. 인터넷을 통해서만 우리는 외부와 연결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디지털화 추세(Digitation)’ 적응의 삶이다. 따라서 인터넷은 우리 삶에서 의식주(衣食住)나 전기와 같은 수준의 삶의 필수조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에 연결된 것은 아니다. 인터넷망에 연결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지불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비용부담으로 연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21세기 인터넷 빈곤’이라고 한다. 한 연구기관(World Data Lab: WDL)은 ‘인터넷 빈곤’의 기준을  최소 속도 기준으로 초 당 3 ‘메가바이트“(Mbps), 월 간 1.5 Giga Bite (GB) 연결 ’패키지‘를 못 가진 경우라고 한다. 

지금 세계에는 이러한 ‘인터넷 빈곤’ 기준 인구가 증가 추세에 있다. 매초 당 5~6명이 이 빈곤 기준에 편입되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 빈곤 인구의 급증은 전반적인 인터넷 환경 개선과는 상반되는 결과이다. 사실 현재 세계 인터넷 접속인구는 45억 명으로 추산된다. 참고로 20년 전에는 인터넷 접속인구가 5억 명 수준이었다. 더욱이 기술-산업혁신으로 인터넷 접속요금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코로나 사태로 빈곤층의 고난도 커지고 있는 점은 새로운 불평등 심화의 사례일 것이다. 

세계전자통신협회(ITU)의 통계에 의하면 세계 무선 인터넷 패키지 평균요금은 $0.5/일 수준이다. 그러나 국가별로 인터넷 품질은 매우 다르다. 따라서 인터넷 품질 표준 기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3Mbps 속도로 월간 1.5Gb 수준이 최저기준이란다. 이 기준으로는 매일 40분 수준의 웹 페이지 검색, 이메일 체크, 기본적인 온라인 쇼핑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 기본 수요 충족이 가능하다. 그러나 비디오 시청, 고급 데이터베이스에의 접근 등은 불가능할 수 있다. 이런 수준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지출의 10% 이내로 인터넷 접속에 사용하는 경우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세계은행은 서아프리카에서 인구의 20~25% 만이 무선 인터넷을 구매할 능력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지출 10% 수준을 인터넷 비용으로 지출하는 경우를 최소 조건으로 고려하면 지금도 세계에는 약 11억 명의 ‘인터넷 빈곤’ 인구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든 사람이 인터넷 서비스를 구매한다는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소수(주로 최선진국)의 자발적 인터넷 거부를 감안해야 한다.

이에 반해 저개발국들에서는 인터넷 접속가격이 ‘인터넷 빈곤’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세계은행 자료가 추계한다. 저렴한 인터넷 가격(월 $15 이하)을 유지하는 저개발국들에서 오직 13% 인구만이 ‘인터넷 빈곤’ 상태에 있다. 이에 반해 이보다 비싼 접속요금 체계 하의 저개발국에서는 67% 인구가 ‘인터넷 빈곤’ 상태에 머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나라마다 소득수준과 인터넷 요금 간에 명확한 연계성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비슷한 서비스 수준의 필리핀에 비해 2배 수준의 비싼 요금을 내고 있다. 그리고 말라위(Malawi)국민들은 소득이 비슷한 ‘모잠비크 (Mozambique)’ 사람들에 비해 3배나 비싼 인터넷 요금을 부담하고 있다. 특히 인도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은 낮지만, 기술혁신과 산업경쟁 촉진으로 인구의 8%만이 ‘인터넷 빈곤’ 상태에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은 ‘코로나’ 사태로 개도국, 저소득층 중심의 인터넷 빈곤 상태는 2030년까지 지금보다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인터넷은 의식주와 같은 국민 기본욕구 충족요건으로 접근하다가도 위기 봉착 시마다 생존 필수재화에서 쉽게 탈락한다. 이에 코로나 사태로 인한 소통 제약으로 세계가치/부(富) 생산연계망이 약화된 여건에서 인터넷 연계마저 약화되는 것은 또 다른 큰 문제이다. 사실 지금 세계 각국은 다자주의 협력을 통한 공생체제 강화에 힘쓰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세계 인프라 건설/연계강화를 위한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 계획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여기서도 세계 국가 간, 세대 간의 인터넷 서비스 연계 강화는 새로운 해결 과제일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 등 미래 사회 중심축으로 등장해야 하는 저개발국, 저소득층의 인터넷 연계 강화는 필수적이다. 인터넷 빈곤은 이런 세계 문명 진전에서 소외되고 결국은 새로운 불공정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도국에서는 지금부터는 저렴한 인터넷 인프라 구축과 4차 산업혁명 혜택의 온전한 수혜를 위한 5G 기술 활용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 

5G의 정식 명칭은 'IMT-2020'으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정의한 5세대 통신규약이다. ITU가 정의한 5G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 최저 다운로드 속도가 100Mbps인 이동통신 기술이다. 5G는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등의 특징을 가지며, 이를 토대로 가상·증강현실(VR·AR),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기술, 빅 데이터 등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앞서의 CDMA(2세대), WCDMA(3세대), LTE(4세대)가 휴대폰과 연결하는 통신망에 불과했던 반면 5G는 휴대폰의 영역을 넘어 모든 전자 기기를 연결하는 기술적 특징이 있다. 따라서 Post-코로나 시대 글로벌 불황 극복은 5G 혜택의 공유에서 출발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5G 서비스가 당초 생각보다는 효율적으로 보급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것이 큰 이유란다. ‘디지털 뉴딜’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한 우리로서는 이제 ”5G 빈곤‘ 문제를 되돌아볼 시기인 것 같다.


최기련 논설고문/아주대학교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로 서울대학교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Grenoble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에너지자원기술개발지원센터 소장,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 단장, 고등기술연구원장, 한국 에너지공학회 회장, 차세대 성장 동력 포럼 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종합조정 실무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에너지와 기후변화>, <파워 플레이>, <에너지경제학>,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에너지와 환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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