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81.2% '학점비례 등록금제' 도입 찬성… 대학들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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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81.2% '학점비례 등록금제' 도입 찬성… 대학들 부정적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8.1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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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회원들이 정부의 반값등록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학점비례 등록금제’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이하 민주당 전대위)는 학점비례 등록금제 도입 관련 전국 만 29세 이하 대학생 1,15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14일간 설문조사한 결과 81.2%가 찬성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이 조사결과를 수용해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5일 신청 학점에 비례해 등록금을 납부하는 '학점비례 등록금제'를 추진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확대됨에 따라 한시적인 등록금 인하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지난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는 등록금에 대한 가계 부담 경감과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을 위해 학점당 등록금제 도입을 각 대학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이를 전면 도입한 대학은 없었다. 

'학점비례 등록금제'는 학생의 신청 학점을 구간별로 나눠서 이에 비례해 차등 책정하여 등록금을 내는 제도이다. 이는 올해 1월 초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대학생들의 학비 부담 경감을 위해 발의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1~3학점은 등록금의 6분의 1을, 4~6학점은 3분의 1을, 7~9학점은 2분의 1을, 10~12학점은 3분의 2를, 13학점 이상은 등록금 전액을 내는 안이다.

'학점비례 등록금제' 입법 추진

▶ 현행법상 초과 학기 수강 학생들은 ‘학점비례 등록금제’를 적용받지만 정규 학기 내 학생들은 신청 학점과 관계없이 등록금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 우 의원의 개정안은 ‘학점비례 등록금제’를 재학생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 의원은 “가계가 체감하는 등록금 자체도 부담이지만 적은 학점을 듣고도 동일한 등록금을 내야 하는 현행 제도는 매우 불공정하다”며 “학점비례 등록금제는 신청 학점에 비례해 등록금을 낸다는 점에서 합리적일 뿐 아니라 대학생 가계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이 2019년 12월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1,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점비례등록금제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72%, 등록금 부담 경감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응답이 61.9%를 차지했다.

설문결과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국가장학금 확대·학자금 대출 이자율 인하·입학금 폐지 등의 대학 등록금 경감 정책에 대해 절반 이상의 응답자(50.9%)가 ‘효과 있다’고 답하면서도, 여전히 상당수의 국민(90.1%)들은 “대학 등록금이 부담 된다”는 답변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등록금 인하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인 등록금을 책정하는 방법도 중요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 신청한 학점에 상관없이 매 학기 고정된 등록금을 내도록 한 이른바 ‘학기별 등록금제’에 대해 51.5%의 응답자가 ‘불합리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찬성 23.1%, 모름 25.4%). 대안으로 제시한 ‘학점비례 등록금제’의 필요성에 72%가 공감했으며, 제도 도입 시 실제로 등록금이 완화될 것이라 기대한다는 응답도 61.9%에 달했다.

도입 효과에 대해서 우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우리나라 대학생 중 약 20만~38만 명의 등록금 경감이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7개 국립대학 학생들 중 약 14.3%의 학생들이 12학점 이하를 신청하는 것으로 집계된 것을 전체 대학생인 약 267만 명에 도입하면 우리나라 대학생의 20만~38만 명의 등록금 경감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렇게 절감한 국가장학금 재정만큼을 해당 대학의 산학연 R&D·순수학문 및 대학원생 지원·전문가 양성 등 구체적인 목적에 사용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고등교육 역량 강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학습 병행 등 유연한 학사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은 휴학을 선택하는데 ‘학점비례 등록금제’를 전면 도입하면 각자 형편에 맞게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학점비례 등록금제’ 도입이 대학 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 우 의원은 “행정적 측면에서도 과거 ‘학점당 등록금제’를 시행했던 산업대·방통대 등 사례를 비추어볼 때 시범 운용을 거친다면 예산 책정 및 행정처리상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학점비례 등록금제 도입 81.2% 찬성"

▶ 한편, 이번 민주당 전대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학기별 등록금제 도입에 어느 정도 동의하십니까'라는 질문에 81.2%가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중 '매우 동의한다'라는 응답자는 38.4%였다. 또 학점비례 등록금제가 도입될 시 등록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답변은 75.1%에 달했다.

민주당 전대위에 따르면 서울대, 부산대, 전남대 등 7개 국립대학에서 2018년 한 해에만 학생들이 수업을 듣지 않음에도 낸 등록금 총합이 100억6천만 원에 달한다. 이들은 "조사가 전국 339개 대학으로 확대되면 학생들은 연간 수천억 원의 등록금을 비합리적으로 납부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주장했다.

박영훈 민주당 전대위 위원장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18학점 혹은 21학점을 모두 수강하거나 휴학을 하는 선택지밖에 없다"며 "누군가는 시험을 준비하거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 위해서 몇 과목만 수강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 입장에서는 부당한 초과 수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방송통신대학과 산업대학에서는 학점당 등록금을 산정해 내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현행법상 일반 대학에서도 학생들은 초과 학기에 대해서는 학점에 비례해 등록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학기인 8학기 동안은 학생이 신청한 학점과 관계없이 '학기제 등록금'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어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 

민주당 전대위는 "정규학기에도 학점비례 등록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학기제든 학점제 또는 학점비례든 학생이 내야 할 등록금의 총액은 결국 같다. 대학이 받지 않아도 될 등록금으로 큰 수익을 얻고 있다는 것은 분명 옳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4년제 대학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단순히 학점 신청 구간별로 등록금 액수를 나누어 내게 되면 대학은 비용 손실이 발생해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대해 전대위 관계자는 "학생들이 부담하지 않아도 될 초과 수익으로 대학 손실을 걱정할 정도면 과연 그것이 정상적인 구조의 재단, 정상적인 재정 상태일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학점비례 등록금제, "교육원가 미반영" 대학가 반발

▶ 학점비례 등록금제를 두고 학생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학들은 검토하지 않고 있어 의견을 내놓기 어렵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학점비례 등록금제를 도입하려면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학점비례 등록금제 도입에 앞서 대학 등록금에 대한 산정기준을 잡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기준설정의 어려운 점도 등장한다. 특히, 등록금 원가공개 없이는 학점제로의 전환이 어렵다는 점도 난제다. 문제는 대학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완화보다 학교 측의 재정문제에만 관심을 갖다보니 원가산정 능력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대학 측은 재정절감과 예산책정상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등의 행정적 불편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시설과 원격수업 인프라, 학적 처리 등 공통경비도 산출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학점 비율로 나누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기본적인 대학 교육 인프라 사용비, 계열별 교육원가를 산출하지 않고 학점 구간만 따져 납부율을 정하는 방식은 무리가 있다"며 "학점비례 등록금제는 대학의 예산 편성을 어렵게 하고 특히 사립대는 재정이 더 감소할 가능성도 높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대학의 기존 학기제 운영체제로는 어렵기 때문에 학점비례 등록금제를 도입하려면 8학기 중심의 현행 학기제는 변경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4년 동안 주어진 인프라를 활용해 이수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된 교육체제를 손봐야 하는 문제가 있으며 대학정원 문제 등 자원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학점별 등록금제는 사실상 부수적인 문제라는 입장인 것으로 생각된다.

 

학점비례 등록금제, 과연 최선일까…대학교육연구소,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등록금 정책 필요

▶ 학점비례 등록금제 도입요구는 코로나19로 야기되어 지난해부터 대학가 쟁점으로 떠오른 등록금 환불 요구의 연장선상에 있다. 게다가 국가장학금 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부담이 여전한 현실에서 대학의 등록금 징수방법을 개선해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낮출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학교육연구소는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문제의 본질은 수혜 받는 자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고 대학 운영비를 전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 구조를 깨트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와 관련해 지금 시급한 것은 지난 70여 년간 이어진 수익자부담원칙을 전환해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일이며, 이것이 바로 국가장학금의 한계를 넘어 실질적인 반값등록금과 더 나아가 대학 무상교육을 논해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문제는 학점비례 등록금제는 그 취지가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수익자부담원칙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학점비례 등록금제를 도입할 경우 대학은 졸업이수학점의 상향 조정과 학점당 등록금 기준의 새로운 책정 요구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등록금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대학교육연구소에 의하면 등록금의 수준은 교육원가가 아니라 정부가, 대학운영자가 어느 정도 대학재정을 책임지는가에 따라 정해진다. 정부의 책임성이 높을수록, 고등교육의 공공성이 높을수록 등록금은 낮고 더 나아가 무상등록금까지 실현될 수 있다. 

국가장학금 제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사립대학 등록금이 OECD 회원국 중 4위를 기록하고 있고, 세계 9위의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비에 대한 정부 부담율은 54%로 OECD 평균치(75%)에 한참 못미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이러한 현실을 바꿔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내가 받은 ‘수익’(학점) 만큼만 등록금을 지불해야한다는 논리보다는 고등교육의 ‘수익’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몫이므로 등록금은 저렴해야 하고 더 나아가 무상이어야 한다는 논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정부가 고등교육을 책임짐으로써 경제적 부담 없이 교육기회의 평등을 누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하지만 당장 실현이 어려운 현 시점에서 학점비례 등록금제를 도입한다 해서 정부의 재정지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 강화라는 장기적이고 큰 구상 속에서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등록금 정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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