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과 시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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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과 시민성
  • 김도일 성균관대학교·동양철학
  • 승인 2021.08.16 00: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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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인성과 시민성은 어떻게 다른가? 공동체를 위한 유사한 자질들인가? 아니면,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포괄하는가? 교육부의 두 교육정책, “인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에 관련된 질문들이다. 그 정책 수립 과정에서 명확한 개념 구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혼선은 일선 교육 현장의 몫이다. 중복된 교육에 따른 피로감도 있을 법하다. 교육부는 이미 「제2차 인성교육 종합계획(2021-2025)」 (2020년 10월)을 통하여 이에 대응한 바 있다. 두 교육이 민주시민 양성에 있어 상호보완적이라고 한다. 인성이나 시민성 모두 사회공동체 구성을 위한 역량임에 매한가지라 본 것이다. 

과연 그게 다일까? 두 교육에 대한 대략적 정의를 보면, 미세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드러난다. 그 계획서에 따르면, 인성교육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고, 민주시민교육은 “비판적 사고력을 가진 주체적인 시민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교육”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인성교육이 내면의 올바름과 건전성에 연관된다는 점이다. 이는 인성이 민주시민의 기본적 자질 이상임을 보여준다. 소위 인간다움의 구현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에 대해서 이론의 여지가 다분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성과 시민성 사이에 유의미한 간극을 벌려보고자 필자가 다소 과감하게 말해본다. 

시민성은 최소 자질이고, 인성은 최대 역량이다. 인성은 사람에 따라 달리 육성될 수 있다. 공자와 같은 성인들이 그 최대치를 보여준 바 있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시민성은 민주사회에서의 주체적 삶을 위한 필수적 요건이라면, 인성은 그 주체적 삶을 더욱 유의미하게, 그리고 더 나아가 공동체를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드는 역량이다. 개개인은 노력을 통해 더 나은 인성을 개발할 수 있고, 설사 그렇게 못한다고 해도 손가락질을 받을지언정 시민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모든 시민이 반드시 지극한 효자는 아니다. 

여기서 ‘효’를 언급함은 난데없는 게 아니다. ‘효’는 교육부 인성교육 정책에서 “핵심 가치·덕목” 중 하나이다. 그 전체 목록에는 ‘효’ 외에도 ‘예’가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과 함께 올라있다. 인성교육의 더 선명한 차별성이 어쩌면 여기에 있지 않을까? 동아시아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덕목이 그 목록에 포함된 점에 필자는 주목하게 된다. 세계의 여러 민주공동체들은 각기 다른 문화적 색채를 지닌다. 문화적 다원성이란 이름 아래서 그 차이는 모두 존중받아 마땅하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민주공동체는 기본적인 시민의 자질 위에 ‘효’와 ‘예’를 갖춘 인격들로 인하여 그 독특한 색채를 내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위 계획서에서 ‘효’와 ‘예’의 가치는 단지 타자 존중의 민주시민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국한된다. 이는 일리가 있지만, 최소 자질이 아닌 최대 역량으로서의 인성의 가치를 협소하게 만든다. 다만, 우리는 ‘효’와 ‘예’가 정확히 어떻게 우리의 개인적 삶과 공동체를 한층 더 유의미하게 만드는지 다시 성찰하고 서로 설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전통 덕목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상존함을 상기해야 한다. 특히 ‘효’와 ‘예’ 같은 덕목들에 삼투된 가부장성은 한국적 민주공동체가 그 독특한 색채를 자아내는 데 있어 여전한 저해 요소이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는 더 많은 전통적 가치·덕목에 주목해야 한다.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덕목 리스트는 개방적이어야 한다. 이를테면, 유교적 전통의 겸양은 현대사회에서 최대 역량으로서뿐만 아니라 최소 자질로서도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겸양은 서구 민주주의에서의 관용에 비견되어, 한국적 민주공동체에 독특한 색채를 가미할 수 있는 덕목이다. 다만 이에 대한 우리의 성찰과 고민이 아직 미흡하다. 그 외 더 다양한 전통적 가치·덕목에 대한 연구도 긴요하다. 

물론 민주시민성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부족한 기본적 자질이다. 그러나 우리는 더 다양한 전통의 가치·덕목을 발굴하고 현대에 맞게 재구성함으로써 개인의 삶과 공동체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할 가능성도 동시에 모색해야 한다. 인성교육은 바로 이러한 인문학적 성찰 위에서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김도일 성균관대학교·동양철학(윤리학)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교수. 토론토대학(UNIVERSITY OF TORONTO)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전공은 유학, 동양철학, 윤리학이다.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한국철학과 4단계 BK21 교육연구단 단장, 동아시아학술원 유교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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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2021-08-19 11:40:17
인성함양을 통한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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