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는 코로나19에 어떤 면역 반응을 나타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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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는 코로나19에 어떤 면역 반응을 나타내나
  • 기초과학연구원
  • 승인 2021.08.09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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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S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 Vol. 19_ 인체는 코로나19에 어떤 면역 반응을 나타내나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난해에 이어 사스코로바이러스-2(SARS-CoV-2)의 과학적 이해와 극복 방안 모색을 위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최근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이러스 변이와 백신‧치료제 개발 관련 연구동향과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지난 7월 30일 발간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2]_vol. 19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승인 하에 전재한다.

 

짧은 시간에 이룬 바이러스 면역학의 성과들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두 가지 방향에서 대응 연구가 이루어진다. 우선 바이러스 학자들이 나서서 바이러스가 가진 특성을 파악한다. 이와 동시에 필자와 같은 바이러스 면역학자들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어떻게 면역 반응을 나타내는지 밝힌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바이러스 학자들과 바이러스 면역학자들의 협업은 긴밀히 이루어지고 있다.

왜 코로나19 환자마다 증상의 정도가 다른가

2020년 3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았다. 그런데 같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였됐음에도, 환자들이 중증과 경증으로 나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에 필자가 속한 KAIST 의과학대학원 면역 및 감염 질환 연구실은 그 이유를 규명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우선 코로나19 환자들의 혈액 샘플을 구하고자 했다. 다행히 팬데믹 이전부터 구축한 주요 병원 감염내과와의 협업 네트워크 덕분에 수급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게 확보한 혈액 샘플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 세포를 분리해냈다. 이후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기법’을 활용해 각 면역세포의 유전자 발현 특성을 개별 세포 단위에서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코로나19 중증 및 경증 환자의 혈액을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인 중증 독감(인플루엔자) 환자의 혈액과 비교했다. 그러자 중증과 경증을 막론하고, 코로나19 환자의 면역세포에서는 사이토카인(면역물질)의 일종인 종양괴사인자(TNF)와 인터류킨-1(IL-1)의 영향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TNF와 IL-1은 염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인플루엔자 환자들의 면역세포는 인터페론이라는 사이토카인의 자극을 받은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의 경우 TNF와 IL-1의 영향과 함께 인플루엔자의 특성인 인터페론의 영향이 공존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즉,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는 원래 각기 다른 종류의 사이토카인 영향으로 과잉 염증반응이 유발되나,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이 모든 것이 함께 나타난다는 의미다.

이 연구결과는 2020년 7월 국제학술지 ‘Science Immunology’에 게재됐다. 해당 성과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에서 나타나는 과잉염증 반응, 즉 ‘사이토카인 폭풍’의 구체적 내막을 밝혔다고 평가되었다. 연구를 결심한 순간부터 논문 최종 출판까지는 고작 4개월이 걸렸을 뿐이다.

▲ 신의철 교수 연구팀은 독감 환자와 건강한 사람, 그리고 경증(Mild) 및 중증(Severe) 코로나19 환자의 혈액에서 내 여러 유형의 면역세포의 특성을 단일세포 유전자 발현 분석이라는 최신 연구 기법을 적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TNF와 IL-1의 영향을 공통적으로 받는데,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독감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사이토카인으로 알려진 인터페론의 영향까지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로부터 혈액을 얻은 후 면역세포들을 분리하고 단일 세포 유전자발현 분석이라는 최신 연구기법을 적용해 그 특성을 분석했다.

인터페론, 적절하면 괜찮지만 과하면 독(毒)

다만 이 논문은 학계에 혼란을 주기도 했다. 우리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경증 환자에 비해 인터페론 반응이 강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논문들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보고되었다. 인터페론은 본래 항바이러스 역할을 하는 ‘착한’ 사이토카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특별한 치료제가 없던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인터페론을 약으로 투여하기도 했다.

만약 우리 연구진의 결론이 맞다면, 코로나19 환자, 특히 중증 환자에게는 과잉 염증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인터페론을 절대 약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이에 우리는 일련의 논란을 정리한 글을 ‘Nature Reviews Immunology’에 발표해 학계의 공론화를 촉발했다. 다양한 논의 끝에 인터페론 반응이 적절하면 경증에 그치지만, 너무 부족하거나 과잉되면 중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정설로 확립됐다. 좋은 논문을 썼다는 기쁨과 함께, 우리의 노력으로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과학자들의 집단지성을 이루어냈다는 감회도 컸다.

코로나19 환자의 T세포는 정상 작동하는가

2020년 여름부터 우리는 코로나19 회복 환자에서 나타나는 T세포 면역반응 연구에 매진했다. T세포는 인체에 존재하는 다양한 면역세포들 중 하나다.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감염 바이러스에 작동하는 T세포들이 선택적으로 활성화된다. T세포들은 감염된 세포를 빨리 제거하고 더 이상의 증식을 막으며, 항체를 만드는 B세포를 돕기도 한다.

이렇게 활성화되었던 T세포들은 바이러스가 사라진 뒤에도 기억T세포의 형태로 오랜 기간 체내에 남는다. 기억T세포는 코로나19 감염 자체를 예방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중증 코로나19로의 진행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재침입했을 때 이들이 재빨리 활동을 재개하여 빠른 회복을 돕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19 환자에서 T세포의 작동 양상을 살피는 것이 중요했다. 즉 T세포가 정상 활성화되어 항바이러스 기능을 하는지, 또한 회복자에서는 기억T세포로 잘 분화하여 유지되는지 등을 밝혀야 했던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들의 T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요지의 논문 몇 편이 발표되었고, 이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우리는 이 정설을 검증하는 연구를 기획했다. 그러려면 우선 코로나19 환자 혈액의 수많은 T세포들 중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T세포만 식별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10여 년 전부터 C형간염바이러스를 연구하며 축적된 기술력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 기술을 활용하여 2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환자들의 T세포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정설과는 다르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특이적인 T세포들은 항바이러스 기능을 제대로 발휘함을 확인하였다. 또한 바이러스 감염에서 회복에 이르는 동안 T세포의 특성 변화 및 조절 양상에 대한 세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연구결과는 2021년 1월 국제학술지 ‘Immunity’에 게재됐다. 이로써 우리는 팬데믹으로 인한 혼란 상황에서 성급히 도출된 오답을 교정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력을 활용한 정교한 연구기법 덕분이었다. 나아가 올바른 과학적 지식을 세계와 인류에 공유했다는 중요한 성과도 얻었다.

 ▲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촬영한 건강한 사람의 T세포. (출처: Flickr)

코로나19 회복 후에도 10개월 이상 방어면역 유지

그렇다면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후 얼마나 오래 기억T세포가 유지되는 걸까. 2020년 3~4월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들의 혈액을 확보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특이적인 기억T세포 반응을 10개월 동안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코로나19 회복 직후부터 나타나는 기억T세포가 10개월의 관찰 기간 동안 잘 유지됨을 확인했다. 즉, 적어도 10개월까지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다시 노출되더라도 기억T세포가 재빠르게 항바이러스 작용을 한다는 의미다. 기억T세포는 코로나19 경증 및 중증 여부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회복자들에게서 잘 나타났다. 이 연구의 결과는 올해 6월 30일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이 논문에서는 더욱 중요한 발견이 있었다. 기억T세포 중에는 ‘줄기세포 유사 기억T세포’라는 것이 있다. 이 세포는 다른 기억T세포들보다도 세포증식능, 분화능, 자기재생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회복자들에서 바로 이 줄기세포 유사 기억T세포가 잘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신의철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환자의 혈액을 10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특이적인 기억T세포가 회복 후 10개월 이상 지속됨을 확인했다. 또한, 기억T세포의 숫자를 유지해주는 기능을 하는 줄기세포 유사 기억T세포 역시 오랜 기간 동안 잘 유지됐다.

비록 10개월이라는 기간의 한계는 있지만, 기억T세포가 장기 지속된다는 희망적인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특히, 기억T세포에 대한 재생기능을 가진 줄기세포 유사 기억T세포가 상당히 오래 유지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T세포와 더불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면역반응의 양대 축 역할을 하는 것이 중화항체다. 코로나19 회복 후 이 중화항체들이 감소한다는 뉴스가 전해지는 안 좋은 상황에서, 기억T세포에 대한 연구는 희망적인 소식으로 여겨진다.

코로나19와 면역, 아직 풀지 못한 문제들

하지만 아직 풀지 못한 문제들이 많다. 백신 개발과 보급에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위세가 꺾이지 않았으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연구진은 향후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조절T세포나 NK세포의 변화’, ‘소아와 성인 환자의 면역반응 차이’, ‘백신 접종 이후 T세포의 특성’ 등의 주제를 탐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오는 10월부터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산하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를 새 거점으로 삼아 연구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코로나19를 포함하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모든 해답은 결국 과학에 있다. 현재 코로나19 종식에 그나마 가까운 국가들이 미국, 영국 등 백신을 자체 개발한 과학 강국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K-방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래에 또다시 바이러스의 습격을 받게 된다면, 그때는 K-과학이 문제 해결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한다.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 글 |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KAIST 전염병대비센터 센터장 / 정민경 KAIST 의과학대학원 연구조교수
* 편집 | IBS 커뮤니케이션팀
* 발행일 | 2021년 7월 7일
* 출처 |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1003/selectBoardArticle.do?nttId=20298&pageIndex=1&searchCnd=&searchW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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