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프런티어 법안(The Endless Frontier Act) 추진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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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프런티어 법안(The Endless Frontier Act) 추진현황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8.09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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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R&D 이슈]

2020년 5월은 미국국립과학재단(NSF) 설립 70주년이 되는 해이며 NSF를 설계한 Vannevar Bush의 「Science – The Endless Frontier」 보고서 작성 75주년이 되는 해이다. 역사적인 해를 맞이하여 민주·공화 상원(2명)·하원(2명) 의원들은 「The Endless Frontier Act(프런티어법(안))」을 제안하였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NSF 조직에 기술본부(Technology Directorate)를 신설하고 향후 5년 동안 $100bn(100조 원 이상)을 지원하며, 기관명을 국립과학기술재단(NSTF)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제안의 배경은 미·중 기술패권 전쟁 및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강화하고 견고히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안)과 관련하여 미국 과학기술 커뮤니티에서는 찬·반 양론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MIT 총장을 비롯한 대학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하지만 NSF 前 총재들 간에는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N. Lane(1993-1998)과 Ms. F. Cordova(2013-2020)는 지금은 기초·응용연구를 통한 융합연구를 추구해야 할 시기라며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A. Berment(2004-2010) 박사는 기술본부 신설(안)은 실수이며 응용·개발연구는 분야별 전문연구기관(Mission Agencies)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국연구재단은 지난달 12일 <프런티어 법안 추진현황>이란 제목의 이슈 리포트(작성자: 이한진 한국연구재단 국책사업기획실)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한국연구재단(NRF)의 국책연구 사업에는 탁월한 기초연구성과와 결과물을 수용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결여되어 있으며, 일본과학기술진흥재단(JST)의 A-STEP 사업과 같이 연구 성과의 단계에 따라 사업화·실용화를 지원하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The Endless Frontier Act(프런티어법(안))」에 대한 연구재단과 국제협력본부 차원의 지속적인 탐색과 조사를 통해 법(안)의 영향이나 NSF의 대응을 다각적인 차원에서 관찰할 것을 제안했다.

■ 추진현황

미국 국립과학재단 설립 70주년을 기념하는 해인 작년 2020년 5월 민주·공화 양당의 상·하원 각 2명씩 4명은 초당적으로 「The Endless Frontier Act(이하 프런티어법)」을 제안했다. 「프런티어법」의 제안 배경은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강화하고 견고히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미·중 기술패권 전쟁에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GVCs)을 구축하고 첨단기술과 공급에서 미국의 확고한 우위를 체계화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미국의 전략 중심에 국립과학재단(NSF)을 위치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제안 초기의 내용은 NSF 조직에 기술혁신본부(Directorate of Science and Innovation)를 신설하고 NSF의 명칭을 NSTF(국립과학기술재단: 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Foundation)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또한 신설 본부에 100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하여 인공지능(AI), 첨단재료, 양자정보과학 등의 첨단 분야를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법안의 제안 이후 초기(안)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새로운 내용으로 대치되고 변경되었다. 아래 표에서와 같이 기관 명칭의 변경을 철회하고 신설 본부장 임명 시 부총재 혹은 상원 승인 후 대통령 임명과 같은 절차(안)은 총재와의 불필요한 논쟁과 타 분야 본부장들과의 균형을 위해 개선했다. 또한 과학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NSF 설립목적(전 분야지원)을 위한 균형적인 예산 편성 등으로 조정했다.

해당 법(안)은 상·하원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제안되었다. 상원(안)은(Senate Bill, S1260) 「The Endless Frontier Act」로 제출되었고 하원에서는(House Bill, H.R.2225) 「NSF for the Future Act」로 제시되었다. 한편, 신설 본부의 예산이었던 $100B 지원은 다양한 이유로 에너지부 및 상무부 사업 등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전환되기도 하였고 상·하원에서도 서로 다른 형태의 예산 배분으로 분산되었다.

상원에서는 NSF의 신설 본부(기술혁신본부)가 해당 본부의 예산지원 외에 에너지부 및 상무부 등의 기관에서 기존 신설 본부를 위한 예산 중 응용기술과 관련된 부처 연구에 예산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상원의 양당 의원들은 척 슈머(민주당 원내대표) 의원에게 에너지부(DOE)의 17개 국가 실험실 네트워크에 예산 증액을 요청하였다. 결과로 DOE는 $16.9B의 추가예산을 배정받았다.

한편, 공화당 상원 의원들은 NSF의 연구지원 방향이 몇몇 주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에 불평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적으로 NSF를 비롯한 연방예산의 연구비 지원 중 연방 연구개발(R&D)을 받는 644개 대학 중 상위 30개 대학(4.7%)이 전체 연구비의 절반 정도(45.6%)를 점유하고 있다(NSF, 2021). 이러한 현상은 설립 당시부터 NSF 연구지원 철학이 탁월성(Excellence)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불평을 하고 있으며 해당 의원이 속한 지역이나 선거구에 정부예산 혹은 연구지원 보조금 등을 가져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의원들의 이러한 행태는 Pork Barrel이라고 하는데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각국의 공통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또 한편, 초기 NSF 내 본부 신설과 100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자될 것이라는 내용에 대해 과학 커뮤니티에서는 그동안 과학 분야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했던 국립보건원(NIH)과의 예산 형평성이 균형을 잡아서 환영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또 다른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즉, 신설 본부와 기존 본부와의 예산의 불균형 문제가 제기된 것이었다. 더욱이 과학연구 커뮤니티는 NSF의 추가적인 예산 확보를 환영하지만 새로운 기술본부의 활동으로 인해 대학 전 분야의 기초·원천연구를 지원하는 NSF가 핵심 미션으로부터 점차 멀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따라서 연구지원은 신설 본부 중심이 아니라 기타 부서들과 균형을 맞추어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66개교를 구성으로 한 미국대학협회(AAU)는 관련 법안이 NSF의 핵심 업무를 약화시키고 부담을 가중시킨다면 관련 법안에 대한 지원을 철회할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신설 본부에 대한 $50B 투자를 언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2022년 예산의 20% 증가를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 법안의 의의와 미래 전망

「프런티어법」은 과정상으로는 민주·공화 양당과 상·하 양원 4명의 초당적 협력에 의한 법안이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법안이었다. 또한 NSF의 예산과 위상을 국립보건원(NIH)과 균형을 맞추어 가며 과학기술 커뮤니티의 기대를 모았던 것이기도 하였다.

물론 최초의 기획 내용과 기대했던 모양대로 추진되지는 않았지만 NSF를 비롯한 미국 과학기술 커뮤니티에 바람직한 논쟁을 제공하였을 뿐 아니라 첨단과학기술과 세계 과학기술 리더십을 선도하는 미국의 의지와 정책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NSF는 예산의 무조건적인 확대와 증가보다 전 분야의 과학·공학(S&E) 사업을 균형 있게 추진하고 설립 당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커뮤니티의 의지와 의견을 확인하는 기회도 되었다. 

바이든 정부는 미·중 간 기술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고, 세계 공급사슬(Supply Chain)을 미국화·내국화(On-Shoring)라는 재편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을 감소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가치동맹과 기술동맹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자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초 NSF를 전진기지로 하여 그러한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였지만 기초·원천연구에 대한 지원을 지난 70년간 수행해 왔던 NSF에 기술혁신본부만을 신설하는 것만으로는 미국 정부의 원활한 정책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에너지부 및 상무부 산하 연구기관을 통한 정책집행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NSF는 예산적인 관점에서 국립보건원(NIH)을 넘어설 정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이번 「프런티어법」의 추진 과정을 통해 기관의 정체성을 더욱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기술혁신본부라는 새로운 본부를 신설하고 설립 71주년을 지나 세계 연구지원기관의 선구적인 모델로 역할을 수행하는 NSF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역사를 써 내려갈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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