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Poland)와 폴스카(Pol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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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Poland)와 폴스카(Polska)
  •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 승인 2021.08.02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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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탁의 ‘말로 푸는 역사 기행’]

■ 기획연재: 연호탁의 ‘말로 푸는 역사 기행’ (61)_ 폴란드(Poland)와 폴스카(Polska)

 

“너는 귀하게 태어났으니 바르게 살기를 바란다. 바른 사람이란 사람을 위하는 사람이다.”
 -- 손자에게 주는 德國 할아버지의 교훈

 

독일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Germany와 Deutschland가 있다. 한자 표기는 獨逸과 德國이다. 도이칠란트의 머리글자를 음사한 것이다. 영어 명칭 Germany는 라틴어 Germania에서 파생된 것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기원전 100~45년)가 라인 강(the Rhine) 동편에 사는 민족들 즉 게르만족을 지칭해 쓴 용어다. 『갈리아 전기』에서 카이사르는 게르만족을 간교한 종족으로 치부하며 대표적인 집단으로 수에비족(Suebi 혹은 Suevi, Suavi로도 표기)을 위시해 우비족(Ubi), 우시페테스족(Usipetes), 텐크테리족(Tenchtheri) 등을 거론하고 있다.

 

(좌) 게르만족 전사의 특징인 팔찌와 머리 매듭을 한 2세기 경 청동상,  (우) 로마 콜로나 광장에 있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승전 기념 석주에 묘사된 수에비족(176년)

카이사르는 오늘날의 독일과 체코에 해당하는 엘베강 지역을 거점으로 하던 수에비족은 게르만 부족 중 가장 덩치가 크고 호전적인 집단이며, 이들에게 있어 상인은 생활필수품을 들여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에서 획득한 전리품을 팔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전한다.

수에비족은 개별 사유지가 없고, 한 곳에서 일 년 이상 거주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곡물보다 우유와 고기 위주의 식생활을 했기 때문에 사냥을 많이 했다. 이런 환경이나 일상생활이 이들의 체력을 단련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은 가죽이 부족한 탓에 거의 벌거숭이로 생활했고, 심지어 추운 지역에 살면서도 옷 하나 제대로 걸치지 않고 넓게 트인 강에서 목욕을 하기도 했다.

본래는 ‘게르만의 땅’이라는 의미의 diutisciu land에서 비롯된 도이칠란트라는 국명은 ‘of the people’의 의미를 갖는 고대 고지 게르만어 diutisc에서 전해진 deutsch에서 파생된 말이다. Diot 혹은 diota에 기원을 둔 diutisc는 ‘people’이라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도이치란 카이사르가 그랬듯 라틴어와 라틴어의 후손인 로만스어(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를 쓰는 사람들과 구별되는 게르만족과 같은 야만인들을 낮춰 부르는 말인 셈이다. 힘 가진 자들은 이렇게 자신을 중심에 놓고 주변은 야만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무관중 도쿄올림픽 입장식을 보다가 폴란드 선수들이 자신들의 유니폼에 국명을 Polska로 적고 있음을 보았다. 우선 Poland라는 명칭은 서 슬라브족에 속하는 폴란족(the Polans)에 그 기원을 둔다.

 

                    (좌) 오늘날의 폴란드와 그 주변 국가, (우) 9, 10세기 경 서 슬라브족의 분포

독일 동편에 있는 나라 이름 폴란드(Poland)는 엑소님(他稱)이고, 폴란드인들이 폴스키(Polski)라고 말하는 폴란드어(영어로는 Polish language)로 자신들의 나라라고 말하는 엔도님(自稱)으로서의 국명은 폴스카(Polska)다. 수도는 바르샤바(Warsaw)다. 그런데 영어를 말하는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워쏘/에 가깝게 발음을 한다. 바르샤바는 폴란드어 명칭이고 Warszawa라고 표기한다. 이런 일은 흔하다. 

그리스에 갔더니 수도를 현지인들은 어씨나(Athena)라고 하고, 외래 관광객들은 애쓴스(Athens)라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자랑스레 아테네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은 서울을 쏘울이라거나 쎄울에 가깝게 발음을 해 서울 주민을 당혹하게 한다. 러시아의 수도를 현지인들은 도시를 관류하는 강 이름을 따 마스크바(Moskva)라고 한다. 물론 영어식 발음은 이와 달라 모스코(Moscow)에 가깝다. 못하는 외국어가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 틈에 러시아어를 익혀 모스크바라고 말한다.   

고대시기에 현재의 폴란드 일대에는 수많은 부족들이 살고 있었다. 기원후 400년에서 500년에 이르자 켈트족, 스키타이족, 게르만족, 사르마티아인, 슬라브인 등이 거주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이곳에 살던 슬라브인 등 여러 민족들은 문자 기록을 남기지 않아서 과거 그들의 생활상을 자세히 알 수 없다. 폴란드는 10세기 중엽에 이르러서야 피아스트 왕조 하에서 하나의 단일 국가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 폴란드의 지도자였던 미에슈코 1세가 기독교를 받아들여 966년경에는 폴란드 전체를 개종시켜 자신의 권력 강화의 기반으로 삼았다. 

 

                         요한 바오로 2세와 1989년 한국 방문 시 여의도 광장에서의 미사 집전

20세기 말 신앙심이 깊은 폴란드 출신의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재위: 1978~2005년)가 탄생하였다. 그는 기독교 역사상 교황 하드리아노 6세 이래 455년 만의 비(非) 이탈리아 출신 교황이자 최초의 슬라브계 교황이다. 동시에 20세기 교황들 가운데 최연소로 즉위한 교황이기도 하다. 또한 27년 가까이 재임한 그는 34년 동안 재임한 베드로와 31년 동안 재임한 교황 비오 9세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오래 재임한 교황이기도 하다.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한국외대에서 영어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명지대에서 중앙아시아사 전공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관동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그동안 『중앙일보』에 ‘차의 고향’,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에 칼럼 ‘문명의 뒤안, 오지 사람들’, 『교수신문』에 ‘욕망의 음식: 음식문화사’를 연재했다. 저서로는 『문명의 뒤안 오지의 사람들』, 『차의 고향을 찾아서』, 『궁즉통 영어회화』,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 몽골 초원에서 흑해까지』, 『문화를 여행하다: Travel, Culture&Peopl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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