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실현은 지속가능한 사회의 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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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실현은 지속가능한 사회의 초석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8.0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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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한 사회의 길을 묻다: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담론을 다양한 시각에서 치열하게 다룬 책 | 김석호 외 지음 | 시공사 | 646쪽

 

공정성은 현대 한국 사회의 총체적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로 꼽힌다. 공정성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존재하지만, 각자 사용하는 개념이 자의적이며 자기 이해관계에 따른 아전인수식 해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사회적·국가적 층위에서 공정성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은 공정성 실현을 위한 노력의 전제 조건이 된다. 또한, 공정성은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매우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문제이다. 수많은 이들이 불공정성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다양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불공정성이 발전과 성장의 발목을 잡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 책은 불공정성으로 야기된 문제점들을 관찰하고 드러냄으로써 공정성에 접근하고자 시도하면서 한국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배경이 무엇인지를 따져 묻고 공정성의 본질적 의미를 파고든다. 또한 국가 단위를 비롯해 교육, 성별, 계층, 의료, 이주민, 노동, 행복 추구 등의 측면에서 불공정성 문제를 파악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의 초석으로서 공정성을 실현할 유기적 방안을 찾는다. 

공정성의 문제는 ‘자원의 제한성’으로 인해 발생한다. 제한적 자원을 분배하는 방식과 그 결과의 정당성, 즉 정의와 공평과 직결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이 첨예하게 제기되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 자원의 부족과 쏠림이 나타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현대 한국 사회는 저성장, 고용 침체, 고령화, 급격한 기술 변화, 불확실성 증가 등의 뉴노멀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은 분배 자원 자체의 고갈을 체감하며 불안감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자원이 부당한 방식으로 특정한 사람에게 쏠리는 불공정에 직면하곤 한다. 그 결과 한국 사회는 공정성 그 자체가 최고 목표가 된 듯한 기묘한 모습을 연출했다. 대표적 공정의 영역인 사법부터, 젠더 이슈 등의 사회문제뿐만 아니라 연인, 가족 간에도 공정성이 숭고한 가치로 자리 잡은 실정이다. 

지금까지 사회 배경, 시대 상황, 이론적 지향점 등에 따라 공정성 논의는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렇지만 사회 공동체의 유지와 협력이라는 공통적 목적을 지향하고 있음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추구하여야 할 공정성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공정성의 개념은 시장, 시민사회, 국가 등 추구하는 차원에 따라 달라진다. 시장에서의 공정성은 이윤 창출에 기여한 만큼 돌려받는 것이다. 시민사회에서의 공정성은 구성 간 역할 분담에 기반한 호혜성 원리로 구현된다. 이와 달리 국가 차원의 공정성은 구성원을 동등하고 대하는 평등주의가 핵심이 되어왔다. 관건은 시장, 시민사회, 국가 차원에서 서로 다른 공정성 개념을 이론적으로 토의한 후, 국가의 중요 정책들을 어떤 차원의 공정성 실현을 위해 디자인하는가이다. 국가는 시장에서 소외되고, 시민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동등하게 대하는 제도적ㆍ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유지하는 것이 공정성의 핵심이 된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추구해야 할 공정성은 소외, 배제,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 이는 ‘공공성’으로 표현된다.

이 책에서는 한국인의 불평등과 불공정성 인식을 조사하였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 개인 노력의 효과, 분배의 기준에 대한 인식을 물어보았다. 그 결과 상당수의 한국인이 한국 사회의 구조화된 불평등과 불공정성에 울분의 감정을 지니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런 박탈감은 냉소와 스트레스를 불러오고 사회 공동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불공정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커리어와 인생 경로들이 비교적 동등한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상징 작업과 가치의 재정렬 작업을 끊임없이 수행하는 사회적 과제가 요구된다.

연구 결과 낮은 공정성 인식은 한국인의 행복감은 물론이고 삶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감정적 경험 등 주관적 안녕감의 다양한 측면들과 강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관계의 강도가 소득수준과 비교할 만하거나 오히려 더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흥미로운 점은 비슷한 소득수준을 가진 사람 중에서도 한국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의 행복감과 만족감이 더 낮았다는 것이다. 또한, 공정성 인식이 낮은 사람 중에서 소득수준에 따른 행복감의 격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결과는 사회의 전반적 공정성에 대한 인식에 따라 소득 불평등이 사람들의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이 증폭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 공정성에 관한 학문적 연구와 정책적 검토는 더욱 다양하고 풍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공정성의 개념이 정의, 공평, 평등, 형평 등의 유사 개념들과 분명한 이론적 구분 없이 혼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에 대한 철학적ㆍ사회학적ㆍ정치학적 관점의 조명과 재구성도 정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은 현실과 유리되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사회 비판적 담론 성격으로 흐르면서 실체가 없이 나타나는 경향도 보인다. 공정성 담론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담론 자체에 대한 대응보다는 그 실체를 경험적 근거를 바탕으로 차분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따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주제들에 대해 논의하며 4가지 제언을 전한다.

① 청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미래가 열린다.
② 사회적 이동성과 공정성 간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③ 미래 발전의 동력이 건강한 시민사회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④ 신뢰할 만한 양질의 통계를 구축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기본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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