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대사 연구의 핵심 사료인 『삼국사기』 원전과 편찬에 대한 체계적 연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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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대사 연구의 핵심 사료인 『삼국사기』 원전과 편찬에 대한 체계적 연구 필요하다
  • 전덕재 단국대학교·한국사
  • 승인 2021.08.0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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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책, 나의 테제_ 『삼국사기 잡지·열전의 원전과 편찬』 (전덕재 지음, 주류성, 564쪽, 2021.06)

 

한국고대사 연구의 핵심 사료는 『삼국사기』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에 폭발적으로 연구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고대사 연구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요즈음 한 해에 약 500편 이상의 논저가 제출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매우 영성(零星)한 문헌 자료에 근거한 실증적인 한국고대사 연구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느낌을 받는다. 

 

한국고대사 연구에서 문헌 자료의 영세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삼국사기』 원전(原典)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를 제시할 수 있다. 『삼국사기』 본기나 잡지, 열전 등의 원전을 세밀하게 추적하면, 각 기사의 기본원전 및 거기에 실린 원래의 모습을 복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떠한 개찬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삼국사기』에 실리게 되었는가를 살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삼국사기』에 각각의 기사가 실리게 된 배경, 개찬과정에서 개서(改書)된 표현이나 용어, 변개된 내용 등을 추출하는 것이 가능하고, 나아가 원전에 전하는 자료들을 『삼국사기』 찬자들이 어떻게 활용하여 『삼국사기』를 편찬하였는가에 관해서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삼국사기』에 전하는 주요 기사를 이와 같은 연구방법론을 활용하여 세밀하게 천착하다 보면, 이전에 미처 파악하지 못하였거나 생각하지 못하였던 고대의 역사상을 새롭게 복원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삼국사기』 본기와 잡지, 열전에 실린 각각의 기사가 처음에 어떠한 사서 또는 고기류 및 전승자료에 수록되었고, 그것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삼국사기』에 수록되었는가를 치밀하게 추적한다면, 각각의 기록에 대한 사실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나름의 단서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본인은 2018년에 『삼국사기』 본기의 원전과 편찬과정을 탐구한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삼국사기 본기의 원전과 편찬』(주류성)으로 출간하였다. 본인은 『삼국사기』 본기의 원전과 편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본기의 주요 원전이 『구삼국사』였고, 여기에 잡지와 열전이란 편목이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본인의 생각을 잡지·열전의 원전 검토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2016년 하반기부터 이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였다. 본서는 바로 2016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진행한 잡지 및 열전의 원전과 편찬에 대해 검토한 연구성과들을 정리하여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잡지와 열전에 전하는 기록의 대부분은 신라에 관한 것이다. 본인은 본서에서 일차적으로 신라본기와 잡지·열전에 전하는 기록을 상호 비교 검토하는 방법론을 활용하였다. 신라본기에 전하는 기록과 잡지·열전에 전하는 기록을 정밀하게 대조하여 비교 검토한다면, 『삼국사기』 찬자가 잡지·열전을 찬술하면서 어떠한 전거자료를 참조하였는가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국사기』 찬자가 잡지와 열전을 찬술할 때에 활용한 전거자료의 찬술 시점을 해명하면, 그것의 찬술 주체와 의도, 그 배경 및 그것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본인은 전거자료의 찬술 시점을 밝힐 수 있는 관건으로 관제(官制) 및 관직(官職)의 명칭, 지명(地名), 관등·인명 표기의 변동 추이를 주목하였다. 전거자료에 전하는 관제와 관직의 명칭 및 지명 등을 관찰하면, 전거자료의 찬술 시점 및 그것의 찬술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본서에서 이와 같은 연구방법론을 활용하여 『삼국사기』 찬자가 잡지와 열전을 찬술할 때에 참조한 전거자료의 찬술 시점을 규명하고, 전거자료 및 잡지·열전의 찬술과정을 추적하였다.

본인은 본서를 크게 2부로 구성하였다. 1부에서는 제사지와 악지, 색복지, 지리지, 직관지의 원전과 편찬과정을, 2부에서는 51명 열전의 원전과 편찬과정을 정리하였다. 잡지 기록 가운데 신라에 관한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삼국사기』 찬자는 『구삼국사』가 원전인 신라본기의 기록을 거의 참조하지 않고, 고려 중기까지 전하는 다양한 전승자료를 기초로 잡지를 찬술하였다. 또한 그들은 신라본기의 기록을 거의 참조하지 않고, 『김유신행록』·『계림잡전』·『화랑세기』를 비롯한 여러 사서와 각 인물의 행적을 정리한 행장(行狀) 등을 원전으로 활용하여 신라 인물 40명의 열전을 찬술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현재 우리는 『삼국사기』 잡지와 열전을 통해 신라의 다양한 제도와 인물, 신라 역사에 관한 보다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반면 고구려와 백제 관련 잡지의 기록은 중국 사서에서 발췌 인용한 것이 대부분이고, 두 나라 인물의 열전 가운데 온달과 도미, 계백열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고구려본기 또는 중국 사서에 전하는 기록이 원전이었다. 따라서 두 나라 관련 잡지 기록과 인물 열전의 사료적 가치는 신라 관련 잡지 기록이나 신라 인물 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본인은 선학들이 대체로 『삼국사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한 결과, 『삼국사기』 기록의 원전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해 많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또한 근래에 이르기까지 『삼국사기』 기록의 신빙성 여부, 『삼국사기』에 담긴 역사인식 등에 대해 지나치게 집중하는 학계의 동향에 대해서도 못내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이에 본인은 학계에서 정사(正史)인 『삼국사기』에 대해 객관적,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삼국사기』 원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그 결과물로 두 권의 저서를 출간하였다. 

『삼국사기』의 원전과 편찬과정을 규명한 본서를 읽음으로써 한국고대사 연구의 핵심 자료인 『삼국사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것의 사료적 가치 및 사학사적 위상에 대한 이해를 크게 제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본인의 저서는 한국고대사를 전문으로 연구하려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연구 시야와 안목을 높이는 데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향후 본서의 출간을 계기로 『구삼국사』의 성격과 체제, 『삼국유사』 원전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덕재 단국대학교·한국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문학석사 및 문학박사).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경주대학교 교양과정부와 문화재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단국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신라육부체제연구』(1996), 『한국고대사회의 왕경인과 지방민』(2002), 『한국고대사회경제사』(2006), 『신라 왕경의 역사』(2009), 『삼국사기 본기의 원전과 편찬』(2018), 『한국 고대 음악과 고려악』(2020) 등이 있다. 현재 한국고대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제40회 두계학술상(『삼국사기 본기의 원전과 편찬』)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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