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베이비2〉 속 ‘과학/수학’ 키워드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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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베이비2〉 속 ‘과학/수학’ 키워드 세 가지
  • 기초과학연구원
  • 승인 2021.08.0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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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리포트]

※스포없음※ 
수학 교양서 작가가 콕 집어 주는 
〈보스 베이비2〉 속 ‘과학/수학’ 키워드 세 가지


"전 세계 베이비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던 보스 베이비!
베이비계의 레전드 오브 레전드! 
베이비 주식회사 1층 로비를 장식한 그 장본인! 
그가, 다시 돌아왔다!"


시쳇말로 ‘하기스 몸매’라고 부르는 2등신 아기의 비주얼에, 세상 다 살아본 듯한 나직한 목소리와 시건방을 최대로 장착한 삶의 태도가 반전 매력이 뿜뿜! 베이비계의 최고 아이돌 보스베이비 테드가 5년 만에 돌아왔다.

 

ⓒ유니버셜 픽쳐스, 성공한 CEO 테드(데오르드 린지 템플턴), 무럭무럭 성장해 인생을 즐기고 있다. 

테드는 더 이상 7개월짜리 베이비가 아니다. 세월이 흘러 전작 ‘보스 베이비’의 두 주인공 테드와 테드의 형 팀은 잘 자라 각자의 삶을 바쁘게 살고 있다. 팀은 결혼해서 벌써 딸이 둘이고, 테드는 성공 신화를 쓴 인생 만렙 CEO로 거듭났다. 서로의 졸업식이나 결혼식엔 쿨(!)하게 참여하지 못할 정도로 바삐 산 세월 속에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우애깊은(!) 형제 케미도 여전하다. 그런데 이번 이야기엔 수학, 과학 소재도 풍성하게 담겼다!

물론 보통의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갈 장면들일 터. 매의 눈으로 애니메이션을 살피며 수학, 과학 해설을 덧붙일 요소들을 찾아냈다. 정말 의외의 포인트와 의외의 설정에서 줄줄이 등장하는 수학, 과학 이야기! 이번 애니메이션은 특별히 ‘인물’ 중심으로 글을 정리했다. 이를 소개할 생각에 가슴이 콩닥콩닥♥하니, 모두 모두 기대하시라!

(※아래 본문에는 미리 알면 작품 감상에 방해되는 내용은 과감히 생략했다. 예고편에 등장하는 줄거리와 주요 스틸컷을 공개한 수준이니, 모두 안심하고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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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베이비2 속 인물 중심으로
과학/수학 키워드 3가지 미리 보기!

 

- 첫 번째 인물, 과학과 수학에 진심인 첫째 딸 타비타
- #호킹 #주기율표 #수학유머 #육각형

 

ⓒ유니버셜 픽쳐스, 팀(티모시 레슬리 팀 템플턴)은 아내 캐롤과 함께 첫째 딸 타비타와 둘째 딸 티나를 낳고 가정을 꾸렸다.

팀의 첫째 딸 타비타는 꽤 이성적이고 지성미가 넘치는 아주 똑 부러지는 어린이다. 매사에 엄마 아빠의 도움보다는 스스로 해내려는 의지가 강하다. 예술적 성향이 짙고 감성이 충만한 아빠 팀과 종종 부딪치는데, 최근 들어 갈등이 좀 더 심해졌다. 팀은 훌쩍 커버린 딸과의 거리감이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런데 이 친구, 자기 방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방 벽지에는 화학 기호들이 가득하고, 키우는 금붕어 이름이 호킹 박사! 천장엔 태양계 행성 모빌이 달려있고, 인테리어 소품들과 침구류까지 우주와 천문학을 애정하는 마음이 곳곳에 드러난다. 초대받지 않은 랜선 집들이를 즐기는 마음으로 애니메이션 속에서 타비타의 방에서 과학과 관련된 소품을 찾아내는 쏠쏠한 재미를 느껴 보시길!

​또 타비타 침대 머리맡에는 주기율표가 붙어있고, 타비타는 매일 밤 침대 위에 앉아 원소기호를 외운다. ‘수, 헤, 리, 베, 붕, 탄, 질~’하던 고교 시절 생각이 새록새록, ‘수소, 헬륨, 리튬, 베륨, 붕소, 탄소, 질소!’까지 완벽히 외우더니, 자기 전 머리맡에 두었던 ‘똑똑한 두뇌를 꿈꾸는 재밌는 수학책’을 집어 든다. 마치 소설책을 읽듯 문제가 가득한 수학책을 보더니, 불쑥 자장가를 불러주겠다고 나타난 아빠를 향해 ‘백색 소음’을 듣고 자겠다고 주장하는 타비타다.

​이렇게 똑똑한 타비타가 다니는 학교는 얼마나 특별할까. 어맛, 근데 학교 로고가 육각형이고 학년과 레벨을 구분하는 색상도 빨강 노랑 초록 핑크 파랑 하늘로 여섯 가지! 아장아장 걷는 아가들부터 의젓한 청소년들까지. 학교 내부는 진정한 육각형 세상이다. 거의 벌집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학교 바닥 카펫부터 아이들 다치지 말라고 올록볼록한 안전 벽면까지 모두 육각형이다! 실제 영상 속에서 계속 등장하는 육각형을 찾다 보면, 애니메이션이 끝나있을지도 모른다. 혹시 이 학교를 지은 관계자들도 최소 비용을 쓰면서, 가장 넓은 건물을 지으려고 철저하게 계산해 육각형을 활용한 것 아닐까? 이쯤에서 타비타 학교에서 발견한 육각형 특징을 정리해 보자.

 

ⓒ유니버셜 픽쳐스, 타비타가 다니는 학교는 온통 육각형 천지다. 애니메이션 속에서 바닥 카펫을 물론, 건물 구조와 정말 다양한 소품들이 육각형으로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 평면을 빈틈없이 메울 수 있다!

​여러 도형을 이용해 평면을 겹치지 않게 빈틈없이 채우는 것을 수학에서는 '테셀레이션', 우리말로는 '쪽매 맞춤'이라고 한다. 특히 정다각형을 평행이동, 대칭이동, 그리고 회전이동으로 다양하게 변형하면 만들 수 있다. 단, 한 점에 모인 다각형의 내각의 합은 360˚가 돼야 한다.

​예를 들어 보스 베이비 2에서 곳곳에 등장하는 육각형이 정육각형이라고 가정하면, 정육각형은 한 내각의 크기가 120˚이므로 한 점에 3개가 모일 때 평면이 된다. 정다각형 중에서는 정삼각형(한 내각의 크기가 60˚), 정사각형(한 내각의 크기가 90˚)과 정육각형까지 3개만 쪽매 맞춤이 가능하다. 물론 두 개 이상의 다각형을 이어붙여 한 점에 모이는 내각의 크기가 360˚가 되도록 만들면 어떤 도형이어도 쪽매 맞춤이 가능하다. 한 점에 모이는 정다각형 규칙은 모두 8가지뿐이며, 다른 다각형으로 만드는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다.

 

ⓒ유니버셜 픽쳐스

2.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 넓이!

둘레가 서로 같을 때, 넓이가 가장 큰 평면 도형은 '원'이다. 하지만 #1.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은 쪽매 맞춤이 어려운 도형이다. 원과 원 사이에 빈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 원 다음으로 둘레가 서로 같을 때, 넓이가 큰 도형이 바로 '정육각형'이다.

​만약 둘레의 길이가 모두 12인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이 있다면, 정삼각형은 한 변의 길이가 4이므로 넓이는 공식★을 이용하면 약 6.93이다. 정사각형은 한 변의 길이가 3이므로 넓이는 9이다. 그리고 정육각형은 한 변의 길이가 2이므로 같은 공식★으로 계산하면 약 10.39다. 따라서 둘레가 같을 때 정육각형의 넓이가 가장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공식★] 한 변의 길이가 a인 정삼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은

정육각형은 정삼각형 6개가 모인 도형.


- 두 번째 인물. 귀엽지만 강하다! 보스 베이비
- #2등신 #인체비례 #황금비

무럭무럭 자란 똑똑한 타비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소개가 늦었다. 보스 베이비 테드는 이번 애니메이션에서는 건장한 청년의 모습으로 등장하나 싶더니, 이내 둘째 조카 티나가 특별한 정체를 밝히고 다시 ‘2등신 베이비’로 만들어 버린다. 

​“보스 베이비 이즈 백!”

 

ⓒ유니버셜 픽쳐스, 티나(가운데)가 아빠(팀, 왼쪽)와 삼촌(테드, 오른쪽)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쪽쪽이를 물려 베이비 주식회사로 데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애니메이션에서 2등신 또는 3등신 몸으로 표현한 캐릭터를 전문용어로 SD 캐릭터Super Deformation Character라고 부른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사용하는 미술표현기법 중 하나로, 사람 캐릭터의 귀여움을 강조할 때 주로 쓴다. 보스 베이비 말고도, 트롤이나 스머프도 요정도 비율.

 

ⓒ유니버셜 픽쳐스, 이번 애니메이션에서도 90% 이상 2.2등신 베이비 몸매를 자랑하며 등장하는 (짤막한) 보스 베이비 테드(왼쪽)의 모습.

보통 몸 전체 길이가 머리 길이의 n배 정도 되는 사람을 ‘n등신’이라고 하고, 일반적으로 8등신이 인체 비율에서 가장 이상적인 비율이라고 말한다. 일반 성인들이 7~7.5등신 정도니까, 아무래도 8등신인 사람을 보면 (머리가 더 작고, 키가 크다는 말이니) 전체적으로 보기 좋은 모습이어서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약 2300여 년 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8등신의 역사가 시작된다. 당시 그리스의 예술가들은 가장 이상적인 비율로 인간의 신체를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 뒤로도 시간이 흘러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도 ‘황금비’를 운운하면서 8등신 인체 비례를 이야기했었다고 전해지니,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 눈은 다 비슷한 게 아닐까.

​황금비는 ‘1:약1.618’의 비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8등신이 보기 좋다고 느끼는 건 실제로 신체 일부 비율이 이 비의 값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머리끝에서 어깨까지의 길이) : (어깨에서 배꼽까지의 길이)나 (머리끝에서 배꼽까지의 길이) : (배꼽에서 발끝까지의 길이)가 ‘황금비’와 비슷하다.

 

​- 세 번째 인물, 최고의 빌런! 닥터 암스트롱!
- #수학천재 #무한원숭이정리 #극한

 

ⓒ유니버셜 픽쳐스, 최고의 빌런 닥터 암스트롱.

보스 베이비2에서 최고의 빌런인 타비타 학교의 교장 선생님, 닥터 암스트롱. 학교를 육각형으로 도배한 것도 모자라, 건물까지 외형까지 육각형으로 덮어 지었다. 그런데 어라? 이 건물 어디서 본 적 있는데!

ⓒ유니버셜 픽쳐스, 닥터 암스트롱의 비밀 작전이 일어나고 있는 건물은 가장 안전한 돔 구조로 알려진 지오데식 돔(아래 사진, 출처:위키커먼스)과 매우 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닥터 암스트롱의 비밀 작전이 일어나고 있는 별도의 공간. 완벽에 가까운 지오데식 돔의 모습이다. 돔이란 지붕이나 천장이 반구 모양인 건축물을 말한다. 돔은 힘을 모든 부분으로 골고루 분산하는 구조물이라서 기둥을 세우지 않아도 자체의 무게와 압력을 잘 견뎌 튼튼하다. 그래서 돔은 내부 공간이 넓으면 좋은데 기둥이 방해되는 체육관이나 전시관, 박물관 건물로 많이 쓰인다.

​사실 이 건물과 닮은 지오데식 돔은 삼각형을 빈틈없이 이어 붙여 건물 안에 기둥이 하나도 없는 반구 모양의 건축물이다.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는 리차드 벅민스터 풀러는 1967년 몬트리올 엑스포 미국관을 이 모양으로 소개하며 사람들은 그 완벽한 안정성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오데식 돔은 지오데식 구를 반으로 잘라 만든다. 지오데식 구는 정이십면체로부터 출발한다. 지오데식 구를 만들려면 가장 먼저 정이십면체의 각 모서리를 n등분해서, 한 면을 n2개의 정삼각형으로 나눈다. 그 다음 이 도형을 부풀려서 모든 꼭짓점이 입체의 중심에서 같은 거리에 오도록 만들면 ‘n단계 지오데식 구’가 완성된다. 예를 들어 정이십면체의 각 모서리를 2등분하면, 한 면은 4개의 정삼각형이 생기고, 이 도형을 부풀리면 2단계 지오데식 구가 완성된다. 이때 지오데식 구를 반으로(짝수 단계일 때가 조금 더 쉽게 반으로 나눠진다) 나누면 지오데식 돔이 완성!

​지오데식 돔은 모든 면이 삼각형으로 이뤄져 있어서 헬리콥터가 눌러도 전혀 문제없을 만큼 외부의 압력으로부터도 안전하다. 게다가 삼각형의 변의 길이를 계산한 다음, 뼈대를 계속 이어나가 조립식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어서 제작도 간편한 장점이 있다.

​물론 애니메이션에 스치듯 등장하는 닥터 암스트롱의 돔은 완벽한 지오데식 돔은 아니지만, 이를 참고한 게 분명하다!

 

ⓒ유니버셜 픽쳐스,, 닥터 암스트롱은 ‘무한 원숭이 정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비밀 작전을 수행하려고 한다. 과연 그의 작전은 성공했을까? 실패했을까? 확인은 직접 애니메이션에서!

한편, 닥터 암스트롱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베이비들을 모아 몰라 미션을 수행한다. 타자기 앞에 베이비들을 앉히고 ‘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글자도 모르는 베이비들이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 걸까? 키보드를 누르는 걸 보니, 책을 쓰고 있거나 코딩을 하는 것 둘중에 하나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고전 소설 ‘걸리버 여행기’가 떠오른다. ‘걸리버 여행기’에서는 신비로운 교수가 학생들을 시켜 인쇄 기계에 문자를 무작위로 입력하도록 지시하고, 그 결과를 모아 과학 지식 목록을 작성하는 장면이 나온다. 작가 조너선 스위너프가 이 소설을 쓰던 1782년, 18세기 유럽 사람들은 무한히 많은 시간 동안 타자기를 무작위로 치면, 아주 우연히 읽을 수 있는 문장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렇게 농담처럼 떠올린 가설은 훗날 프랑스의 수학자 에밀 보렐에 의해 수학적으로 증명된다. 보렐은 일어날 확률이 매우 적은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원숭이가 타자를 친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자신이 증명한 확률 이론 중 하나보렐-칸텔리 보조정리를 이용해 이를 증명했다. 이 이론은 어떤 사건을 한 번 시행했을 때 나오는 확률부터 무한 번 시행한 확률을 모두 더한 값이 무한대라면 이 중에서 한 번 이상은 확률의 극한값★이 1이 나온다는 정리다. 보렐은 이 증명을 통해, 원숭이가 무한히 오랜 시간 동안 아무렇게나 타자기를 두드리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도 작성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다. 이를 '무한 원숭이 정리'라고 부른다.

​[확률의 극한값★] 사건을 무한 번 반복할 때 일어날 확률은 직접 구할 수 없으므로 '극한'이라는 개념을 이용한다. 극한은 어떤 값에 아주 가까이 간다고 여기는 걸 말한다. 여기서 극한값이 1이라는 것은, 1과 아주 가까운 0.9999999…와 같은 근삿값을 의미한다.

​과연 닥터 암스트롱은 순진한 베이비들을 꼬셔 무엇을 완성했을까? 이번 애니메이션의 관전 포인트는 과학, 수학스러운(!) 요소를 찾아내는 것은 물론, 새로운 악당 닥터 암스트롱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

​[출처] IBS(기초과학연구원) 블로그 | [말랑과학] 어머 이건 알아야해 | ※스포없음※ <보스 베이비2> 속 수학/과학 키워드 | 2021. 7. 21(https://blog.naver.com/ibs_official/222439566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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