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교육여건 실태 및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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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교육여건 실태 및 과제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8.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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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이슈페이퍼 3]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은 정부가 1980년대 후반까지 인상을 통제하다가 1989년 등록금 자율화 정책을 시행하고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대학 등록금에 대한 가계 부담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정부는 2012년 이른바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했다.

2012년부터 시행된 반값등록금 정책의 정확한 명칭은 ‘소득연계형 등록금부담 완화정책’으로 소득수준별로 장학금 지원을 차등화 함으로써 등록금부담 총액을 반으로 줄이는 것으로 2012년부터 추진한 ‘국가장학금 정책’과 연계하여 실질적으로 명목등록금의 인하·동결 상태에서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을 확충하여 등록금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사립대학이 전체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등록금 의존적인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들은 반값등록금 정책과 입학금 폐지, 교내장학금 확대 등으로 순수하게 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또한 GDP 대비 우리나라 고등교육 단계 정부재원 공교육비 비율(2017년 기준)은 0.6%로 OECD 국가 평균(1.0%)의 60% 수준이며, 2020년 출현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학은 2021년 1월~5월 기준 전년대비 약 4,173 억 원의 재정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학교별 평균 약 23억 원의 손실에 해당된다.

이러한 대학 재정상황의 악화가 교육 여건에 대한 투자 위축,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부설 고등교육연구소는 최근 KCUE Higher Education Issue 2021년 제9호로 <대학의 교육여건 실태 및 과제>란 제목의 이슈페이퍼(작성자: 황정원 선임연구원)를 발간했다.

이 페이퍼는 반값등록금 정책 전후로 최근까지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여건에 대한 실태를 데이터 중심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향후 과제와 정책적 제언을 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

분석 자료는 대학정보공시 대학알리미 및 사학진흥재단 재정알리미의 4년제 대학별 시계열 자료로, 현황 자료는 자료의 가용 여부에 따라 가장 최근 자료(2019년 또는 2020년)를 사용했으며, 분석 대상은 국내 4년제 일반대학(산업대학 포함)으로 설립유형에 따라 국·공립대학, 사립대학으로 구분했다.

분석에 사용된 주요지표에 대한 개념 및 산출식은 <표1>과 같다. 대학의 교육여건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 학생 1인당 기계기구매입비, 학생 1인당 도서구입비)과 대학의 교육 활동에 대한 투입을 보여주는 학생 1인당 교육비, 교육비 환원율 지표이다.

◆ 대학 교육여건 실태 분석

■ 대학의 재정 현황

●  2012년 시작된 등록금 동결과 국가장학금 정책의 시행으로 2015년을 전후하여 대학의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 이와 동시에 대학의 등록금 및 수업료 수입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등록금이 대학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했다. 반면. 지출에서는 인건비와 관리운영비 등 고정성 경비의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가용 재원이 줄어들었다.

▶ 설립유형별 대학 평균순등록금 변화 추이

●  학생 1인당 평균순등록금은 학생 1인당 평균등록금에서 평균장학금을 뺀 것으로 학생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등록금이다.

국·공립대학의 학생 1인당 평균순등록금은 2010년 약 307만 원에서 2012년 약 224만 원까지 감소했고, 2013년 약 182만 원으로 반값 등록금이 실현됐다. 2019년 현재 국·공립대학 학생 1인당 평균순등록금은 약 134만 원으로 평균실질등록금인 약 409만 원의 절반 이하이다.

사립대학의 학생 1인당 평균순등록금은 2010년 약 574만 원에서 2013년 약 427만 원까지 감소하였고, 2016년 약 347만 원으로 실질등록금의 절반 이하가 됐다. 2019년 현재 사립대학 학생 1인당 평균순등록금은 약 345만 원이다.

▶ 사립대학 실질수입총액과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의 변화 추이

●  사립대학의 실질수입총액은 교비회계수입 총액에서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최근 6년간 사립대학의 실질수입총액을 살펴보면, 2014년 17조 3천억 원에서 2018년 16조 2천억 원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9년 현재 사립대학 실질수입총액은 16조 6천억 원으로 2014년 대비 약 3.8% 감소했다<표2 참조>.

▶ 등록금 수입대비 고정비용 지출 추이

●  사립대학의 실질교비수입총액은 해마다 감소하는 반면, 지출에 있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관리운영비, 연구학생경비 등 고정성 경비의 부담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그림2] 참조).

●  고정성 경비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정해져 있는 수입 내에서 나머지 가용재원의 비중이 감소한다는 의미로 교육여건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다음의 <표3>은 사립대학의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 대비 인건비, 관리운영비, 연구학생경비와 같은 고정비용 지출 비중이 2011년 108.5%에서 2020년 147.0%까지 증가한 것을 보여준다.

■ 대학의 교육여건 실태 분석

●  대학 등록금 동결이 지속되고 물가 상승으로 기본적으로 소비되는 경상비가 늘어나면서 대학들은 교육 등의 지출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즉, 제한된 재원에서 필수적인 지출 이외에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교육여건에 대한 투자는 시설 관련 비용, 실험실습비, 기계기구 및 도서구입비 등 교육여건의 개선을 위해 직접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으로 이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사립대학 교육여건 투자규모 변화 추이

●  2008년~2019년 사립대학 교비회계 중 교육여건에 대한 투자규모의 변화 추이는 다음의 [그림4]와 같다.

사립대학 교비회계 중 교육여건에 대한 투자규모는 2008년 약 1조 4천 8백억 원에서 2011년에 약 1조 7천 7백억 원까지 증가하여 정점을 찍었다. 이후 반값등록금 정책 시행시기인 2012년을 지나면서 감소하여 2013년 약 1조 6천 약 8백억 원, 2015년 약 1조 5천 9백억 원을 나타냈다. 2019년 현재 약 1조 5천 백억 원으로 11년 전인 2008년(약 1조 4천 8백억 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  2011년 대비 2019년 사립대학 교비회계 교육여건 투자규모의 증감현황은 다음의 <표4>에 제시하고 있다. 2019년 사립대학 교비회계 교육여건 투자규모는 약 1조 5천 백억 원으로 2011년 약 1조 7천 7백억 원 대비 2천 6백억 원이 감소했다.

▶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 기계기구매입비, 도서구입비

●  다음은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 기계기구매입비, 도서구입비 등 교육여건에 대한 대학의 지출 변화 추이를 보여준다([그림5] 참조).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가 많을수록 학생 교육의 충실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데,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사립대학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는 약 11만 원에서 약 15만 원으로 증가하다가 2013년 이후 감소 또는 유지를 반복하고 있다. 2019년 현재 사립대학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는 평균 약 13만 6천 원으로 2011년 약 14만 8천 원보다 적으며 여전히 2013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학생 1인당 기계기구매입비는 2008년 약 29만 5천 원에서 2015년 약 20만 원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이후 2015년부터 최근까지 미약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2019년 현재 약 24만 8천 원으로 2011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학생 1인당 도서구입비는 2008년 약 8만 6천 원에서 2015년 9만 4천 원까지 증가했다가 최근 다시 감소 추세이다. 2019년 현재 학생 1인당 도서구입비는 약 9만 원이다.

사립대학 학생 1인당 교육여건 투자지표(실험실습비, 기계기구매입비, 도서구입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2011년 이후로 교육여건에 대한 투자는 확대되지 못하고 답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 대학 도서관 전자저널 라이선스 구입비 현황

●  대학의 자료구입비와 관련하여 최근 전자자료 수요 급증으로 대학들은 전자저널 라이선스를 구입하고 있는데 외국대형 독점업체들의 가격인상으로 해마다 그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대학의 전자저널 라이선스 구입비는 2008년 약 565억 원에서 2016년 1,563억 원, 2019년 1,623억 원으로 2019년도 기준 자료구입비 총액의 67.3%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국가지원금액은 2019년 50억 원, 2020년 115억 원, 2021년 175억 원이다.

2021년 대학도서관의 전자저널 예산 확보 상황은 예산 증액 대학이 전체의 13%, 동결은 46%, 감축은 35%, 기타 6%로 대학 재정 여건의 악화로 전체 약 81%의 대학이 전자저널 예산을 동결 또는 감축한 것을 알 수 있다.

▶ 학생 1인당 교육비 및 교육비 환원율

●  학생 1인당 교육비는 학교가 교육과 교육여건 조성을 위해 학생당 투자한 비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2019년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국·공립대학 약 1,851만 원, 사립대학 약 1,470만 원으로 2010년 대비 국·공립대학은 1.7배, 사립대학은 1.4배 수준이다. 특히, 2013년을 지나면서 국·공립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와 사립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의 격차가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  교육비 환원율은 평균등록금 대비 학생 1인당 교육비 수준을 비율로 산출한 것으로, 2019회계연도 기준 국·공립대학의 교육비 환원율은 453%, 사립대학은 205%이다. 즉, 국·공립대학은 등록금의 약 4배, 사립대학은 약 2배 가까이 학생 교육비에 투자하고 있다.

●  국내 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2021년 세계대학순위평가(THE) 200위 이내인 국내 5개 대학과 미국 대학평가의 상위 순위 대학을 비교한 결과는 [그림5]와 같다.

학생당 교육비 수준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이 연간 약 1억 천만 원, 예일대학 약 9천 6백만 원, MIT는 약 8천 9백만 원이었으며, 이에 비해 국내 대학은 학생당 교육비가 가장 많은 포항공대가 약 1억 2백만 원, 서울대 약 4천 8백만 원, 연세대 약 3천만 원, 성균관대 약 2천 7백만 원, 고려대 약 2천 5백만 원으로 포항공대를 제외하고는 비교 대상 미국대학의 교육비 수준과 큰 차이를 보였다. 국내 대학들이 국제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 시사점 및 정책적 제언

●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로 인한 수입의 감소 등 고등교육을 둘러싼 환경 및 정책적 변화로 대학은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로 인해 교육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사립대학의 교육여건 투자 규모는 2019년 현재 약 1조 5천 백억 원으로 2011년 약 1조 7천 7백억 원 대비 14.5% 감소했고, 여전히 10여 년 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사립대학 교육여건에 대한 지표 분석 결과, 2019년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는 약 13만 6천 원으로 2011년(약 14만 9천 원)보다 적으며, 학생 1인당 기계기구매입비(약 24만 8천 원), 학생 1인당 도서구입비(약 9만 원)도 2011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등교육의 질과 경쟁력 제고에 직결되는 학생 1인당 교육비 수준을 경쟁력 있는 국내 대학과 미국 대학 간 비교한 결과, 그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질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교육과 교육여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확대와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의 재정 여건을 감안할 때, 정부와 국가 수준에서 대학 재정 확충을 위한 안정적인 재정지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노후 기자재 개선 지원, 전자저널 라이선스 지원이 확대 되어야 한다.

●  교육여건 개선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해 재정운용에 대한 대학 자율권이 확대 되어야 한다. 등록금 책정 및 정부재정지원사업비를 포함한 대학의 재정운용 자율권 확대를 통해 대학의 가용재원을 늘려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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