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과 유사제도 비교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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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과 유사제도 비교 연구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7.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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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 보고서]_ 경기연구원 정책연구 2021-18 〈기본소득과 유사제도 비교 연구〉

최근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불평등 극복을 위한 대안 담론들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한 대안 담론들로는 기본소득(basic income)을 위시하여 음소득세(negative income tax), 기초자산(stakeholder grant, 사회적 지분급여, 사회적 상속), 보편적 기본서비스(universal basic service, 이하 “기본서비스”), 참여소득(participation income), 일자리 보장(job guarantee) 등이 있다.

기본소득은 국제적으로뿐 아니라 2016년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이를 계승한 2019년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실시된 재난기본소득 또는 재난지원금 등으로 인해 국내적으로도 논의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국내 정치·정책 논의의 장에서 보자면, 음소득세/안심소득제, 기초자산제, 기본서비스(사회서비스) 정도가 기본소득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즉, 각각의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은 재원의 막대함이나 불충분한 효과 등으로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책 대안이 더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참여소득과 일자리 보장은 일부 연구자 차원에서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정책논쟁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경기연구원(GRI)은 최근 <기본소득과 유사제도 비교 연구> 보고서(연구책임: 유영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를 발간했다. 

이 연구는 최근 정치권에서 기본소득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음소득세/안심소득제, 기초자산제, 기본서비스에 대해서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본소득과 비교하여 그 장단점과 병행 또는 상호 보완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그동안 국내에서도 기본소득의 관점에서 위 담론들에 대한 평가나 비판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졌지만, 개별 담론들에 대한 단편적인 평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과 위 담론들을 종합적으로 비교·평가할 필요가 있다. 연구 보고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음소득세는 미국의 Friedman 등이 제안한 것으로서 기존의 사회복지들을 모두 폐지하는 대신 특정 소득수준(면세소득) 이하의 가구에는 면세소득과 가구소득의 차액의 일정 비율(음소득세율)만큼 음소득세, 즉 보조금을 지급하고, 면세소득 이상의 가구에 대해서는 가구소득과 면세소득의 차액에 대해 양(+)의 소득세를 부과하여 음소득세의 재원을 마련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조세와 복지 급여체계를 통합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가시화하면 조세 회피가 발생하지 않고 유권자들의 책임 있는 정치적 결정이 가능해지며, 기존의 복지에 수반되는 자산조사를 위한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방대한 관료기구를 폐지하여 더 많은 복지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노동을 할수록 음소득세는 감소하지만 순소득은 증가함으로써 기존 복지에 비해 노동유인을 증가시키는 등의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제도의 골자이다.

국내에서는 이를 다소 변형시킨 안심소득제가 제안되어 있는데, 안심소득의 지급구조는 음소득세와 동일하지만, 음소득세와 달리 기존 복지제도들 중에 일부, 즉 생계급여, 주거급여, 자활급여,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등만 폐지하고, 특히 기존의 소득세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여 기준소득 이상의 가구에 대한 별도의 소득세 부과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음소득세와 안심소득을 기본소득과 비교해보면, 먼저, 음소득세는 설계에 따라 기본소득과 동일한 재분배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음소득세는 가구 단위 지급이어서 가족 해체의 위험도 있고, 소득 기준으로 수급자와 비수급자가 나뉘기 때문에 기본소득에 비해서는 행정비용과 낙인효과가 발생하며, 소득이 발생한 이후에 지급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생계보호가 미흡하고, 소득만으로 지급 기준을 삼기 때문에 자산이 많은 부자도 수급자가 될 수 있으며, 노동유인도 기존의 자산조사에 근거한 최소소득보장보다는 크지만 기본소득에 비해서는 작다. 다만, 음소득세와 기본소득의 순비용은 같지만, 총비용은 음소득세가 작기 때문에 정치적 실현가능성에서는 음소득세가 다소 유리할 수 있다.

한편, 안심소득제는 음소득세의 문제점들을 공유하는 데서 더 나아가 기준소득 이상의 가구에 대해 양의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안심소득의 재원조달 방안이 불투명하다. 게다가 안심소득 제안자들은 안심소득의 소득격차 완화효과가 기본소득에 비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데, 그러한 주장은 효과분석의 방법론상 오류에 근거하고 있는 부당한 주장이다. 나아가 기존의 몇 가지 복지를 폐지할 경우, 안심소득이 기존 복지 수급액에 비해 더 적어져서 복지가 축소될 위험도 안고 있다. 
음소득세나 특히 안심소득제로 기본소득을 대체한다거나 최소한 양자를 병립시킨다는 것은 음소득세와 안심소득제에 대대적인 수정이 가해져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구 단위를 고집할 경우 병립 가능성은 사라지게 되고, 더군다나 대체는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다.

▶ 이어 기본소득 아이디어의 대항마처럼 제기되고 있는 기초자산제의 연원, 주요 논리, 외국 사례를 소개하고, 기본소득론의 관점에서 기초자산제의 의미와 한계를 분석했다.

기초자산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일정한 규모의 자산을 지급하는 제도로서 기본소득과 마찬가지로 18세기 말 토마스 페인(T. Paine)으로부터 유래한다. 현대에 이르러 여러 제안자들이 다양한 명칭과 내용으로 제안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미국의 액커만과 알스토트(1999)는 21세 청년에게 창업비, 교육비, 주거비 등의 용도로 8만 달러(2만 달러씩 4년) 지급을 제안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정의당이 용도를 학자금, 취업준비금, 주거비용, 창업비용으로 제한하여 20세 청년에게 3천만 원(아동양육시설 퇴소자에게는 5천만 원)의 기초자산을 지급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기초자산제는 실제로 영국에서 2005~2011년 동안 아동신탁기금(Child Trust Fund)이라는 제도로 실시된 바 있는데, 2002.9.1.~2011.1.2. 사이에 출생한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 명의의 계좌에 정부와 부모・친척이 적립하고, 18세 이후 용도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하도록 한 것이었다. 이 제도는 개인 기여분의 비중이 큰 편이고 과세가 되지 않아 고소득층의 증여에 이용될 수 있어 당초 목표인 자산 불평등 완화에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그런 상황에서 2011년 재정적자 감축을 이유로 폐지되었다.

이러한 기초자산제를 기본소득과 비교해보면, 우선 양자 모두 토지에 대한 지대로 21세 청년에게 기초자산과 50세 이상에게 기본소득을 주장한 토마스 페인의토지정의(1797)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공유부 배당 원칙의 실현을 목표로 하며, 인간의 ‘자유로운 삶’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양자는 정기성, 보편성, 무조건성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기본소득은 정기적 지급을 통해 삶의 안정성을 지향하는 데 반해, 기초자산은 일시에 목돈을 지급하여 거시적 자유의 실현을 지향하지만, 자산 소진 이후의 삶에 대한 보장이 없다. 보편성과 관련해서는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사회적 최저선을 보장하지만, 기초자산은 특정 연령의 청년이 지급대상인데, 최근 사회적 위험은 청년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어서 청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근거가 약하며, 또 공유부 배당을 청년에게만 제한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 무조건성과 관련해서는 기본소득은 무조건 지급하는 데 반해, 기초자산은 통상 사용처 제한(교육, 주거, 창업 등), 수급자 자격제한(고등학교 졸업 등), 기초자산의 탕진 예방을 위한 재정 교육 의무화 등의 조건을 부과하는데, 공유부 수익은 모두의 당연한 몫이기 때문에 조건 없이 배당되어야 한다는 원칙과 어긋난다.

결국 기초자산이 일회성 목돈 지급을 통해 거시 자유를 확대하고,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정책적 목적은 그 자체로 유의미하지만, 생활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조건 속에서 기초자산은 한계가 크기 때문에,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과 같이 삶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동반할 필요가 있다.

▶ 마지막으로 영국에서 얼마 전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대안으로 제안되고 있는 기본서비스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그것은 “안전, 기회 및 참여에 대한 접근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시민이 더 큰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무상 공공서비스의 집합체”로 정의된다. 이것은 “필요한 시점에 무상의 보편적 접근”의 원칙을 구현하는 것인데, 구체적 영역은 기존의 무상 의료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 공공 교육, 민주주의와 법률 서비스에 더하여 주거, 식량, 교통, 정보 영역으로, 나중에는 아동 및 성인 돌봄 영역으로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기본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근거는 첫째, 서비스의 외부성으로 인하여 개인에 대한 혜택보다 사회에 대한 혜택이 크기 때문이고, 둘째, 서비스는 규모의 경제 또는 범위의 경제로 인하여 자연독점이 우려되기 때문이며, 셋째, 불완전 정보로 인해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하기 때문이고, 넷째, 공통의 문화・시민권・가치 때문이다. 이러한 근거들은 ‘공유된 욕구’와 ‘집단적 책임’으로 정식화된다. 즉, 인간은 생존하고, 성장하며, 사회에 참여하기 위하여 충족되어야 하는 특정한 기본적 욕구들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 욕구들은 사회적 권리로서 국가를 통해 집단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서비스는 기존의 복지제도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갖는다. 첫째, 저소득층의 노동유인을 증가시킨다. 둘째, 재원이 소득에 대한 비례세로 조달된다면, 누진적 효과를 가져온다. 셋째, 게다가 기본서비스가 수요를 증가시킬 경우, 그 효과는 특히 선별적으로 될 것이다. 동시에 선별적 현금급여가 갖는 노동유인에 대한 역효과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 기본서비스는 현행 조세 및 급여 체계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 다섯째, 교통이나 통신 등의 기본서비스는 고용 전망이나 노동유인을 개선시킬 수 있다. 여섯째, 기본서비스는 친사회적이다. 일곱째, 기본서비스는 시민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공공의 태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중기적인 측면에서 정치적으로 지속가능할 것이다.

나아가 더욱 포괄적이고 추상적 차원에서 기본서비스의 잠재적 혜택은 평등, 효율, 연대, 지속가능성 등이다. 첫째, 공공서비스는 현물로 구성된 사회임금 또는 가상소득을 제공하는 것인데, 그것은 저소득층에게 더 큰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킨다. 둘째, 1980년대 이후 공공서비스에 도입된 시장논리는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하였기에 그것을 공적으로 제공하면 효율성이 커진다. 셋째, 기본서비스 제공의 근거인 공유된 욕구와 집단적 책임은 그 자체로 연대의 이념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본서비스는 공유된 욕구와 집단적 책임에 대한 경험의 발전을 통해, 또 서로 다른 사회집단 출신의 사람들을 묶어줌으로써 사람들 간의 동조와 책임감의 감정, 즉 연대를 발전시키며, 기본서비스를 통한 사회 전체의 혜택 발생과 불평등 완화 등의 효과는 연대를 위한 장애물을 약화시킨다. 넷째, 기본서비스는 사회적 소득을 제공함으로써 빈곤에 근거한 범죄를 감소시킴으로써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일상적 욕구의 충족을 통한 수요의 안정성을 보장함으로써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과도한 소비의 억제 등을 통해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촉진한다.

기본서비스 제안자들은 이상과 같은 내용의 기본서비스가 기본소득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면서 기본소득을 비판하고 있다. 즉, 기본소득은 비용이 많이 들고, 개인의 소비를 지원할 뿐 불평등한 부와 권력 구조를 개선하거나 연대를 촉진하지 않으며, 현재 복지제도 중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장애・상병급여와 주거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노동유인을 약화시키며, 더 근본적으로 노동의 내재적 가치, 즉 단지 소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행복과 장기적 성과를 위해 소중한 노동을 배제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근거하여 기본서비스 지지자들 중에는 기본서비스와 기본소득의 공존을 주장하는 논자도 있지만, 공존이 힘들다고 주장하는 논자도 있다.

이러한 기본서비스론자들의 기본소득 비판에 대해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다음과 같이 반론하고 있다. 즉,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가 항상 공동선 또는 정의의 원칙에 부합되게 행동하지는 않기 때문에 권력을 집중하는 기본서비스보다는 권력을 분산하는 기본소득이 우월하고, 기본소득을 부자에게도 지급하는 것은 재원의 낭비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비용부담을 유도하여 빈자들에게도 유리하며, 제안자들의 주장과 달리 일부 기본서비스는 보편적이지 않고 선별적이어서 낙인효과가 수반되고, 기본소득이 비용이 많이 든다는 비판은 총비용과 순비용을 구별하지 못한 오해에 불과하며, 무엇보다도 기본소득은 공유부 수익의 배당, 개인 자유의 증진 및 기본적 안전의 제공 등 기본서비스와는 서로 다른 근거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에 양자 간에 아무런 모순이 없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기본서비스와 기본소득의 관계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양자는 원리적 타당성, 영역별 상호보완성, 역사적 경험 측면에서 볼 때, 대체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즉, 복지국가의 현금 이전지출과 서비스 지출 간에는 하나가 늘면 다른 하나도 증가하는 그랜저 인과성(Granger causality)이 존재한다. 따라서 양자는 상호 배척할 것이 아니라 병행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기본서비스는 필요의 원리에, 기본소득은 공유부에 대한 권리에 근거를 두고 있어서 그 근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기본서비스는 일반 조세로, 기본소득은 공유부 수익으로 재원을 조달한다면, 비용 문제에서도 충돌이 없이 병행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 정책적 시사점

이상의 비교 검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최근 정치권에서 격렬하게 논쟁이 될 만큼 이슈가 되고 있는 안심소득제는 기존 중요 복지제도들의 폐지, 재원조달의 불투명 등으로 인해 그 자체로 실시가 불가능할 것이며, 복지 확대의 관점에서도 최소 중위소득 수준이라는 한계를 넘기 어려워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대선 국면에서 이 주장은 계속해서 제기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대한 비판은 더욱 정교해지고 풍부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한 비판의 지점은 먼저, 안심소득제가 폐지하고자 하는 복지제도들과 안심소득의 크기를 정교하게 비교해 보는 것이다. 가구원 수와 수급하는 복지제도의 종류를 결합하면, 매우 많은 경우가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안심소득이 기존의 복지 수급액보다 많은 경우도 발생하겠지만, 더 적어지는 경우도 많이 발생할 것이다. 이 경우들을 상세하게 밝힘으로써 안심소득이 복지 축소를 초래하는 제도임을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안심소득과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정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안심소득 제안자들은 잘못된 방법론에 의거하여 안심소득의 효과가 기본소득보다 더 크다는 부당한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데, 안심소득과 기본소득의 재원조달에 관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올바른 방법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면 기본소득의 효과가 더 우월하다는 것이 밝혀지게 될 것이다.

둘째, 기초자산과 기본서비스는, 비록 기본소득의 주요 특성들을 공유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 각각의 정책적 목적이 유의미하다는 점은 인정될 수 있다. 문제는 그 지지자들이 기본소득을 기초자산 또는 기본서비스와 대립적 관계로 이해하면서 배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기본소득과 양립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기본소득과 병행하여 도입되거나 발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현실적 정책 영역 내에서 일정한 타협점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한 가지 방안으로 재원을 구분하는 것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기초자산과 기본소득은 모두 공유부를 그 재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공유부 중에 어떤 것을 기초자산의 재원으로 하고 어떤 것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한다고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초자산은 사회적 상속이라고도 불리고 있듯이 그 목적이 청년들의 사회진출 초기의 목돈을 마련하는 것인 만큼, 상속세나 증여세 등을 통해서 재원의 근간으로 삼고, 사회적으로 합의되는 기초자산의 금액에 따라 다른 조세(예컨대 부유세)를 추가하는 방안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러한 조세들이 부모의 경제적 차이를 직관적으로 잘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다른 공유부 재원들로 충당한다면, 재원 간 충돌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기초자산과 병행하여 도입하는 데 큰 장애는 없을 것이다.

기본서비스와 기본소득을 양립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서비스의 재원은 현행의 공공서비스와 같이 소득세를 포함한 일반조세로 조달하고, 기본소득의 재원은 공유부의 특성이 직관적으로 잘 부각되는 것들로 조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소득세도 전승된 공유부인 지식의 산물이어서 공유부 수익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까지의 조세 제도 하에서 직관적으로 공유부 수익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적 연속성을 고려할 때, 소득세 등을 확대하여 기존의 공공서비스를 확대하는 기본서비스에 사용하는 것은 그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공유부의 특성이 직관적으로 부각되는 자연적 공유부나 인공적 공유부 중 생성적 공유부(빅데이터)의 수익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한다면, 양자의 재원 간 충돌은 가시화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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