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의 치명적 오류…제로섬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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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의 치명적 오류…제로섬 세계관
  • 민경국 논설고문/강원대 명예교수·경제철학
  • 승인 2021.07.25 16: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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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 칼럼]

좌익정부 정책의 특징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보호하고 대기업은 억제하는 이른바 억강부약의 정책이다. 대기업 이익을 중소기업에 나눠주라는 이익 공유제, 개인의 택지 소유 제한, 기본소득 재원을 위한 토지보유세 인상, 납품업체, 대리점 등에 단체결성 및 협상권 부여 등이다. 

그런 정책은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의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생각에서 나온 정책이다. 이런 정책의 예는 차고 넘친다. 국가는 약자를 포용해야 한다면서 빚을 얻어서까지 퍼주기 식의 복지정책, 소득주도성장을 내걸고 밀어붙였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도, 임대료·주택가격 규제 등도 억강부약의 정책이다. 

그러나 집권 4년이 지난 지금 그런 정책은 집·전셋값의 폭등, 저성장, 일자리 참사 양극화의 심화 1,000조 원의 빚 등 온갖 부작용으로 약자의 삶은 더 어려워지고 피폐해진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심지어 25번의 주택정책을 펼쳤지만 25번이나 실패했다. 그런 처참한 실패로 부자가 된 것은 정부뿐이다. 주택 값의 상승은 재산세와 관련된 세수의 급진적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집권 연장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다. 

중요한 문제는 억강부약 정책이 실패로 귀결된 이유다. 그 근본적인 이유를 그런 정책이 전제한 세계관(世界觀)에서 찾는 것이 옳다고 본다. 모든 정책은 늘 특정한 세계에 관한 관점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와는 상이한 세계관을 전제로 만든 정책은 실패하는 것이 필연이다.  

그래서 흥미로운 것은 억강부약 정치가 전제한 세계관이다. 그건 제로섬(zero sum) 세계관이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딴 돈과 잃은 돈을 합하면 제로가 되는 게임이다. 어느 한 사람의 소득·재산증가는 다른 사람의 부의 감소를 초래하게 마련이라는 것이 세상의 이치(理致)라고 한다. 

좌파의 제로섬 사유(思惟)에는 파이의 규모는 고정되어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사회주의가 파이의 규모와 이를 키우기 위한 인센티브 대신에 파이의 분배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마르크스의 강령 중에서 제로섬 마인드를 전제로 한 것이 ‘누구나 능력에 따라, 누구나 필요에 따라’라는 정책강령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계는 파이가 고정된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예를 들면 일자리 선택에서 능력만이 아니라 보수(인센티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로섬 사회에서만이 생계유지가 소비선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누구나 생계유지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소비선택은 주로 선호에 좌우된다.   

어느 한 사회의 국내총생산이 제로섬, 즉 고정된 액수라고 한다면 빌 게이츠 혹은 삼성 혹은 애플이 더 많이 벌면 네가 버는 소득은 그만큼 적어져야 한다. 제로섬 세계에는 항아리에 나눌 소득이 주어져 있다. 누군가에게 더 많이 주면 다른 사람에게는 덜 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세계는 제로섬 세계가 아니다. 어느 한 사람이 부자가 된 것은 타인들에게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가 부자가 된 것은 마이크로 소프트를 개발하여 우리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았기 때문이 아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인터넷 회사를 설립했던 사람들 각자는 실제로 부자가 되었지만, 우리로부터 무엇인가를 빼앗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번 돈 이상으로 사회에 공헌하여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

우리가 사는 시장사회는 불완전하지만, 현 정권의 좌익세력이 보는 것처럼 제로섬 사회는 아니다. 제로섬 사고에서 비롯된 모든 정책은 실패가 예정된 것은 그래서다.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경제정책이 참혹하게 실패한 것도 비현실적인 제로섬 세계관을 전제하여 작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제로섬 세계관의 원천이다. 우리의 정신 성향은 생물학적 진화사에 뿌리를 두고 있고 인간 정신이란 그런 환경의 결과라는 진화심리학적 인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정신이 개발되었던 시기는 수령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 수렵 채집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던 석기시대였다. 이 시대의 전형이 제로섬 세계였다. 당시에 부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훔치는 것이었다. 투자도 기술개발도 없었다. 새로운 돌도끼를 발명하여 부자가 될 가능성도 없었다. 자연이 주는 먹거리는 고정되어 있었다. 그런 사회는 나눔이 최고의 덕목이었고 유대감, 그룹에의 애착 등의 도덕적 가치를 통해서 조정되는 소규모의 원시사회였다 

부자와 강자에 대한 편견은 현대에 사는 우리의 본능적 정신구조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다. ‘자연인’의 눈으로 볼 때 이윤은 착취의 결과요, 자본은 불로소득의 원천으로, 그리고 성공한 기업은 착취와 기만, 폭력의 결과로 보인다. 그래서 부의 격차는 근본적으로 공정하지 않다는 목소리는 그런 편견을 반영한 것이다. 

현 정부의 모든 억강부약 정책이 완벽한 실패로 귀결되었음에도 지지층이나 정권 사람들이 그런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는 이유도 그들의 미성숙한 제로섬 세계관 때문이다. 그런 세계에서 진화된 정신구조에는 시장에 대한 공포가 숨어있다. 시장은 약육강식의 장(場)이요, 시장의 교환은 제로섬 게임이고, 소득 불평등은 약자에 대한 착취와 무자비한 공격의 결과로 비친다. 

그러나 척박하고 야만적인 제로섬 사회를 극복하고 전대미문의 문명화된 풍요를 우리에게 안겨준 것은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열린 사회였다. 그런 사회를 가능하게 했던 것도 소유·인격존중, 정직성, 자기 책임, 법 앞의 평등과 같은 도덕적 기본원칙의 자생적 등장이라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원칙은 읽기, 쓰기, 말하기처럼 후천적으로 배워 학습한 것이다. 

역사적 사실이 그러함에도 현대사회의 자본주의를 제로섬 세계로 취급하는 것은 원시사회의 낭만적 향수에 젖어 그 결과 배우지 못한 미성숙과 야만성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마르크스가 말했던 “과학적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세상에 관한 원시적이고 과학 이전의 관점을 옹호하는 것도 지극히 역설적이다. 

물론 자본주의라고 해서 완벽한 체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리처드 도킨스처럼 자본주의의 도덕적 기본원칙을 원시사회의 도덕으로 교체할 수는 없다. 그 결과는 오늘날 베네수엘라가 보여주고 있듯이 좌익 정권과 그 지지 세력이 동맹하여 약자인 시민들을 약탈 착취하는 혼란일 뿐이다.  

그러나 19세기 사람들이 그랬듯이 자유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한다고 해서 모든 국가 활동의 폐지가 정치적 지혜의 극치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자유주의의 치명적인 전략적 오류다. 자유국가의 과제는 많다. 자생적 질서의 기초가 되는 법질서의 확립과 같은 강제기능에서부터 빈곤층 보호, 가로등, 위생시설에서부터 건강, 공공도로, 항만 시설 등 서비스 기능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다. 최소국가라는 말은 그래서 틀렸다. 중요한 것은 국가 활동의 규모가 아니다 그 질(質)이다. 서비스 기능의 행사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그것이 자생적 질서의 분배적 결과를 수정·개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민경국 논설고문/강원대 명예교수·경제철학

서울대학교 문리대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같은 대학 경제학과 명예교수이다.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과 제도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사)자유주의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하이에크, 자유의 길』, 『국가란 무엇인가: 자유주의 국가철학』, 『자유주의의 도덕관과 법사상』,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시장경제의 법과 질서』, 『하이에크 자유주의 사상 연구』, 『경제사상사 여행』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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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2021-07-28 18:15:49
문재인 정부가 "좌익정부"인가요? 괴상한 의견이군요.
필자께서는 프라이부르크에서 석박사를 하셨다 하시는데, 그곳 Ordo-Capitalism의 기본 이념을 조금이라도 상기하셨다면 저런 기괴한 진단을 하기는 힘드셨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지순아 2021-08-29 12:31:20
그럼 문재인 정권이 우익입니까? 공산주의자 리영희와 신영복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하는 문재인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에서 살아야될 사람이지 자유대한민주주의공화국에는 어울릴수 없는 파괴자로 보입니다 https://youtu.be/bDf0KDOY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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