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여러 분야의 연관과 망라를 통한 하이브리드 철학으로서의 탈원전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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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여러 분야의 연관과 망라를 통한 하이브리드 철학으로서의 탈원전의 철학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7.18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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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원전의 철학 | 사토 요시유키·다구치 다쿠미 지음 | 이신철 옮김 | b(도서출판비) | 319쪽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은 인접 국가들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생태 환경에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오염수 방류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얼마나 어떻게 줄지 명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이와 더불어 1986년에 폭발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은 사고 직후 콘크리트로 덮어씌운 원전 원자로에서 최근 새로운 핵반응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원전 사고로 인한 생태 위기는 이웃국가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원전에 의한 전력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언제 어떻게 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현 정부 또한 원전 정책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는 과학과 자연과 정치와 인간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 오만의 생생한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사회철학을 기초로 하고, 동시에 철학과 비판적 과학, 공해 연구, 환경학, 경제학, 사회학 등의 크로스오버로서 탈원전의 철학을 구축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들의 생각에, 순수철학에 의해서만 핵과 원전 문제를 논의하기는 불가능하며, 설령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에 우리가 놓인 상황, 핵 기술과 원전이 지니는 기술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모순들, 그것들이 국가와 자본의 논리와 맺는 관계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할 수 없는 지나치게 추상적인 것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방법은 순수철학에 의해 대재앙과 핵 기술을 논의하는 것이 아닌 철학과 여러 분야의 연관과 망라를 통한 하이브리드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제1부에서 두 저자는 원전과 핵무기의 본질적인 연관을 귄터 안더스와 푸코, 몽테스키외와 낭시 등의 철학자들에 기대어 ‘핵 종말 불감증의 현 상황’과 ‘원자력발전과 핵무기의 등가성’ 그리고 ‘절멸 기술과 목적 도착’이라는 주제 아래 보여주고 있으며, 제2부는 원자력발전 문제를 이데올로기 비판의 과제로서 자리매김하여 원전과 피폭 문제를 둘러싼 ‘허용치’ 이데올로기와 ‘안전’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제3부에서는 원전 체제가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정치적·사회적 차별 시스템이라는 것을 일본의 전력과 장거리 발·송전 체제의 역사적 형성 ‘기원’에 대한 해명을 통해 제시하며, 제4부는 공해 문제로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생각하는 가운데 원전 사고가 ‘아시오 광독 사건’을 비롯한 공해 사건과 동일한 맥락에 놓여 역사적으로 회귀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두 저자는 마지막 결론에서 한스 요나스와 자크 데리다를 원용하는 가운데 ‘탈원전의 철학’으로서 탈원전·탈피폭의 이념과 그 실현을 위한 민주주의의 과제를 제시한다.

요컨대 두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가 부딪힌 절박한 과제들을 염두에 두고 탈원전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철학적 관점과 이데올로기 비판, 원전 문제의 본질과 역사적 형성 과정, 탈원전·탈피폭을 둘러싼 여러 문제의 연관과 탈원전 실현을 위한 민주주의의 과제를 ‘탈원전의 철학’으로서 체계적으로 제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특징적인 한 가지 사실을 덧붙이자면, 두 저자의 논의는 철학적 해명과 역사적 분석 및 이념의 제시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논의를 탈원전·탈피폭의 실천에 관여해온 비판적 과학자들과 넓은 의미에서의 활동가들에 기반하여 전개함으로써 철학적 문제의식의 본령이 삶 안에 들어온 구체적 과제들에 응답하는 정치적 실천과 하나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두 저자의 논의는 과학의 중립성, 과학과 윤리, 기술과 경제 및 정치의 연관 등의 수많은 논제와의 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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