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암과 인간의 도전, 그 수렴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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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암과 인간의 도전, 그 수렴점은 무엇인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7.18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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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적 몬스터: 암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해왔는가 | 캣 아니 지음 | 제효영 옮김 | 현암사 | 448쪽

 

암이란 대체 무엇이고 인간은 왜 암에 걸릴까. 또 왜 어떤 사람은 평생 걸리지 않을까. 이 책은 암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고 암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과학계가 암의 유전학적 비밀을 어떻게 알아냈으며, 예방과 치료법은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암이 다윈의 생물종 분화 방식과 흡사해서 우리 몸속에서 암이 자랄 때도 진화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암은 인류 진화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지구상에 놀랍도록 다양한 생물을 만들어낸 진화의 힘이 이 불량한 세포에도 똑같이 작용하며, 암을 물리치려면 진화의 영향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 영향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수많은 발병 사례와 임상시험 결과 그리고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그밖에도 이 책은 암에 관한 우리의 상식과 정보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암이 어떤 전략으로 영리하고 유연하게 진화해 가는지, 한껏 과장된 ‘기적의 치료법’이나 ‘암의 역사를 바꿀 신약’의 효과가 실제로는 얼마나 미미한지 등 암에 대한 모든 비밀을 낱낱이 파헤친다. 진화하는 암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답답하고 소득 없는 수고는 계속될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이 책은 암의 유전학적 메커니즘뿐 아니라 2세기 갈레노스의 유방암 환자부터 시작된 암 연구의 역사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과학계는 암의 성장과 확산이 다윈의 생물종 분화 방식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모든 생물의 진화를 주도한 과정이 우리 몸속에서 암이 자랄 때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암의 진화가 얼마나 강력하고 치명적으로 진행되는지를 특히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생태계의 진화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의 다양성을 가져왔지만, 종양의 진화로 인한 유전학적 다양성은 인류를 암의 공포에 떨게 한다. 방사선요법과 화학요법, 표적 치료제는 암에 선택압으로 작용해서 치료에 반응하는 세포는 죽지만 치료에 내성을 갖는 소수의 세포는 남아 있다가 다시 자란다. 암세포를 모두 죽이지 못하는 시도는 그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며, 이것이 진화가 작용하는 방식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은 암 치료의 역사와 더불어 치료법의 문제와 한계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해 살펴본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전이성 암에 대해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암세포가 몸속을 가차 없이 누비기 시작한 사람은 완치가 가능한지가 아닌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각각의 암이 유전학적으로 독특할 뿐 아니라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진화를 거쳐 빠져나가는 이 끔찍한 세계에서 더 이상 신약 개발이나 임상시험 같은 해묵은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암에서 발견된 돌연변이나 표적으로 삼아야 할 분자를 나열하는 것은 더 이상 소용없는 일임이 진즉에 밝혀졌다. 차세대 암 치료법인 면역요법은 놀라운 치료 효과가 있지만 성공률이 5명당 한 명꼴에 불과하다. 이 치료로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환자를 구분하는 검사법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를 위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런데 종양 전문의 중에는 마치 최후의 수단인 것처럼 면역요법을 권하기도 한다.

저자는 제약업계의 치료제 개발 방식과 암 예방 분야의 지원금 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인다. 제약업계는 약물 내성이 생기지 않는 방법을 열심히 찾기보다는 인산화효소 억제제 개발에 더 치중하고 있다. 승인만 되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암 연구에는 엄청난 지원금이 투입되지만 예방 분야에는 그야말로 눈곱만큼만 떼어주는 현실은 지양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수많은 업체가 전부 같은 곳만 바라보고 같은 방식만 택하는 것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모든 사람의 목표는 살아 있는 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이며, 너무 일찍 암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다. 진화의 힘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을 때 언젠가는 암과의 대결에서 ‘게임 끝’인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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