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미술을 이끈 영혼의 라이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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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미술을 이끈 영혼의 라이벌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7.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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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의 미술사: 현대 미술의 거장을 탄생시킨 매혹의 순간들 | 서배스천 스미 지음 | 김강희·박성혜 옮김 | 앵글북스 | 440쪽

 

2016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우리는 지금처럼 빠르게 실생활에서 4차 산업 혁명을 경험하게 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블록체인과 로봇 공학, 사물 인터넷 등은 이제 실생활에서 친구나 지인의 자리를 조금씩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로 완전히 대체되는 세상이 정말 올까?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을 발전시킨 원동력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주변인들과 관계를 맺으며 일상을 채운다. 그리고 주변인에는 친구뿐 아니라 라이벌도 포함된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예술가들인 에두아르 마네와 에드가 드가,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 잭슨 폴록과 윌렘 드쿠닝, 루치안 프로이트와 프랜시스 베이컨은 서로에게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이들 여덟 명의 예술가는 각각의 라이벌에게 우정과 경외, 질투와 욕망, 야망과 절망의 감정을 느낀다.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에 변화를 가져온 가장 획기적이고 생산적인 관계의 핵심은 바로 라이벌이다. 이 책은 바로 숙명의 관계인 라이벌을 탐구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가 선택한 여덟 명의 예술가들은 팽팽한 긴장감과 경쟁이 깃든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며 새로운 창작의 세계로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들의 관계는 그들이 추구하던 예술과 일촉즉발의 순간을 맞게 된다. 싹텄던 친밀감은 한순간 깨지고, 배신의 아픔은 위대한 변혁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근현대 미술을 이끈 여덟 명의 천재가 절망과 혼돈을 넘어 시대를 바꾼 예술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가장 인간적인 미술사’이자 이들 천재 예술가들의 창조성을 깨운 ‘친밀함의 영역’을 섬세하게 포착한 가장 지적인 예술사라 할 수 있다.

마네와 드가_ 도전, 농담 혹은 패러디 vs 관음적인 비밀스러운 드라마. 1장은 마네와 드가의 라이벌 관계를 다룬다. 그들은 예술적 고민을 나누던 친밀한 동료이다. 그러나 ‘진실에 대한 감수성’이라는 면에서 마네는 불안으로 가득한 가식의 변장 놀이로, 드가는 진실을 꿰뚫어 가면을 벗긴다는 자세로 초상화를 대한다. 그리고 마네는 드가가 그려준 부부의 초상화를 찢어버린다. 과연 초상화에서 마네는 어떤 진실을 본 것일까?

마티스와 피카소_직관적 입체주의자 vs 상징적 해체주의자. 2장의 라이벌은 마티스와 피카소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은 레오 스타인과 거트루드 스타인 같은 수집가들의 지원, 새로운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선두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끊임없이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끼친다. 직관적 입체주의자이자 야수들의 야수 마티스와 상징적 해체주의자이자 욕망으로 충만한 고양이 피카소는 근본적인 독창성을 두고 치열한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개성을 확고하게 정립하고 기존의 틀을 깨고 다른 개성과 맞붙어 고투하며 관습을 굴복시키고 새로 미술 사조를 탄생시킨다.

플록과 드쿠닝_ 붓을 든 서부의 카우보이 vs 자유분방한 육욕주의자. 3장의 라이벌은 폴록과 드쿠닝이다. 뉴욕의 시다 태번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술을 마시던 폴록과 드쿠닝은 화가와 비평가, 화상들 사이에서 철학이자 일종의 강박관념이었던 ‘위대함’에 걸맞는 예술가들이다. 우연을 캔버스로 끌어들여 물감의 모든 움직임을 사방으로 해방시킨 폴록의 ‘액션 페인팅’ 기법에서 예술적 돌파구를 찾아낸 드쿠닝은 비범한 재능으로 즉흥성을 신명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드쿠닝은 폴록이 갑작스레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뒤엔 그의 연인과 사귄다. 그들의 그림에서 풍기던 자유분방함은 삶에 그대로 투영된 것일까?

프로이트와 베이컨_ 사실 없는 사실성 vs 사실의 잔혹성. 마지막으로 4장의 라이벌은 프로이트와 베이컨이다. 1950년대, 베이컨은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작가이고 프로이트는 상대적으로 무명에 가까운 화가이다. 이들의 강렬하면서도 불균형적인 우정은 화가와 모델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강렬한 친밀감과 객관적인 관찰을 옹호하는 프로이트와 약간의 간격과 무제한의 자유를 주장하는 베이컨은 영원히 만날 수 없지만 무시할 수 없는 평행선 같다. 결국 프로이트가 베이컨의 초상화를 그렸던 무렵부터 위기를 맞고, 운명처럼 문제의 초상화는 훗날 도난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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