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인간의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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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인간의 건강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1.07.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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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타스]

지난 몇십 년 사이에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일상화되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많은 동물들이 더위를 피해 좀 더 서늘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것은 어떤 동물들이 정상적으로는 접촉하지 못하는 동물들과의 접촉을 가능하게 하여 병독원이 새로운 숙주로 들어갈 기회를 부여하게 된다. 공기, 물과 식품 등의 자원은 기후변화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생명체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특히 탄소순환에 의해 조절되는 메탄과 이산화탄소에 크게 의존한다. 1960년대 이래 대기의 이산화탄소 양은 2배 증가되어 온실효과에 의해 지구의 평균 기온을 상승시켰다. 미국인의 1/3이 비만이고 5~10%는 당뇨병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예전보다 질병에 더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 미국인들이 표준치보다 건강하지 못한 원인으로는 식이 습관, 대기오염과 더불어 기후변화를 들 수 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의 다수는 팬데믹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삼림 파괴는 <서식지 손실>의 가장 큰 원인이다. <서식지 손실>은 토착 동물들을 강제적으로 쫓아내 다른 동물 또는 인간과 잠재적으로 접촉시켜 병원균이 전파된다. 대규모 축산 역시 동물로부터 사람으로 감염이 일어나는 원천이다. 반추동물은 되새김질을 하면서 다량의 메탄을 방출하기 때문 지속가능한 축산을 행하는 것이 온실가스의 방출을 감소시키는 한 방법이다. 기후변화는 수인성 질병과 말라리아 같은 모기-유래 질병을 포함하여 감염성 질병의 확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질병의 대부분은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파된다. 인간 역시 도시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면서 질병이 용이하게 전파될 수 있는 공간에 노출되어 있으며, 하루 안에도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어 병원균을 광범위하게 전파할 수 있다. 지난 세기부터 자연에 대한 개발을 증가시켜 온 탓에 생물의 약 절반이 사라지는 <종의 손실>이 일어났다. 생물 종의 급격한 소멸 원인의 대부분은 <서식지 손실>과 기후변화이다. 지구 역사로 볼 때 인간은 생태계 내에서 다른 생물과 어울려 살아온 종이므로 지구상의 생물 종에 급격한 변화를 주는 기후변화는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100년에는 기온 상승에 의해 매년 1,000명당 73명이 사망할 것이란 추정치가 있다. 

인류는 미래의 팬데믹을 차단하기 위해 기후행동을 취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 중 하나인 삼림파괴를 차단하면 생물 다양성 손실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동물 이동을 완화시켜 감염성 질병의 확산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서아프리카에서의 에볼라 전염병은 질병을 옮기는 박쥐들이 서식하던 숲이 야자나무를 재배하기 위해 잘려 나가면서 새로운 서식지로 옮겨가면서 일어났다. 감염성 질환은 즉각적이고 각 개인에 작용하기 때문에 매우 치명적이다. 기후변화는 천천히 진행되고 그 위험성이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기 때문에 아마겟돈처럼 보인다. 미국에서는 건강관리에 매년 3조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오염 방지와 식이습관, 운동 그리고 흡연 같은 생활양식의 변화에 의해 사망자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오염을 줄이고 육류를 덜 섭취하고 운동을 함으로써 건강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SARS와 COVID-19는 계절적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 중국의 남부 지역에서 최초로 출현하였다. 호흡기 감염 인수공통 질병의 확산은 겨울에, 북반구 특히 중국과 그 주변 국가에 집중되어 나타난다. 생물 다양성 핫스팟 중에서 야생동물 종의 거래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중국 남부 지역은 계절적 기후변화의 강한 변동 효과를 보여준다. SARS와 MERS, 그리고 2009년의 인플루엔자 A 플루(H1N1)는 모두 추운 계절과 연관되어 있어, 춥고 건조한 기후는 호흡기 감염 인수공통 질병의 지리적인 발생 요인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COVID-19에 의한 피해는 열대지역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위도에 따른 COVID-19의 비균질적 전파는 열대지역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보다 젊은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인구밀도가 낮으며 이전의 팬데믹으로 인한 획득면역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수공통 질병의 확산은 COVID-19, 에볼라, HIV, 조류독감 바이러스 같은 병독원이 자연적 장벽을 극복하려는 것과 다른 동물 종에 감염하려는 다단계 과정이다. 기후변화는 병독원의 생존, 발생과 전파를 촉진시킬 수 있어 인수공통 질병의 확산을 쉽게 일으킨다. 기후변화는 종의 점진적인 치환(변이)을 유도하고, 종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생태계의 극적인 인위개변을 일으킨다. 기후변화는 야생동물과 인간 사이의 잠재적 접촉을 이끌어 인수공통 질병의 확산을 유도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의 6번째 콜레라 팬데믹이 출현했을 때, 기존 균주의 지배적인 능력은 1905년에 동시에 나타났던 큰 기후이상에 의해 향상되었다. 20세기 동안의 계속적인 <균주선택> 역시 기후이상에 의해 동시에 일어났다. 안정적인 기후는 병독원의 진화적 분화에 의한 지속적인 전파를 향상시키는 데 적당하나 극단의 기후 역시 일시적인 거주에 필요한 새로운 생태적 지위에 노출시켜 <균주선택>을 촉진함으로써 환경에 적응한 균주의 전파를 촉진할 것이다.

1950년대에 <아렌트>는 “인공세계를 건설하면 할수록 인간은 자연환경으로부터 소외된다”며 과학적 전체주의를 경계한 바 있다. <아렌트>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려는 과학기술의 시도가 과학적 전체주의이며 기술시대의 악이라 하였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만 존재할 수 있으므로 과학기술은 생태계 내에서 인간의 지위가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작동해야 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연관되어 있는 한 감염성 질병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백신과 다른 방법들을 이용하여 감염성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동물 종에 살고 있는 질병 매개체는 그 동물을 박멸시키지 않는 한 공존할 수밖에 없다. 많은 전염성 바이러스가 박쥐에 감염되어 있으나 생태계에서의 중요성 때문에 박쥐를 박멸시킬 수는 없다. 인류는 미래의 또 다른 감염성 질병의 발발을 피하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 중앙정부나 자치단체는 공중보건 교육과 환경 분야를 포함한 과학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하며, 개발 제한을 통해 생태계를 보존하고 작게는 불법적인 야생동식물 거래를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인류는 자신이 파괴한 것을 인류의 독창성으로 복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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