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연속 '등록금 동결'…사립대 등록금 인상 계획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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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연속 '등록금 동결'…사립대 등록금 인상 계획 '무효'
  • 김한나 기자/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1.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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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재정난 심화에 대학들 '울상'
- 전국대학학생회 "대학 등록금 인상 요구, 현실 외면해"

올해도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은 물거품이 됐다. 12년째 연속 대학 등록금 동결이 계속되면서 대학들의 재정난은 심화되고 교육의 질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교육부는 2009년부터 '반값 등록금' 달성을 목표로 등록금 동결을 추진해왔다. 2011년에는 법정 인상 한도까지 설정하는 등 10년이 넘게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하지만 현재 대학 재정난 해소를 위한 정부의 대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물가 인상 등에 따른 대학들의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사립대학들은 재정 위기를 우려해 정부에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학생들은 등록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 대학 재정난, '교육 질 하락'의 원인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이 이어지면서 대학들은 교육·연구부문 투자까지 줄이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대학들의 기계·기구매입비는 2011년 3622억 원에서 2016년 2978억 원으로 644억 원으로, 연구비는 5397억 원에서 2016년 4655억 원으로 743억 원 감소했다. 실험실습비는 2011년 2145억 원에서 2016년 1940억 원으로 205억 원 줄었고, 도서구입비는 2011년 1511억 원에서 2016년 1387억 원으로 124억 원 감소했다.

실험실습기자재 노후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2005년 이후 2017년까지 연구수행주체별 3000만 원 이상 연구장비 구축 현황을 보면 전체 5만 9830건 가운데 지자체출연연구소 25.7%(1만 5366건), 정부출연연구소 24.1%(1만 4398건)인 데 반해 대학은 0.8%(478건)에 불과했다. 전체 구축액(10조 1685억 원)에서도 정부출연연구소는 32.5%(3조 3020억 원)를 기록했지만 대학은 1%(994억 원)에 그쳤다.

이러한 재정적 어려움의 극복을 위해 일각에선 세금으로 고등교육 재원을 마련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입법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대교협, 전문대교협,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등 많은 대학 협의체에서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일반재정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인건비 등에 자율적으로 쓸 수 없다"며 "고등교육예산을 늘릴 테니 대학은 등록금 동결에 협조하라는 교육부 논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교부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사립대학 "정부 지원 확대 절실...별다른 방법 없어"

사립대학들은 정부 지원이 늘지 않는 한 등록금 인상 외엔 별다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4년제 국내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745만6900원으로, 2008년(741만4800원) 대비 0.57%(4만2100원)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16.5% 하락한 셈이다. 

교육부의 올해 대학등록금 법정인상 한도는 1.95%로 12년째 동결 및 인하 기조다. 각 대학은 정부가 공고한 법정 인상률 범위 안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평균 지급률보다 높은 대학에는 국가장학금Ⅱ 배분 시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앞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교육부에 교내장학금 지급률이 15% 이상이라면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받게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밖에 서울대 등 국립대가 등록금 동결 선언을 한 것도 한몫 했다. 서울대는 지난 7일 대학의 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학부와 대학원 등록금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강원대는 9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학부 등록금을 1000원 인하하고, 대학원은 동결하기로 했다. 물론 법정 한도 내에서 등록금 인상은 가능하다. ‘고등교육법’ 제11조 제7항을 보면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많지 않다.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196곳 중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5곳에 불과했으며 174곳은 동결했고, 17곳은 인하했다.

또 강사법 시행과 최저임금 인상도 대학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과 2017년 대비 2019년 29%나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났다.

▲ 지난 6일 고려대에서 열린 2020년도 등록금심의위원회 대응을 위한 등록금 문제 공동대응 특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 지난 6일 고려대에서 열린 2020년도 등록금심의위원회 대응을 위한 등록금 문제 공동대응 특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등록금 인상’ 필요하다는 대학 vs 동결이나 인하만 가능하단 교육부

각 대학들은 교육부에 지속해서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값등록금’ 정책 등으로 인해 대학 재정에 어려움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대교협은 등록금 인상 규제 해소를 목적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어, 11월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대학교육 내실화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20학년도부터 법정인상률 범위 내 등록금 자율 책정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등록금 인상’을 위한 지속적인 입장 표명을 해왔다.

하지만, 교육부는 올해 신년사 등에서 사총협의 요구에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고,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 혹은 ‘동결’ 외의 다른 선택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2020년도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에서 살펴볼 수 있다. 교육부는 국가장학금 II유형 지원 대상을 '정보공시 상 평균등록금을 전년보다 인하하거나 동결하도록 자체 노력하는 대학'으로 정했다. 대학들은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기 위해선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부의 발표는 지난 7일 교육부 박백범 차관이 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의에 참여해 대학 총장들에게 “등록금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과 같은 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가장학금 II유형은 대학의 학비 경감 노력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는 장학금이고, I유형은 학생 소득에 따라 지급하는 장학금이다. 교육부는 국가장학금 II유형 4800억 원 중 3100억 원을 대학의 등록금 인하 등 자체 노력에 따라 지원한다. 또, 900억 원은 입학금 감축 대응에, 800억 원은 지방대학의 인재양성 계획에 따라 지원을 정할 예정이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대학의 등록금 인상 요구, 현실 외면한 것”

교육부의 입장에 더해 전국 30여 개 대학 총학생회 모임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도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요구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 10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요구한 등록금 인상은 대학생들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발언”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날 학자금 대출 금액이 ‘2018년 기준 전년 대비 639억 원 오른 1조8천억 원인 점, 대출받은 대학생 수가 전년 대비 1만958만 명 늘어난 63만 명인 점’을 들며 사총협을 비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소모적 논쟁 그만,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통해 근본적 대책 찾자”

대학교육연구소는 등록금 논쟁을 소모적이라고 비판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과거부터 등록금 투쟁은 있었고, 이를 통해 2011년부터 ‘등록금 상한제’와 함께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설치됐고, 2012년부터 국가장학금 제도가 도입된 것이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교육연구소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점에 대해 설명하며 사립대학과 정부를 동시에 비판했다. 이들은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 재정 구조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고, 정부는 여전히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사립대에 위임하면서 재정 지원을 게을리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2016년 기준 ‘GDP 대비 정부부담 공교육비 비율(고등교육)’은 0.7%로 OECD 평균인 0.9%에도 못 미치면서 우리나라 민간 부담 공교육비 비율은 1.1%로, OECD 평균(0.5%)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아진 점을 예로 들었다. 또, 사립대학 법인의 재정 기여도가 여전히 낮은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100일도 남지 않은 총선을 들며 각 정당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대학가의 소모적인 등록금 논쟁을 종식하길 바라고 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에 신중한 교육부 “고등교육 예산 늘린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재정 어려움을 해결점을 고등교육 부문 예산 확대에서 찾고 있다. 교육부는 2020년도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77조2466억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예산과 비교해서는 2조3303억원(3.1%)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대학가에 의하면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확보는 더디다고 평가한다. 이들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근본적인 교육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등록금수입에 의존한 대학의 재정구조를 정부 지원 중심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이에 “실제 국회에 발의된 법안도 여러 개가 있다며 정부의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제대로 부실대학 정리가 되지 않았으며, 현 상황에서 일괄적인 교부금을 대학에 지금하면 오히려 대학구조개혁 정책에 역행을 가져온다는 입장이다. 국고보조금 집행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일부서 등장했지만, 현 분위기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5일 충남 천안의 한 대학교수가 2014∼2018년 국고지원을 받는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수행 과정에서 제자와 친ㆍ인척 등의 명의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으로 13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기소되고 등 악용 사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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