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있는 연구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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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있는 연구 평가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7.1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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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이슈 리포트]

코로나19 대유행은 세계 각국에서 민주주의의 위기, 인종차별, 경제 위기, 빈부 격차의 심화 등을 초래했다. 이러한 문제는 공존, 협력, 상생의 의미와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급속도로 진행된 비대면 사회는 인프라 구축이나 제도 구축 등의 측면에서 강한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이러한 상황은 연구를 평가·배분·지원하는 연구비 지원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새로운 물음을 던진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어떠한 연구를 지원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물론, 그간 시행해 왔던 평가방식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데 맞는 것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간 연구자에게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며 연구 진실성과 재현성 문제를 악화시키는 방식으로 연구의 질 또는 영향력을 평가해 온 양적 산정 방식, 다양성과 혁신성을 감소시키는 연구 평가 방식, 정량화할 수 없는 연구의 영향과 가치를 희생시키는 평가 방식 등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우리가 지양해야 할 평가방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방식은 공존, 협력, 상생의 관점을 지향해야 하는 현재 큰 숙제를 남긴다. 또한 그간 대면으로 진행해온 방식을 비대면 또는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하는 인프라 구축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이에 한국연구재단은 한국 R&D 패러다임의 변화와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연구비지원기관에 대한 요구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고자 한국연구재단이 기울인 노력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1일 ‘책임 있는 연구 평가’라는 제목의 <이슈 리포트>(2021_11호)를 발간했다. [저자: 이효빈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집행이사/충남대 아시아비즈니스 국제학과·장효정 한국연구재단 국제협력기획팀]

보고서는 한국 R&D에 대한 정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노력을 돌아본 뒤 책임있는 연구 평가를 위한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정성평가 위주의 질적 전환이 이루어졌으며, 연구 진실성 제고를 위해 국가연구개발 혁신법을 시행하여 국민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연구 다양성 제고를 위한 노력 확대와 코로나19에 대한 중장기적 대응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한국 R&D의 패러다임 변화

한국 R&D의 본격적인 출발점은 경제성장을 최대 과제로 삼았던 1970년 초반부터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 R&D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2020년 현재 GDP의 4.81%를 R&D에 투자하고 있어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간 R&D는 국가의 목표인 경제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도구로써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추격자의 위치에서 생산성을 증대시켜 부를 축적하는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보니, 연구에 대한 평가도 연구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영향력, 책임, 윤리, 질적 우수성보다도 가시성을 앞세운 생산성의 강조에 있었다.

1997년 경제 위기를 거쳐 2000년대부터 정부는 경제성장보다도 복지나 보다 나은 삶, 사회 문제 해결 등으로 국가 목표를 변화하면서 R&D의 역할도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책임 있는 혁신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간 경제성장이라는 패러다임 아래에서 도외시되었던 젠더, 환경, 다양성, 복지 문제가 강조되고 경제적 성장을 위해서라면 용인되었던 위험한 혁신도 책임 있는 혁신으로 탈바꿈했다. 또한 저성장,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지향해야 할 연구의 방향이 기술적 문제 해결보다도 ‘사회 문제 해결’적 측면에서 좀 더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R&D 패러다임의 변화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몇몇 사건과 함께 더 큰 사회적 책임감과 윤리 의식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황우석 사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은 연구의 진정한 목적, 책임 있는 연구수행의 중요성과 연구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의식에 대해 논의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8년부터 연달아 발생하기 시작한 다양한 연구부정행위는 그간 양적 업적 평가가 가져온 폐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부실학회 문제, 미성년 저자 문제 등은 정의와 공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에 연구자들이 갖추어야 할 윤리 의식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공적 자금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어 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연구의 진실성을 확립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 책임 있는 연구 평가를 위한 노력

● 국가 차원의 노력

끊임없이 발생하는 연구부정행위 문제를 해결하고 연구 진실성을 추구하기 위해 정부는 2021년부터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시행했다. 우리나라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와 관련된 기존 법규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하 “공동관리규정”)’과 각 부처가 제정한 연구개발 관련 각종 행정규칙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동일 사안에 대해 부처마다 다르게 처분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2020년 6월 9일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제정되어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게 되었고 공동관리규정은 폐지됐다.

▶ 국가 R&D 부정행위의 범위 확대

2020년까지 R&D 연구과제는 ‘공동관리규정’에 영향을 받았으며, 연구부정행위를 위조, 변조, 표절, 부당한 저자표시 등으로 구분했다. 2021년부터 부정행위를 확대하여 기존의 연구부정행위를 포함하여 연구비 오남용, 연구개발 성과의 부정소유, 기밀 노출 등이 포함했다. 이는 연구 진실성을 추구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다.

▶ 연구과제 심사자 선정의 전문성과 공정성

국가연구개발혁신법(제14조제2항)은 평가위원 선정의 전문성과 공정성에 대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구 공동관리규정과 달리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은 평가위원의 전문성 판단과 관련된 구체적 기준(예시 : 실무 경력이 10년 이상인 사람)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 심사와 관련된 비밀누설 금지

그간 연구과제 심사와 관련된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법령에 근거하지 않고 개별 부처의 훈령과 심사자가 서명한 서약서에 근거하였기 때문에 위반 시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그러나 2021년 1월부터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라 국가연구개발과제의 심사에 참여하는 심사자들은 벌칙 적용에서 공무원 의제를 받게 되고 심사업무 수행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직무상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게 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 청탁금지

한국연구재단 등 연구관리 전문기관에서 실시하는 각종 연구과제 평가업무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은 공무수행사인으로 분류되고, 이들에게도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5조에서 제9조까지가 적용된다. 청탁금지법(제5조 제1항 및 제23조)에 따라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연구과제 평가업무에 참여하는 심사자에게 평가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부정청탁을 하게 되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 한국연구재단의 노력

▶ 연구진실성 제고

대학의 연구부정행위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2020년 기준 연구부정행위 의혹 건수는 391건으로 작년보다 148건 증가했다. 반면 최종 연구부정행위로 판정된 건수는 110건으로 작년보다 19건 증가했다.

2020년 기준 연구부정행위 조치 결과, 경고가 3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견책과 논문철회가 각 11건으로 많았다. 해임, 정직 등 중징계는 6건으로 나타났고, 조치없음은 14건이었다.

연구부정행위 문제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음에도 관련 문제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부정 행위 문제에 대해 한국연구재단에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연구부정행위가 의심되거나 인지하게 되면 재단 홈페이지나 우편,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신고내용을 확인한 후 행정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2019년 2월 여러 연구부정행위 문제에 전문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구윤리위원회를 설치했고, 2020년 7월 본격적으로 연구윤리지원센터를 설립하였다. 2018년 연구윤리 전담부서가 설립된 후 부실학술활동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부실학회 예방가이드’(2018.10)를, 또한 미성년 공저자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부당한 저자표시와 관련된 예방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하였다. 또한 연구윤리 인식 수준을 제고하고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2019년 「윤리적인 연구 출판을 위한 국제규범」, 「신진연구자를 위한 연구윤리 첫걸음」을 발간하였고, 2020년에는 「대학의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길잡이」를 출판하였다. 

연구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연구윤리 인식 수준의 지속적인 제고와 함께 연구자들이 직접적으로 궁금증에 대해 질문하고 연구윤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연구윤리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 평가위원 윤리 강화

한국연구재단은 기초연구사업을 포함하여 모든 연구사업의 평가에 참여하는 심사자들에게 ‘평가위원 서약서’를 요구하고 있다. 동 서약서에 수록된 주요 내용은 첫째 평가위원과 평가대상과제가 ‘공정한 평가를 수행하기 어려운 관계’인 경우는 이를 연구재단 담당부서에 알리고 안내에 따르라는 것이고, 둘째는 평가과정에서 습득한 정보는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연구재단은 동료평가 시 평가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이해상충 방지, 기밀누설 금지뿐 아니라 평가 전문성, 공정성을 위한 평가태도, 공정한 평가를 저해하는 경우 제보방법 등에 대해서도 평가 시작 전 모든 평가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질적 평가 강화

정부는 그간 양적성과를 위주로 평가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질적 평가를 도입하여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단순히 논문 건수, 특허 건수, 모델 개발 건수, 영향력 지수 등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연구자가 연구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나 연구의 진실성을 추구할 시간보다는 질 낮은 연구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내야 하는 방식으로 연구자를 압박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해당 분야의 다른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정성적으로 평가 결과를 도출하게 하는 정성평가 방식을 도입하였다. 

평가지표도 정성적인 항목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 평가항목은 연구의 창의성·도전성, 연구내용·방법의 적합성, 사업목적과의 적합성, 연구비·연구기간의 적정성, 연구자(팀)의 우수성, 연구성과의 활용·기대효과이다. 심지어 일부 세부사업(리더연구, 선도연구센터)에서는 이 평가항목에 평가 점수조차 부여하지 않고 전문가들의 심층평가를 통해 과제를 선정한다.

이와 더불어, 연구재단은 과제를 평가하는데 있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편견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암맹평가(Blind Review)를 도입하였다. 1995년 (구)한국과학재단의 핵심전문 연구지원사업에서 처음 도입되었다. 당시 동 사업에 신청한 과제들은 1단계 우편평가, 2단계 분야별 회의평가, 3단계 종합평가를 거쳐 최종 지원 여부가 결정되었는데 암맹평가는 1단계 우편평가 과정에 도입되었다. 우편평가 시 신청과제별로 5인의 전문가에게 평가를 의뢰하였는데, 이 중 3인은 연구계획서의 전체요소(연구계획 및 연구업적)를 평가하고 나머지 2인은 인적사항이 배제된 연구계획만을 평가(소위 암맹평가)하였다. 이러한 2가지 유형의 평가를 통해 확인된 차이점(전체요소평가와 암맹평가 점수의 차이)은 2단계 분야별 회의평가를 통해 논의를 거쳐 조정되었다. 

▶ 조직·연구지원의 다양성 확대

연구 생태계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조직 차원의 다양성 및 포용성의 제도화가 이루어지고 대학 및 연구기관의 다양성 및 포용성 확립을 위한 연구 지원 시스템을 확립할 때만 가능해진다. 

재단 내 조직 부분에 있어 소관 위원회와 여성 관리자 비율을 늘려 젠더 혁신 추구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남성들이 출산 및 육아휴직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였다. 여성과학자의 선정 비율이 20%로 증가하였고, 임신 육아 휴직 시 연구기간을 최대 2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성뿐 아니라 연구생애주기, 직위, 전공 등에 차별 없이 연구를 지원했다. 연구 취약계층인 박사후연구원 및 청년연구자 등 학문후속세대의 지원이 확대되고, 비전임 연구자를 지원하는 사업(창의·도전연구기반지원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사업 등)이 신설되기도 했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 잡힌 연구 생태계를 위해 지역대학 소속 연구자 지원을 할당하고 있다. 고경력 연구자가 은퇴 후 재취업하여 전문지식과 경험을 지역인재 양성에 쏟을 수 있도록 전문경력인사 초빙활용도 지원되고 있다. 

연구 분야별 다양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기울고 있다. 기초연구실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 학제간융합연구지원사업, 스페이스 챌린지 사업 등에서 융합연구를 지원한다. 사업별로 다양한 규모의 연구팀과 다학제간 연구를 지원한다. 또한 학문후속세대 유입이 감소하는 연구 분야를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보호 및 소외분야 연구과제를 별도 지원하기도 한다. 

■ 코로나19 대응과 책임 있는 연구 평가

●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연구지원

△ 보건·의료분야 예산 확대 △ 감염대응 단계별 연구지원 △ 긴급연구지원 도입 △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지원

● 코로나19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 인문사회학을 통한 코로나19 대응

다양한 기관과 연구자들이 코로나19 감염증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와 예방을 위해 과학기술적인 대응 추진에는 보다 적극적이지만, 코로나19 현상과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에 따른 인문학적 고민과 성찰은 상대적으로 미비한 실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은 민주주의의 후퇴, 혐오의 확산, 인종차별, 부의 불균등 심화 등의 문제를 낳았고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을 통한 고민과 성찰이 요구된다. 

재단은 인문사회학 연구를 지원하며 인문학적 성찰과 대응을 통해서도 코로나19로 발생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인류사회를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단은 꾸준히 인문학적 대응 방안으로도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 사회적 이슈 해결을 위한 협업 노력

▶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력 노력

▶ R&D 일자리 플랫폼 강화

연구자 생애주기별 일자리 창출 연구자의 경력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연구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인력양성, 연구 기회 부여 등에서 효율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효과적인 연구지원을 위해 재단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기반을 조성하여 연구자를 지원하고 있다. 

● 연구 및 평가에서의 방역 강화

▶ 연구현장 방역지침 가이드라인 운영

▶ 연구평가 방법의 변화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연구평가방법의 변화에 있다. 기존에 대면으로 진행되었던 평가방식을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하되 평가의 질과 방법에는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연구과제의 선정 및 진도관리를 위한 각종 평가(선정평가, 단계평가, 종료평가 등)를 화상 평가 또는 온라인 서면 평가로 대체하였다. 단 대면 방식의 평가회의가 불가피한 경우는 정부의 방역관리지침을 철저히 준수하여 진행하였다. 

비대면 평가를 분류해보면, 5개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사업의 특성에 따라 선택하여 평가를 진행하였다. 평가 진행 시간에 따라 ‘실시간’ 및 ‘비실시간’으로 구분하고 평가자 및 신청자 참여 방식을 ‘집합’ 및 ‘분산’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비대면 평가 방식은 시·공간 문제와 코로나19 확산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으며, 교통비, 인쇄비, 회의비 등 대면으로 진행되는 회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온라인 회의 시스템 안정화 문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으면, 보안 문제나 돌발상황시 대처 방안이 부재하다는 것도 여전히 큰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 시사점

한국의 R&D 패러다임은 그간 경제 성장을 목적으로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었다가 점점 질적 성장을 기대하게 되면서 연구 진실성, 다양성 등이 요구되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성장하였다. 정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노력을 돌아보며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책임있는 연구 평가를 위한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정성평가 위주의 질적 전환이 이루어졌다. 이제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평가가 전문가의 정성적 평가를 위주로 추진된다. 이는 연구자 실적 압박, 달성하기 쉬운 낮은 목표설정 관습에서 벗어나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연구를 추진할 수 있는 토대 마련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연구 진실성 제고를 위해 국가연구개발 혁신법을 시행하여 국민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보다 강제적이고 엄중한 관리가 가능하나, 연구공동체 스스로 만들어내는 보다 높은 수준의 윤리 문화를 조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학회, 출판사, 연구기관 등의 연구자 커뮤니티에서 자발적으로 윤리 수준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연구 다양성 제고를 위한 노력의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연구재단에서는 취약계층 연구자를 지원하고 융합연구, 보호·소외분야를 지원하여 연구계층과 연구 분야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들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형평성이 아닌 평등성의 원칙에 근거하여 시혜적으로 지원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연구 다양성의 확보는 단지 취약계층에 대한 호의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의 아이디어가 모여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결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중장기적 대응 계획이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여 정부와 한국연구재단은 긴급연구지원 체계를 도입하고, 연구 현장의 방역지침 준수와 유연한 연구비 집행을 위한 적극 행정도 실시했다. 비대면 평가를 도입·확대하면서도 평가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했다. 이제 코로나19의 영향은 장기화되고 있고, 코로나19 대응에서 얻은 교훈을 적용하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연구 평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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