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 안드라고지 체제로 대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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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학, 안드라고지 체제로 대전환해야 한다
  • 장원섭 연세대·교육학
  • 승인 2021.07.1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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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많은 대학이 생존 위기를 겪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 입학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이미 지방대와 전문대를 중심으로 4만 명 넘는 대규모 미달사태가 벌어졌고, 내년에는 신입생이 6만여 명 부족하리라 전망된다. 교육부는 폐교와 정원감축 등을 통한 대학구조조정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학이 성인학습자 대상 평생교육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지금의 우리 대학들도 중세 대학이 가졌던 학문 탐구의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트주의적 상아탑으로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대학이 이미 대중화를 넘어 보편화된 가운데 사회 속에서 그 역할을 더욱 확장해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비전통적 학생으로서 지역사회 주민과 산업체 종사자 등을 위한 성인교육이다. 

성인 대상 평생교육으로 대학 위기에 대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는 타당한 듯하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세 전후의 학생들만을 입학자원으로 생각한다면 많은 대학이 정원을 채우기 어렵다. 이에 반해, 비전통적 학습자로서 성인교육 대상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체 인구 대비 학령인구의 비중은 1980년 37.8%였으나 2015년에 17.5%로 낮아졌고 2060년에는 11.1%에 불과할 것이다. 대학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학령기 이후의 비전통적 교육 대상에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다행인 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가 누구나 배워야 하는 평생학습 시대로 전환했다는 사실이다. 교육과 일, 여가의 순차적이고 일방향적 삶의 경로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며 중첩적이고 불규칙한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양상에 주목하여 대학은 성인의 계속학습 수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대학 미진학 성인들뿐만 아니라 계속교육 욕구가 큰 고학력자, 그리고 활동적 노년을 위한 고령자 대상 평생교육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대학이 특수대학원, 평생교육원, 산학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비전통적 학생에게 문호를 열어 성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무크 같은 온라인 교육 확산으로 전 세계가 대학의 교육자원을 공유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개방형 교육체제가 더욱 가속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과연 성인학습자를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가 돼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대학은 아직도 전통적인 페다고지 모형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성인교육은 단지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한 수입원 정도로만 여겨지는 형편이다. 진정한 평생교육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대학은 안드라고지 모형으로 개편해야 한다. 

1968년 말콤 노울즈(M. Knowles)가 주창한 안드라고지(andragogy)는 혁신적 교육 개념이었다. 그것은 성인 또는 인간을 의미하는 ‘안드로스(andros)’와 지도한다는 뜻을 가진 ‘아고구스(agogus)’를 합성한 용어다. 아동을 의미하는 ‘파이드(paid)’를 어원으로 한 페다고지(pedagogy)와 대비된다. 노울즈는 학습자에 대한 가정에 있어서 안드라고지가 페다고지와는 대조적이라고 주장했다. 교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아동과는 달리, 성인학습자는 자기 삶에 대한 책임과 주체적 의사결정력을 가지고 있고, 왜 배워야 하는지를 아는 존재다. 따라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학습을 스스로 할 수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 일상 경험을 통한 학습, 성찰적 관점 전환의 학습 같은 성인학습이론들은 이런 전제에 기초한다. 안드라고지 교육 모형은 아동과 청소년 교육에까지 적용되어 스스로 탐구하고 답을 찾아가는 학습자 중심의 열린 교육을 이끌기도 했다. 결국, 안드라고지는 단지 성인 대상 교육이 아니라 개혁적 교육이다. 

생존을 위한 안간힘이건, 시대의 추세에 발맞추건 이제 대학이 평생교육 기능을 수행하는 건 불가피하다. 단지 수익의 차원을 넘어 진정으로 대학교육이 안드라고지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대학은 야간과 주말 등 직장인을 위한 교육 시간 활용, 온라인 컨텐츠 공유를 통한 유비쿼터스 학습, 학위 또는 수료증 등 교육이수증명의 공유를 통한 학습이력 관리 등을 더욱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학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안드라고지적 교육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교수학습센터를 통해 교육방법 측면에서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전통적 학생을 염두에 둔 페다고지 모형에 근거하고 있다. 하루빨리 성인학습 전문가를 배치하여 대학교육을 총체적으로 안드라고지 체제로 개편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대학은 어쩔 수 없이라도 전통적인 페다고지 모형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안드라고지 모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교육의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를 낳을 수 있다.


장원섭 연세대·교육학

연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University of Iowa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책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연세대학교 교육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통령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전문위원,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방문 연구원, University of Illinois(Urbana-Champaign) 방문 교수, 연세대 교육연구소 소장, 한국산업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성인교육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 및 역서로는 『교육과 일의 사회학』, 『앤드라고지: 현실과 가능성』(공저), 『일의 교육학』, Theories, Policy, and Practice of Lifelong Learning in East Asia(공저), 『팀의 해체와 놋워킹』(공역), 『다시, 장인이다』, 『미래를 여는 교육학』, 『인적자원개발: 이론과 실천 (3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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