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앞당긴 플랫폼 사회,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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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앞당긴 플랫폼 사회,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7.11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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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 사회가 온다: 디지털 플랫폼의 도전과 사회질서의 재편 | 이재열·하상응·임동균·이원재·김병준 외 4명 지음 | 한울엠플러스 | 232쪽

 

디지털 플랫폼이 일상을 지배한다. 스마트폰을 쥐고 생활하는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는 플랫폼 시대를 가장 잘 대표하는 신인류다. 교육, 업무, 소통, 쇼핑, 여가 등 일상의 거의 모든 일이 플랫폼을 거친다. 이 책은 플랫폼 사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종합적으로 탐색하고자 한국사회학회가 중심이 되어 수행한 공동연구의 결과물이다. 

플랫폼 사회로의 변화는 일시적인가, 지속적인가. 플랫폼에 의해 매개되는 네트워크가 확장되어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공생과 협력이 선순환하는 유토피아를 낳을 것인가, 소수에의 쏠림과 치우침, 그리고 감시와 독점이 일상화되는 디스토피아를 낳을 것인가. 디지털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우리의 삶은 더 여유로워질 것인가, 혹은 정보 격차가 커지고, 배제되는 세대와 인구 집단의 불이익은 심각해질 것인가. 조직에 대해 우리는 어떤 근본적 질문을 새롭게 던져야 하는가. 공감력이 가지는 파급효과는 새로운 조직의 구상과 실행, 공유와 협업의 가능성을 어떻게 바꿀까. 적극적인 변화가 플랫폼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시점에서, 어떻게 제도적 공백을 채워야 할까. 적극적으로 사회적 임팩트를 극대화하는 플랫폼 사회를 만들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각 장의 내용은 “플랫폼 사회가 온다: 코로나19가 재촉한 변화와 대응”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사회학회가 개최한 공개 심포지엄(2020년 10월 23일)에서 발표한 것으로 플랫폼 사회로 진입한 한국과 세계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법을 찾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 책은 내용적으로는 변화하는 일상을 다룬 1부에 4장, 그리고 기술 변화와 제도 혁신을 다룬 2부에 4장으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플랫폼 사회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이 어떤 변화의 궤적을 보이는지, 정치적 담론과 개인들 간의 관계, 세대 간 거리, 공연예술의 변화 등을 통해 살핀다. 2부에서는 플랫폼 사회에서 가장 핵심적 기술로 떠오르는 인공지능과 알고리듬, 그리고 플랫폼 노동이 만들어낼 미래 변화에 대해 살피고, 플랫폼 사회의 등장이 새로운 역사적 분기점에 해당한다는 점을 짚어본다.

 

1장 ‘플랫폼 사회, 코로나19가 재촉한 변화와 대응’에서 이재열은 코로나19가 가속한 플랫폼 사회에 대해 살펴보고 이 책의 전체 내용을 훑어본다.

2장 ‘우리는 설득이 불가능한 사회로 가는가’에서 하상응은 플랫폼의 발전과 자유민주주의 확산이 맞물리면서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혐오와 편견이 강화되고 결과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게 된 ‘자유의 아이러니’에 대해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3장 ‘단절사회에서 더불어 살려면’에서 임동균은 한국인의 마음의 심연을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물리적 거리두기가 개인의 주위에 깊은 해자를 두르는 심리적 거리두기와 함께 진행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4장 ‘20대와 50대의 단절과 전승’에서 이원재와 김병준은 플랫폼화한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징후로서 세대차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도발적인 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이들은 가장 문화적 현상이라고 할 만한 문학의 세계가 쏟아낸 텍스트를 빅데이터 삼아 예리한 분석의 메스를 들이댔다. 

5장 ‘코로나가 일으킨 클래식 음악계의 지각변동’에서 조은아는 코로나가 일상에 남긴 격렬한 지각변동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공연예술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청중의 몰입과 생생한 현장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러나 폐쇄된 콘서트홀로 인해 공연 기회를 얻지 못한 예술가들은 뿔뿔이 격리된 공간 속에서 강요된 무관객 스트리밍, 랜선 공연, 홈플레잉과 모자이크 앙상블 등으로 대안을 찾아야 했다. 조은아의 대안은 플랫폼이다. 

6장 ‘윤리적 AI 대 윤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플랫폼’에서 강정한은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딥러닝이 기본적으로 인과적 메커니즘에 대한 모델이 아니라, 심층적 구조에 대한 반복학습을 통해 에러를 줄이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호영이 쓴 7장 ‘알고리듬이 편향된다면?’은 강정한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그는 플랫폼이 수집한 데이터로부터 분류하고 판단하며 추천하고 예측하는 알고리듬이 가진 편향성에 대해 주목한다. 데이터와 알고리듬이 가진 본원적인 편향을 고려할 때 알고리듬이 사람보다 더 공정할 것이라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8장 ‘플랫폼은 일을 어떻게 바꾸는가?’에서 한준은 플랫폼이 가진 양면 네트워크의 효과가 일을 어떻게 바꾸는지 세 가지 기능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첫째, 플랫폼은 일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정보 접근을 쉽게 해서 거래 조건에 맞는 상대방을 찾기 쉽게 만드는지, 둘째, 플랫폼은 분업과 협업을 매우 쉽게 만들어, 분산된 다수 혹은 대중의 힘을 이용하기 쉽게 하며, 일의 내용이나 숙련 수준에 따라 선택할 여지를 넓게 만드는지, 셋째, 플랫폼은 일의 방식과 요구사항에 대한 수요자의 통제 가능성을 높이고 평가를 통한 평판을 쉽게 만들어 통제에 반영할 수 있게 하는지에 대한 검토다. 

9장 ‘플랫폼 사회의 도래, 산업화의 세 번째 분기점’에서 이재열은 거시적이고 역사적 맥락에 주목한다. 플랫폼 사회는 과거 산업화의 중요한 분기점, 즉 대량생산체제가 자리 잡은 20세기 초나, 유연전문화가 뿌리내린 1970년대와 유사하게 새로운 분기점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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