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민족, 탈국가, 탈애국을 통해 구체화되는 톨스토이의 비폭력 평화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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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민족, 탈국가, 탈애국을 통해 구체화되는 톨스토이의 비폭력 평화 사상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7.11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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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폭력에 대하여 | 레프 톨스토이 지음 | 박미정 옮김 | 바다출판사 | 280쪽

 

이 책은 톨스토이 비폭력 반전 평화 사상을 담은 책으로 톨스토이의 후기 비폭력 평화 사상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비폭력과 평화에 대한 강한 신념과 실천 방안은 물론, 전쟁과 폭력에 의존해 유지되는 당시 유럽 국가 체제에 대한 비판과 변혁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다. 

평화에 대한 톨스토이의 굳은 신념과 지배계급에 의해 착취당하고 고통받는 농민과 노동자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연대의 정신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시대에 앞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고, 폭력을 재생산하는 애국주의(애국심)를 비판하며, 더 나아가 체제를 바꾸려고 노력한 급진적인 사회 사상가로서의 톨스토이의 면모를 사유할 수 있다.

톨스토이의 반전 평화 사상을 관통하는 것은 선함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에 기반을 두고 탈민족, 탈국가, 탈애국을 통해 자신의 평화 사상을 구체화하고 발전시켜 나갔다. 톨스토이는 러일 전쟁을 기독교 국가와 비기독교 국가의 충돌로 보았다. 러일 전쟁은 기독교 사회의 패배이자, 서유럽 국가의 모순을 폭로한 계기인 것이다. 그동안 인류가 쌓아 올린 기독교 문화는 중요하지 않으며, 쓸모없음을 러일 전쟁이 보여주었다고 톨스토이는 보았다. 그렇기에 그는 기독교 민족들이 이제는 그들의 노력을 군사력이 아닌, 기독교 교리에 충실한 삶의 구조 형성에 기울여야 할 때라고 믿었다.

러일 전쟁의 패배 이후, 톨스토이는 새로운 세계관과 새로운 소통, 새로운 믿을 가진 대변혁의 시대를 꿈꾸었다. 더 이상 기독교에서 말하는 기적이나 성상, 권력을 숭배하는 것 대신에, 폭력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도덕적인 마음’을 따르는 것이었다. 이러한 대변혁을 실현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국가라고 불리는 인위적인 조직에 생명과 자유를 무조건적으로 희생할 필요가 없다고 톨스토이는 주장했다. 국가의 이기심으로 자행되는 전쟁에 대한 폭력 행위에 절대로 협조하지 말 것을 사람들에게 당부하며, 톨스토이는 비폭력 반전 평화 사상을 구체화시켜 나간다.

이 책에는 러일 전쟁과 관련된 톨스토이의 세 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다. 세 편의 에세이에는 전쟁의 참상이 가감 없이 묘사되어 있으며, 전쟁의 의미를 규명하고자 하는 톨스토이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전쟁이 꼭 필요한 것인가?’ 톨스토이는 이 질문을 시작으로 전쟁의 부조리함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한다. “전쟁은 고통스러운 노동이며, 비난받아야 할 현상이자,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비극”이라고 말이다. 

크림 전쟁의 패배를 경험했던 톨스토이에게 러일 전쟁은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떠오르게 했다. 이에 톨스토이는 세 편의 에세이 〈다시 생각하십시오!〉,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세기말〉을 통해 때로는 간결하고 단호하게, 때로는 호소력 짙은 수사로 전쟁의 근본 원인과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다시 생각하십시오!〉에서는 러일 전쟁을 막기 위한 톨스토이의 일침과 인권의 존엄성에 대한 호소를 담고 있다. 국가와 지배 계층이 농민과 노동자들을, 특히 젊은이들을 전쟁에 보내고 있다고 호소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그러면서도, 지극히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도 전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전쟁은 그 준비 과정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의 불필요한 희생과 경제적 낭비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전쟁에 소비되는 비용과 군의 유지비로 인한 재정 손실을 수치로 보여주기까지 한다. 나아가 전쟁에 관련된 각계각층의 입장을 분석하면서 인간의 이기적인 면을 보여준다.

더불어 이러한 폭력적인 세태가 반복되는 것은 기계적인 사회 구조의 문제로 본 톨스토이는 국민들이 다 함께 국가에 반하여 전쟁을 원하지 말고, 참여하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러일 전쟁 패배 이후에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으며, 기존에 있던 뒤떨어진 낡은 기독교주의와 정치체계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톨스토이는 강력하게 사회제도의 변화를 추구하였는데,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는 비폭력을 수반한 인권의 평등함이 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톨스토이는 전쟁을 멈출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였고, 이에 한 가지 결론에 이른다. 바로 “모든 개개인에게 호소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악을 악으로 갚는 것은 무익하고 비이성적이며 그 악을 확대할 뿐이라며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지 않고, 각 개인의 도덕적 힘으로 폭력을 견뎌내는 것이 진정한 자유를 성취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보았다.

무정부주의를 강하게 외치며, 국가와 교회의 위선을 폭로하였던 톨스토이는 당시 러시아 사회를 무섭게 뒤흔들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급진적인 시선을 통해 톨스토이의 말은 큰 울림이 되어 전쟁과 폭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끊임없이 재고하게 만든다. 비폭력과 평화를 설파한 톨스토이의 사상은 그가 서거한 지 10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전쟁과 대립이 끊이지 않고, 군대와 경찰이 사회 약자보다 권력을 가진 자의 편을 드는 현실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강렬한 현재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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