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중국 이해를 위한 비판적 고찰 ― 『포스트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을 읽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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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중국 이해를 위한 비판적 고찰 ― 『포스트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을 읽는 방법
  • 임춘성 국립목포대학교·중문학
  • 승인 2021.07.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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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포스트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 개혁개방 이후 중국 비판사상의 계보를 그리다』 (임춘성 지음, 그린비, 392쪽, 2021.05)

1.

마틴 자크(Jacques, Martin)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When China Rules the World)』(2009)에서 ‘서양 세계의 종말(the end of the Western world)’과 ‘새로운 지구적 질서의 탄생(the birth of a new global order)’이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해 학계와 독서계의 광범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로부터 6년 만에 조반니 아리기(Arrighi, Giovanni)의 제자인 훙호펑(Hung, Ho-feng)은 ‘왜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는가’라는 부제의 『차이나 붐(The China Boom)』(2015)을 출간해, 통계자료에 근거해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서 중국이 미국의 하위 파트너임을 주장했다. 훙호펑은 중국이 1581년 세금의 은납화를 효시로 ‘자본주의 없는 시장’(1650~1850) 단계를 거쳐, ‘자본의 시초 축적’(1850~1980)을 이룬 후, ‘자본주의적 호황’(1980~2008)의 단계를 맞이했다고 논술했다.

 

2.

천지개벽에 비견되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변화를 ‘공정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주의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자본주의를 수용하는 것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인지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인지를 일반 독자가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똑같은 개혁(페레스트로이카)과 개방(글라스노스트)을 거쳤지만 소비에트 연방은 해체되었고 소련공산당은 권력을 내주었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은 건재하고 중국공산당은 인민의 지지를 받으며 집권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다. 올해로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 중국공산당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중국은 샤오캉(小康)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만천하에 공표했고, 2030년 이전 GDP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며, 28년 후 건국 100주년을 준비하며 두 개의 100년이라는 붉은 ‘중국몽’에 흠뻑 빠져있다. 이런 중국이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공산당이 통치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이상이 인식 대상의 복잡함과 관련된 것이라면, 인식 주체인 한국인의 문화심리구조의 복잡함 또한 만만치 않다. 한국인의 중국 인식은 전통 중국에 대한 관습적 존중으로부터 서양의 중국위협론의 영향을 받아 중국 혐오로 나아가는 경향을 보인다. 중국의 굴기를 ‘슈퍼차이나’로 전유(專有)하는 한국 언론매체의 인식 변화는 가히 상전벽해 수준이라 할 만하지만, 2010년대 이후 ‘반미’(反美)의 자리를 ‘혐중’(嫌中)이 대신했다는 박노자(2020)의 분석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인식 대상의 복잡함은 우리가 면밀히 살펴 공부할 과제지만, 주체의 복잡함은 논의가 필요하다. 그 복잡함에는 단순한 진영 논리가 가미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반미는 친중과 연계되고 혐중은 친미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갈등적 상호의존의 역사’를 가진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친미 대 친중 논쟁은 무의미한 ‘자기파괴적’ 논쟁(박홍서 2020)이 되므로, 우리가 경계할 일이다. ‘균형 잡힌 중국관’을 가지고 맹목적인 ‘혐중’을 반대하며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공정한 이해와 동행”(박민희 2021)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급선무이다.

3.

『포스트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은 21세기 문명 전환 시대 중국의 문화·사회변동(cultural and social change)에 대해,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현재까지 진행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비판 사상(critical thoughts)을 중심으로 분석 고찰했다. 중국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부문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첨예한 화두를 미래 세대에게 던지고 있는 비판적 지식인들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이를 통해 포스트사회주의 중국의 비판 사상의 계보를 그림으로써 한국 사회의 공정한 중국 인식 확립에 일조하고자 했다. 

이 책은 세 층위의 비판에 초점을 맞추었다. 
첫째, 제국주의와 봉건제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비판’.
둘째, 중국공산당에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비판적 지식인’들의 ‘비판’.
셋째, ‘비판적 지식인’들의 ‘비판’에 대한 ‘비판적 고찰’.

이상 세 층위의 ‘비판’은 중국을 공정하게 인식하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아울러 ‘비판’이란 명목 아래 임의로 재단(裁斷)하고 단장취의(斷章取義)하며 텍스트를 왜곡·날조하는 사례를 무수히 봐온 필자로서는 충실한 텍스트 독해와 폭넓은 콘텍스트 이해를 최우선으로 삼아 ‘비판적 고찰’을 진행했다.

리쩌허우(李澤厚)와 역사본체론<br>
리쩌허우(李澤厚)와 역사본체론

4.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른바 ‘비판적 지식인’은 다들 일가(一家)를 이룬 사상가다. 이들 각자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는 별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각 인물의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뽑아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이를테면 첸리췬(錢理群)의 20세기 중국 지식인의 정신사와 민간 이단 사상 연구, 왕후이(汪暉)의 근현대성 역설, 쑨거(孫歌)의 동아시아 인식론 등이 그것이다. 1부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리쩌허우(李澤厚)는 포스트사회주의 시기 비판 사상의 시원이라는 점에서 문화심리구조, 유학 4기설, 서학의 중국적 응용, 심미 적전(積澱), 인류학 역사본체론에 초점을 맞추어 종합적으로 다루었다. 아울러 경제학자 원톄쥔(溫鐵軍)의 백 년의 급진과 비용전가론, 정치학자 추이즈위안(崔之元)의 자유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 학자 장이빙(張一兵)의 마르크스 역사현상학 등도 함께 다루었다. 하지만 이들이 포스트사회주의 중국의 비판적 사상가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특히 비판 사상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왕샤오밍(王曉明), 리퉈(李陀), 다이진화(戴錦華) 등 비판적 문화연구 학자들의 비판 사상은 별도의 독립된 저서에서 다룰 예정이므로 이 책에 포함하지 않았음을 밝혀 둔다.


임춘성 국립목포대학교·중문학

국립목포대학교 중국언어와문화학과 교수와 동 대학원 문화응용과스토리텔링협동과정 교수를 지내고 있다. 연구 분야는 중문학과 문화연구이고 최근 중국 비판사상 연구와 사이노폰 연구(Sinophone studies)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중국현대문학학회 회장을 지냈고 동 학회 상임고문직을 맡고 있다. 『문화/과학』 편집자문위원, 맑스꼬뮤날레 집행위원, 상하이대학교 문화연구학부 국제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포스트사회주의 중국의 문화정체성과 문화정치』, 『상하이학파 문화연구: 비판과 개입』(편저) 등, 옮긴 책으로는 『마르크스로 돌아가다: 경제학적 맥락에서 고찰한 철학 담론』(공역), 『중국현대통속문학사上』(공역) 등 다수가 있으며, 중국어 저서로는 『新世紀韓國的上海文學硏究』(편저), 『千迴萬轉: 張愛玲學重探』(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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