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학교에 따른 차별금지는 시대정신, 조속히 법안 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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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학교에 따른 차별금지는 시대정신, 조속히 법안 제정 필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7.1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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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특집]_ ‘공정한 선발과 채용을 위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토론회’
- 강득구 의원, 6일(화) 이수진 국회의원(비례)·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으로 토론회 열어
- 출신학교 차별 심각 81.5%, 법 제정 찬성 77.4% 인용 제시, 교육·고용의 공정성·효율성 확보 가능

우리 사회에서 학력 및 학벌 중시 관행은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는 사교육비 문제, 무분별한 고등교육열 형성, 학력 간 지나친 임금격차 유발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언론에서 빈번하게 보도되는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드러나는 출신학교 등급제 적용 등 각종 차별은 사회 구성원들의 반감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차별로 인해 공정한 기회 보장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신뢰도까지 흔들리고 있다.  

지난 7월 6일(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층 대회의실에서 입시 위주 교육과 학벌 위주 채용 간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공정한 선발과 채용을 위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온라인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안)’은 고용 및 교육 등의 영역에서 학력 및 출신학교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받은 사람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구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20대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되었음에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됐다. 

게다가 최근 교육부는 ‘차별금지법’ 금지 대상에서 ‘학력’을 제외하자는 의견을 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학력’은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성취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합리적 차별 요소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학력을 대신할 표준화된 지표가 일반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수많은 발표는 출신학교와 학력이 개인의 노력보다 가정의 경제적 배경(부모의 소득)이 더 강하게 작동하며 기업의 직무능력과도 거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교육부의 논리대로 학력에 따른 차별이 허용된다면, 현실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대입에서의 특정고교 우대, 기업 채용에서 출신대학 가중치 적용, 업무 성과를 무시한 학벌중심의 승진과 배치 등의 심각한 차별 사안들은 그 해결이 난망하다.

이번 토론회는 ‘학력’이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성취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그래서 합리적인 차별 요소로 볼 수 있는 것인지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통해 짚어보고,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의 내용과 필요성을 객관적 근거를 통해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이수진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았다.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발제를 맡은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출신학교로 인한 차별의 실태를 언급하며, 기업·사립대학 등 서류전형에서 출신학교의 배점 비중을 확대한 사례들을 언급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러한 서열화를 조장하는 학교 및 사교육기관, 언론, 국회의원 선거 등 사회에 만연한 학벌 경쟁을 문제로 지적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타당성과 필요성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법 제정을 통해 △입시 공정성 보장, △기업의 생산성 및 효율성 제고, △채용 공정성의 보장, △합리적 고용시스템 구축 등의 기대효과를 주장했다. 홍민정 대표의 발표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운동 배경

진학과 일자리에서 출신학교 차별이 지속되는 한 우리 사회의 교육은 크게 달라지기가 어렵다. 특정 학교 출신이라는 것이 더 유리한 평가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간판에 의한 무임승차 가능성을 야기하게 되고, 불공정 시비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개인에 대한 평가는 출신학교가 아니니 그 개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상에서부터 무섭게 파고든 학벌주의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출신학교에 따른 줄세우기와 지역 차별을 내면화하게 만들고, 각기 다른 능력과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차단하는 부작용을 낳으며, 지역의 인구 유출을 심화시키고 지역불균형 또한 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대학은 학벌주의의 우산 아래 대학입학성적으로 서열화된 선발효과를 누리다보니 세계적인 대학들에 비해서 교육의 질이나 대학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거기에 학자나 전문가에 대한 평가가 출신학교 혹은 소속학교가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하면서 진정한 경쟁과 공정한 논쟁이 다양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관행은 한국 대학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원인이 되고 있다.

출신학교라는 한 가지 잣대로 개인을 평가하지 않고, 그 이후의 노력과 과정이 반영되는 사회가 된다면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한 과잉 경쟁과 소모적인 비용은 획기적인 수준으로 경감될 수 있으며, 학벌이라는 허울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는 길을 도모할 수 있다. 어느 학교에 가든 그곳에서 역량을 키우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 출신학교 차별 실태

▶ 채용에서의 출신학교 차별

기업의 출신학교 차별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교육부의 감사결과에서도 보이듯 2019년까지도 고려대의료원이나 연세대의료원은 서류전형에서 출신학교 등급제를 활용하고 있었다. 정부 정책에는 아랑곳 않고 감사만 하면 드러나는 기업들의 출신학교 등급제, 출신학교 차별 채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입시에서의 출신학교 차별

로스쿨 입시와 2019년 학생부 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 특정한 고교 유형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 일상에서의 출신학교 차별 관행

일상생활에서도 출신학교 차별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학교에서부터 아이들은 성적으로 줄 세우기와 차별을 정당한 것으로 내면화한다. 또 다양한 조직과 인간관계에서조차 피라미드 같이 서열화된 대학을 중심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결혼정보회사 또한 학벌이 매칭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또한 명문대 출신이면 더욱 주목받는다. 네이버 검색조차 새롭게 등장한 연예인과 저명인사의 이름을 검색어에 넣으면 대학이나 출신학교 등이 연관검색어로 따라붙는다. 이렇게 내면화된 인식과 관행은 국가인권위의 결정조차도 무력화할 만큼 그 뿌리가 깊다.

■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의 필요성

▶ 출신학교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으로 ① 출신학교 차별은 사교육 증가 원인 ② 초·중등 교육 내실화를 위한 과제 ③ 학력 관련 차별에 관한 높은 인식 ④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여론을 들었다.

특히 학벌사회 해소를 위해 국민들이 선택한 대안은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특권 대물림 완화 방안으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찬반을 물었을 때, 무려 10명 중 8명(77.4%)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 

▶ 기존 법률의 한계

헌법, 고용정책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학력과 출신학교로 인한 고용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차별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항과 벌칙 조항의 미비로 인해 제도적인 견인력이 미약한 선언적인 규정에 그치고 있다. 특히 어떤 행위가 차별행위인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아 실질적인 규제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 출신학교 블라인드 채용 정책의 한계

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공부문이 블라인드 채용을 추진한다고 해도 민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기에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에게 출신학교로 차별받지 않을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주기에는 여전히 블라인드 채용 정책은 한계가 있다. 게다가 법률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은 정부 정책은 정부가 바뀌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또 블라인드 채용은 단어 그대로 ‘채용’ 영역에서만 출신학교를 블라인드하는 것에 그쳐 입사 이후의 ‘승진’, ‘임금’, ‘업무배치’, ‘복지’ 등 고용 전 영역에서의 출신학교 차별 관행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고용 상황 전반에서 출신학교가 그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하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것이다. 

▶ 출신학교차별금지법 제정의 효과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출신학교를 이유로 고용과 교육에서 차별할 수 없도록 블라인드 입시와 채용을 의무화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블라인드 채용,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의 긍정적인 효과로는 △입시 공정성 보장, △기업의 생산성 및 효율성 제고, △채용 공정성의 보장, △합리적 고용시스템 구축을 들 수 있다.

■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의 타당성과 주요 내용

▶ 법제정의 타당성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은 헌법상의 평등권, 즉 이미 우리사회가 최우선의 가치로 수호하고자 했던 인간 존엄 평등의 가치를 구체화하여 그 실효성을 담보하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사기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한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르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만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에 만연된 학력·학벌주의로 인한 피해, 학력 인플레 현상과 과도한 경쟁, 심각한 사교육 문제를 고려할 때, 고용 전반에 걸쳐 학력·출신학교 차별을 금하는 것은 과도하다 볼 수 없고,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다만 기업의 사적 자치를 제한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어떤 제한이라도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1)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여야 할 것이고 그 제한의 내용이 법률로써 규정되어야 한다. 또한 2) 우리 헌법상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의 존중’이라는 기본 원칙과 ‘경제의 민주화 등 헌법이 직접 규정하는 특정 목적을 위한 국가의 규제와 조정의 허용’이라는 실천원리로 구성되고, 어느 한쪽이 우월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는 없다.

▶ 법률안의 주요 내용

교육과 고용의 영역 양자 모두에서 평등권을 침해하는 출친학교 차별을 근절할 수 있도록 법률안을 구성
하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영석 경상대학교 교수는 출신학교에 따라 사람을 차별적으로 처우하는 행태는 객관적 근거가 아닌 ‘막연한 사회적 통념’에 의해서 형성되었다고 강조하며, 반드시 극복해야 할 적폐라고 역설했다. 특히, ‘공부낭비’ 현상의 심각성을 알리며, 구글과 같은 혁신적인 기업은 대학 학점, 학교 명성, 시험 성적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적인 겸양과 인성적 특성을 가진 인재를 선호한다고 제시했다. 

곽영신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은 ‘지방대생이 겪는 다차원적 불공정’이라는 주제를 제시하면서, 출신학교 차별은 교육 기회, 과정, 결과의 불공정을 어떻게 심화시키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은 구조적 불공정 해소를 위한 기초 규범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백선숙 학부모는 연구자이자 학부모로서, 출신학교 차별구조에서 차별은 ‘다시 또다른 차별을 낳는 악순환의 구조’임을 지적하며, 내부고발의 형태로 국내학회의 현실에 대해 언급했다. 결국 출신학교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환경에서 협업과 공동과제 창출은 취약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서연 청년은 학업을 지속하지 않고 대학을 그만둔 청년으로서 직접 겪은 경험을 사례로 들며, 한국의 청소년들은 입시를 위해 사랑, 정치 참여, 진정으로 하고 싶은 공부, 심지어 건강마저도 유예 당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온전한 기회의 평등을 위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소희 교육부 대입정책과 사무관은 출신학교 차별금지를 위해 정부에서 시행 중인 ‘고교정보의 블라인드 처리’ 등 정책을 언급했다. 또한, 대입에서 공정성 강화를 위해 다양한 과제를 발굴하고, 입법 과정에 있어서도 심도 깊은 고민을 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부용 고용부 공정채용기반과장은 공공부문에서 정부가 시행 중인 △블라인드 채용 적극 추진 △민간기업 대상 채용절차법 실시 △중소기업에 대한 컨설팅 등을 언급하며, 입법 과정에 있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강득구 의원은 “차별금지 대상에 학력을 제외해 달라고 한 교육부 인식이 우려스럽다. 한국 사회에서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을 벗어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하며, “공정한 선발과 희망이 있는 직업 선택을 위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되는 것이 시대의 요구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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