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시대의 교양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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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 시대의 교양 교육
  • 김미숙 동국대학교·인도철학
  • 승인 2021.07.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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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융합 시대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융합하는, 또는 융합되는 요소들은 융합되기 이전에 개별적으로 또는 단독적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현 시점 이전에 존재했던 어떤 요소 또는 가치가 이미 변했거나, 시대적 요청과 환경의 변화 탓으로 갖가지 상황이 급전(急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인 비상 상황에 직면한 채로 지난 1년 반을 지나오면서 절감하는 것 하나는, 매우 빠르게 변모하는 것은 시공간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시공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들도 아주 쉽게 변하고 있다는 데 적잖이 놀랐다. 역시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인간의 정체성이 뇌의 기능으로 환원되고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입장에 따르면, 뇌의 적응력은 참으로 현란하고 그지없이 탁월하다.

예측 불가한 뇌 기능의 가능성, 간단히 말해서 그 합리적 적응력은 그야말로 상상의 영역 너머의 일이 아니겠는가? 이 시대의 융합 또한 그러한 뇌의 종합적 사색의 한 양상 또는 변태일 터이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응하여, 필자가 이번 학기에 최초로 개설한 교양 강좌의 이름이 “융합적 화법과 토론 기술”이었다. 쉽게 말하면 토론의 달인을 꿈꾸는 학생을 위한 강좌이다. 첫 개설치고는 수강생의 반응도 성과도 꽤 좋은 편이라고 자평한다.

고대하고 바라던 대학 시절이 온통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는 환경 속으로 기투(企投)되어 격리 생활을 했던 학생들은, 오랜만에 마음껏 토론할 수 있는 장이 생겼기 때문일까? 매 수업마다 종료 시간을 넘고도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발표하는 학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토론의 주제는 종교, 철학, 사회, 우주, 과학, 시사, 사회 문제를 넘나들며 경계도 한계도 없었다. 융합 그 자체였다. 예컨대, 군인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라든지, 군대의 채식 식단 제공 사안, 절대 평가라는 성적 산출 방법과 교육의 가치에 대한 토론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주제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청춘,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생생한 고민이었기에. 그리고 누구나 인생살이에서 적어도 한 번쯤은 사색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들이 토론 주제로 거론되었다.

우리는 왜 사는가? 왜 자살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도대체 이렇게 고역인 일상의 수고를 얼마나 더 반복해야 하는가? 그들은 답을 했고, 또 답을 몰랐다. 답이 없다고도 말했다. 어쩌면 영원히 묻고, 묻고 또 물을 수밖에 없는 문제들인 줄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쯤 살아 버텨 낸 나로서도 그 답을 영 모르겠다. 선친이 작고한 나이에 몇 년을 더 더하여 살고 있는 지금, 내 나름 장수했다고, 때로는 위로 삼고 여유를 부리기도 하는 이즈음까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 인생이란 것.

흔히 교양 수업의 목적은 행복한 인생을 영위하고 훌륭한 인격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을 함양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번 학기 종강 직후에 한 학생이 연구실로 찾아왔다. 필자의 세미나를 들으면서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했다. 하려고 맘먹었던, 매우 실용적이고 취업을 위한 필요로 선택했던 부전공을 달리 바꾸기로 했는데, 정말로 평소에 관심이 있었고 더 공부해 보고 싶던 사회학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그 학생은 모르긴 해도 행복으로 이어진 동아줄의 한 실낱을 마련한 것이 아닐까? 부디 튼튼하고 단단한 한 올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나 또한 낯설었던 만큼 매혹당했던 단 한 권의 책으로 인해서, 남은 인생을 송두리째 뒤집어 버렸을 만큼 강렬한 선택을 했던 20대 시절이 있었기에 말할 수 있다. 그 학생은 확실히 행복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이 세상에 그저 던져진 것을 알아챈 순간, 다시 또 그러나 순순히 자의로, 온 생을 내던질 용기가 있었던 내 청춘 시절이 그립고 그립다.

 

김미숙 동국대학교·인도철학

전남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에서 철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다르마 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저서로 『자이나 수행론』, 『인도 불교사』, 『불교 문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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