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 R&D 경쟁력…연구플랫폼 혁신·투자방식 변화·지역대학 연구기능 강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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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학 R&D 경쟁력…연구플랫폼 혁신·투자방식 변화·지역대학 연구기능 강화 절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7.1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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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연구재단, ‘대학 연구기반 조성을 위한 국가 연구개발(R&D) 정책포럼’ 개최
- 대학 R&D 위기 직면…“투자 확대·혁신 인프라 구축 절실”
- 연구비 지원방식 변경, 연구플랫폼 구축, 연구소 활성화 필요
- 지역대학 R&D 확충 및 지역주도 지원 요구
패널토론 : 좌측부터 김승환 포스텍 교수, 홍원화 경북대학교 총장, 김헌영 강원대학교 총장,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회장, 박건식 기초연구진흥협회 위원장 이준호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장, 조혜성 기초연구연합회 회장, 설세훈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 이창윤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정책관

코로나 팬더믹 확산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위기가 본격화된 가운데 대학이 연구경쟁력 강화를 통한 새로운 역할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위기에 처한 대학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방식 변화와 함께 연구 인프라 구축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도 쏟아졌다.

한국연구재단은 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대학 연구기반 조성을 위한 국가 연구개발(R&D)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정책포럼은 대학연구 플랫폼의 혁신적 도약이 가능한 새로운 연구지원의 방향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지속가능한 대학의 연구 경쟁력을 확보하는 자율적 연구생태계 구축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김승환 포항공대 교수

김승환 포항공대 교수(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장)는 〈대학의 미래, 연구에서 답을 찾다〉라는 발제를 통해 대학의 연구체계가 학과중심에서 연구조직 중심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소개하며, 영국 등 해외 주요 선진국의 대학 연구지원 체계의 시사점을 설명하면서, 대학의 자율성 조직화, 지속가능성, 인력고용수준 등을 혁신하는 대학연구의 플랫폼과 대학 연구소 등을 통한 세계적 수준으로의 경쟁력 확보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2021년 QS랭킹에서 세계 100위권 내에 6개 대학이 드는 등 한국 대학의 세계 순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최근 우리 대학의 경쟁력 정체는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에 의하면 21세기 대학은 ‘대학 R&D 활동/투자 지속 증가, 대학 중심 고급인재양성/혁신 활동, 첨단장비/인프라 의존도 증가, 융복합화/대형화 학문 추세’를 보이면서 연구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대학의 경쟁력이 연구 역량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에 "우리 대학은 연구 인프라 부족과 취약한 신진 연구인력 양성·활용 플랫폼, 투자 미흡 등으로 인해 연구혁신의 주체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기초연구 역량강화를 위한 보편적(비경쟁적) 지원” “필수 연구기반(필요 장비 구축) 마련, 연구전담인력(스태프과학자, 포스닥, 테크니션) 안정적인고용, 연구장비·설비 운영인력 고용” “더 많은 대학에 선지원 후평가 지원”을 요구하는 대학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 교수는 대학 연구기반 지원의 기본방향으로 △대학 연구 현장의 자율성 강화 △연구비 집행의 유연성 확보 △연구기반 투자 및 평가 기간의 장기화를, 그리고 지원 범위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지원 항목 △대학 연구현장에서 필요한 지원 항목/형태의 범위 설정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고 블록펀딩으로 예산을 배포하고 연구수월성 방식을 추가하는 방식의 대학연구를 지원하고 있다”고 예시하면서 “국내에서도 연구자율성을 강화하고 연구비 집행 유연성, 지속가능성, 인력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세계를 선도할 대학 연구 경쟁력은 단순한 지원 확대를 넘어 과감한 '대학 연구플랫폼'의 혁신적 도약에서 나온다"면서 "대학 연구플랫폼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예산 지원과 인력의 안정적 고용·처우, 대학 특성에 맞는 높은 자율성 등을 기반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개발한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와 같은 중점연구소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원화 경북대학교 총장

홍원화 경북대학교 총장은 〈지역대학의 연구기능 강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발제를 통해 “지역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우수인재 유출로 인해 연구기능이 악화되면서 신규 연구개발비 확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져있다”고 지역대학 연구개발 문제점을 진단했다.

홍 총장은 우선 지역대학 대·내외 환경의 변화로 △지역(지방)의 인구 감소 △우수인재의 수도권 유출 △학령인구의 감소 △지역대학 미달사태 △대학원 신입생 충원율 하락으로 연구인력 부족 등을 꼽으면서 특히 지역대학의 연구기능 활성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홍 총장은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인력, 연구비 등 연구 기반 전체가 수도권에 편중되고, 대학도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집중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지방과 지역대학의 연구기능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연구 기반의 수도권 집중화에 우려를 표시했다.

홍 총장은 이어 "지역 대학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연구인력 부족에 따른 연구성과 창출 미흡, 신규 연구비 확보 어려움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 속에서 지역 혁신주체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역대학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역대학의 교육 및 연구활동 쇠퇴가 지역경제 위축과 지역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져 지역소멸을 자초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는 "지방에 투입되는 연구개발비를 확충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연구비 배분율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지방을 지원할 수 있는 세목의 지방 이양과 포괄 보조금 제도 도입 등 직접 지원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지역의 연구인력 부족 심화, 연구성과 창출 미흡, 신규 연구비 확보의 어려움을 지역 대학의 악순환 연결고리로 설명하고, 지역대학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으로 연계된다는 주장과 함께 지역대학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지방대학의 연구 기능 강화 방안으로 

첫째, 지역대학 연구개발비 지원 확대 및 배분 개선: 지역대학에 연구개발비 투입 및 지원 확충, 지역대학 현실을 반영한 배분으로 개선
둘째, 지역주도 방식으로의 지원 방식 변경: 중앙 주도적 R&D 투자를 지역 수요 맞춤형 R&D 사업 확대 등 지역 주도로 바꾸는 등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한 연구비 지원방식 변경
셋째, 지역 대학에 기반한 지역혁신체계 구축 및 활성화 지원 
넷째, 과학기술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지역 이전 및 신설 
다섯째, 대학연구소 활성화를 통한 연구시스템 확보 
여섯째, 권역별 특화분야 지역대학 연구 강화 
마지막으로 거점국립대학의 역할 강화: 거점국립대학의 파급력 및 연구경쟁력 육성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 패널 토론은 박건식 기초연구진흥협의회 위원장의 사회로 설세훈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정책관, 김헌영 강원대학교 총장,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회장, 조혜성 기초연구연합회 회장, 이준호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 등 정부와 대학, 학술단체 등 각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대학 연구지원의 새로운 정책방향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고, 지역대학을 포함한 대학의 연구기능이 강화되어야 국가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에 동의했다. 또한 지역대학의 연구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초연구실, RIS 등 세부 프로그램의 개편 또는 발전을 위한 노력 등 현실적인 대안들도 토론을 통해 논의되었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동독 지역의 드레스덴은 드레스덴 공대와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중심으로 인구감소 위기를 극복하고 주요 도시로 성장했으며, 일본 역시 지역 강소대학을 중심으로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제 산학협력을 넘어 지역에 특화된 대학의 연구역량을 기르는 '지학협력'을 추구할 때"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그러면서 호우와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에 센서를 설치하고, 강수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개발을 개발하고, 2023년 기상청과 협력해 전국 적용을 계획 중인 강원대 삼척캠퍼스 연구팀의 연구사례를 소개했다. 삼척은 산사태, 상습범람 등 재해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 중 하나다.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회장은 "교육부가 대학을 단순히 학교로 보면서 학생이 없으니 학과를 없애고, 대학을 없애는 것"이라며 "대학을 지식창출의 기반이 되는 연구기관으로 인식하고, 기본적인 연구역량을 유지해줘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호 전국자연과학대학장 협의회 회장은 "유령 연구소라는 말이 있듯이 대학 연구소는 한번 만들면 없애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대학 연구소의 연구역량과 인프라를 자세히 조사하고, 대학연구진흥을 위한 투자의 방향을 정했으면 한다"고 했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고 우리나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사립대와 지역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부차원의 대학 지원 강화가 필요함을 언급하였고,  이와 함께 인문사회과학연구의 확대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장은 “젊은 과학자 양성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이들이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대학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포럼이 국가의 대학 지원에 대한 제도 개선과 재정 독립을 위한 종합적인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국회의원은 대학이 “연구중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지원”하여야 하며, 특히 본인의 지역대학 총장 경험을 언급하며 지역대학 성장을 위한 학계와 정부, 국회 공동의 노력을 역설하였다.

한편,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은 역시 축사를 통해 대학이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혁신을 선도할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재원과 플랫폼이 확보되어야 함을 언급하며, 한 대학의 책임자로서 관련 정책을 발굴하는데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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