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민초파가 된 이유, 답은 유전자 속에 있다
상태바
내가 민초파가 된 이유, 답은 유전자 속에 있다
  • 기초과학연구원
  • 승인 2021.07.09 2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BS 과학 리포트]_ [말랑과학] 어머 이건 알아야해

“혹시 민초(민트초코) 좋아하세요?”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의 취향을 파악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동시에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민초파'와 '반(反)민초파'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화두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시원하고 향긋한 민트의 맛이, 누군가에게는 치약을 씹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민트가 내는 이런 독특한 맛은 유전자 속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왜 어떤 음식은 찬양과 미움을 동시에 받게된 건지 이들이 호불호가 갈리게 된 이유를 들여다보자.

 

민트초코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가수 아이유가 본인이 ‘민초파’임을 밝히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민초파’와 ‘반민초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출처: 이지금 [IU Official] 유튜브 캡처)

열 수용체가 만드는 화한 맛, 민트

먹으면 입안에 청량감 있는 향이 돌며 ‘화한’ 느낌이 드는 민트는 파인애플 피자, 오이와 함께 호불호 갈리는 음식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민트(박하)가 내는 특유의 맛은 멘톨 성분으로 인한 것이다. 비슷한 물질로는 유칼립투스에 들어있는 유칼립톨이 있다(코알라도 민초파인가).

​멘톨은 상피와 장기 표면 등에 존재하는 열 수용체인 TRPM8에 결합해 뇌로 전기 신호를 전달한다. TRPM8은 원래 8~26℃의 낮은 온도에서 활성화되는 수용체인데, 멘톨이 여기에 결합해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면 온도와 관계없이 ‘시원하다’고 느끼게 된다.

​반대의 작용으로는 캡사이신이 있다. 사실 매운맛은 ‘맛’이 아닌 ‘통증(통각)’이다.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은 미각 수용체가 아닌 열 감지 수용체(TRPV1)에 결합한다. TRPV1은 원래 43℃ 이상의 온도에서 활성화되는데, 고추의 캡사이신이 여기 결합하면 따끔거리고 타는 듯한 통증을 유발한다. 민트가 내는 화한 느낌과는 정반대의 효과인 셈이다.

​사실 민트는 개미나 나방, 진딧물 등 천적을 쫓아내기 위해 식물이 만들어낸 물질이다. 곤충은 일반적으로 화학물질에 의한 후각 자극을 인식해 방향을 찾고 움직이는데, 멘톨 성분이 든 에센셜 오일이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고, 후각을 포함한 신경전달과정을 교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doi: 10.3390/molecules23010034 태어난 곳에서 한평생 움직이지 않고 사는 식물이 천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생존 전략이다(본의 아니게 인간이 디저트에 넣어 먹고 있지만 말이다).
때로는 사람이 이런 특성을 활용할 때도 있다. 정원에 페퍼민트를 심어 모기와 파리 등 해충을 쫓는 게 대표적이다. 민트가 천연 살충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민트와 고추의 캡사이신은 각기 다른 열 수용체에 정반대로 작용해 각각 시원한 느낌과 뜨거운 통증을 낸다. (출처: GIB)

미각 유전자에서 찾은 이유 있는 편식

​징그러운 곤충을 먹기 꺼리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개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평범해 보이는 채소인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오이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연구로 증명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의사소통장애연구소(NICDC) 연구팀은 오이가 특정 사람들에게 호불호를 띠는 것은 인간의 염색체 7번에 위치한 TAS2R38 유전자의 차이 때문이라고 2016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doi: 10.1038/srep25506

​오이의 꼭지 부분에서는 코코비타신과 에라테린이라는 성분 때문에 쓴맛이 난다. 민트와 마찬가지로 오이가 해충이나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적으로 만든 방어 수단이다. 연구팀은 TAS2R38 유전자의 변형에 따라 오이의 쓴맛에 예민한 사람(PAV형)과 둔감한 사람(AVI형)이 나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AV형에 해당하는 사람의 경우 오이의 쓴맛에 AVI형보다 100~1000배 강하게 반응했다. 심지어 이들은 참외나 멜론, 수박에서도 쓴맛을 느꼈다. 연구팀은 오이의 쓴맛을 잘 느끼는 사람들이 일반적인 미맹테스트에서도 쓴맛을 잘 느끼는 ‘슈퍼 테이스터’일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쓴맛을 느끼는데 관여하는 TAS2R38 유전자의 전 세계 분포. 주황색은 오이의 쓴맛에 예민한 사람, 남색과 초록색은 상대적으로 오이의 쓴맛에 둔감한 사람을 나타낸다. (출처_Scientific report)

오이가 내는 비릿한 향은 알코올의 일종인 2,6-노나디에놀로 인한 것이다. 화상이나 그을린 피부에 오이 마사지가 도움이 되는 이유가 이 성분 때문이다. 이 물질에 결합하는 후각 수용체에 따라 오이의 향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6-노나디에놀이 결합하는 수용체의 정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 다른 호불호 갈리는 채소의 대표주자인 고수도 오이와 마찬가지로 유전자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진다.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든 음식에 ‘고수 많이요!’를 외치지만, 다른 이에게는 ‘비누맛’일 뿐이다. 그 차이는 11번 염색체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후각 수용체인 OR6A2가 변형돼 있어 고수 속에 있는 알데히드 성분의 냄새를 감지한다. 알데히드는 비누와 로션, 벌레에서 주로 발견되는 성분이다. 비누맛을 느끼는 것이 ‘기분탓’이 아닌 실제였던 셈이다.

​이 유전자의 변형된 정도는 국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 2012년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이들은 20대 성인 1639명을 대상으로 고수 냄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동아시아인의 21%가 비누맛을 느낀다고 답한 반면, 고수를 흔히 섭취하는 남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중동인은 3~7%에 그쳤다. doi: 10.1186/2044-7248-1-8

 

밀가루 반죽에 정제한 버터를 발라 납작하게 구운 빵인 남아시아(인도)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파라타. 남아시아, 라틴 아메리타, 중동 등 고수를 일상적으로 먹는 국가의 사람들은 고수의 ‘비누맛’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_Zeel Patel(W))

유전자 속에서 나의 식습관을 찾다

​밥을 먹고 꼭 달달한 디저트를 찾으며 설탕중독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이 또 하나 집착하는 맛은 단연 짠맛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 음식이 활성화되면서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과도한 짠맛을 경계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용체 단백질 TMC-1이 있다. 소금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 성분이지만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체내 이온균형을 깨뜨리고 고혈압 등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2013년 황선욱 고려대 의대 교수팀은 주변에 나트륨(소금)이 증가하면 예쁜꼬마선충의 TMC-1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쁜꼬마선충은 인간과 유전적 특성이 유사하면서도 몸이 투명해 신경 발생의 경과를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어 신경질환을 연구하는 실험동물로 사용된다. 나트륨 농도가 높아 TMC-1가 활성화되자 예쁜꼬마선충은 소금방울로 다가가던 움직임을 멈추고 회피했다. 반면 TMC-1 유전자가 제거되면 이런 회피행동을 나타내지 않았다. 연구 결과는 201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doi: 10.1038/nature11845

 

예쁜꼬마선충에서 TMC-1 수용체가 활성화된 모습(화살표). 2013년 황선욱 고려대 의대 교수팀은 나트륨(소금)이 증가했을 때 TMC-1이 활성화돼 소금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출처: Nature)

이외에도 우리의 식습관이 유전자 수준에서 조절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는 많다. 우유를 소화하는 능력도 유전자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인 중 많은 이들이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을 호소한다. 유당은 포도당과 갈락토스가 결합한 이당류인데, 포유류의 젖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인 유당은 아기가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 유당분해효소를 많이 만들지만 성장하면서 그 능력이 줄어든다. 성인이 되면 아예 만들지 않아 유당불내증이 되거나 아주 적은 양만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커서도 유당 분해 능력이 유지돼 계속해서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MCM6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경우다. 이 유전자가 변형돼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메틸기가 붙지 않으면 계속해서 유당 분해 효소를 만들어내게 된다. 돌연변이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할 때는 수많은 미각 수용체와 후각 수용체가 함께 작용한다. 이때 다섯 가지의 미각 수용체와 400여 가지가 넘는 후각 수용체의 조합에 따라 사람마다 맛과 향을 서로 다르게 느낀다. 개인별로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셈이다. 그리고 이 수용체를 결정하는 것은 이미 우리 염색체에 담겨있다. 민트, 오이, 고수… 취향의 문제이기 이전에 유전자 속에 담긴 본능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출처] IBS(기초과학연구원) 블로그 | [말랑과학] 어머 이건 알아야해 | 내가 민초파가 된 이유, 답은 유전자 속에 있다 | 2021.7.7 | https://blog.naver.com/ibs_official/22242258921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