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선한 사람일까, 악한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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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선한 사람일까, 악한 사람일까?
  • 김태훈 공주교육대학교·윤리교육
  • 승인 2021.07.0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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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인간의 품성: 우리는 얼마나 선량한가?』 (Christian B. Miller 지음, 김태훈 옮김, 글로벌콘텐츠, 384쪽, 2021.05)

『인간의 품성 The Character Gap: How Good are We?』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소재한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교(Wake Forest University)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크리스찬 B. 밀러(C. B. Miller) 교수가 존 템플턴 재단(John Templeton Foundation)과 템플턴 세계 자선 재단(Templeton World Charity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자들과 팀을 구성하여 주도했던 ‘품성 계발 프로젝트’의 연구결과를 종합한 인문서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품성과 관련한 철학, 심리학, 경제학, 신학, 교육학의 관점과 접근방식이 학제적 차원에서 융합되어있어 도덕철학서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밀러 교수는 우리 대부분이 자신이나 가족, 그리고 자신의 친구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한다. 이 책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는 우리의 품성에 관한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우리가 누구나 우러러보는 성인은 아닐지라도 그렇다고 완전히 도덕적으로 타락한 것도 아니며, 나름대로 정직하고 친절한 꽤 도덕적인 사람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저자는 여러 가지 도덕적 삶의 영역과 관련하여 그동안 심리학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수많은 심리 연구결과를 근거로,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런 방식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은 그런 의문에 대한 응답을 찾아 나섰던 프로젝트의 여정을 정리하여 묶어낸 것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품성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다룬다. 우리가 품성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선한 품성’이란 것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이 주요 논제이다. 밀러 교수는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품성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품성은 정직이나 잔혹과 같은 도덕적 특질과 호기심과 같은 도덕과 무관한 특질의 더미로 이루어져 있는데, 저자는 이 가운데 전자에 초점을 맞추고 품성을 다름 아닌 미덕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기술한다. 그 설명 방식은 현대 윤리학의 흐름에서 한 축을 이루는 덕 윤리학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그에 대한 어떤 치밀한 이론적 논리의 전개나 화려한 논쟁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이 책의 모태가 된 ‘품성 프로젝트’가 일반 대중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순수한 사변적 논의에 치중하는 담론은 학술 서적의 페이지로서는 의의가 있으나 우리에게 살아 움직이는 실천적 동기를 부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저자의 생각과도 상통한다.

저자는 그래서 우리가 더 나은 품성을 계발해야 하는 이유 또한 어떤 철학적 논거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도출해낸다. 훌륭한 미덕을 갖춘 사람은 우리에게 정서적으로 감동과 영감을 주고, 선한 품성은 대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우리는 선한 품성을 지닌 사람을 보면 그와 닮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면서 그와 상반된 악한 품성을 가진 사람들로 득실대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지만, 범종교적 관점에서(공자의 사상도 언급하고 있다) 신은 우리가 선량한 사람이 되길 바라므로 우리가 선한 품성을 계발해야 할 당위적 목적을 갖는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우리가 갖추는 선한 품성은 우리 자신에게 삶을 살아가는 기쁨과 만족감의 원천이 될 뿐만 아니라 부도덕한 행동으로 이끄는 유혹을 이겨내는 심리적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고 일러준다.

원서 & 저자 크리스찬 밀러

제2부에서는 다양한 도덕적 영역 가운데 다른 사람을 도와주기, 해를 끼치기, 거짓말하기, 부정행위 저지르기 등과 관련한 수많은 심리실험 결과를 통해 우리의 실제 품성의 민낯을 보여준다. 밀러 교수는 이 과정에서 우리 대부분 사람의 마음에는 선과 악이 엄연히 공존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밝힌다. 우리 대부분은 한편으로는 세상에 굉장한 선을 베풀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으며 때때로 우리는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한다. 우리에게 이익이 되긴 하지만 도덕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여러 번 찾아온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부도덕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우리 대부분은 세상에 엄청난 악을 행할 역량 또한 지니고 있으며 불행하게도 때때로 그런 일을 저지른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도와줄 기회가 있을 때조차도 우리는 모른 채 지나쳐 버리거나 심지어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밟고 지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도덕적으로 순수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덕적으로 타락된 사람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놓는다. 

제3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선한 품성을 계발하여 이상적 품성과 자신의 실제 품성 간의 괴리를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를 다룬다. 우리가 꾸준한 자아 성찰과 개선 노력을 하면 더 나은 품성을 계발할 수 있다는 신념을 토대로, 밀러 교수는 우리가 선한 품성을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소개한다. 심리학을 비롯한 경험적 연구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지, 성공적으로 사용된다면 우리의 행동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인지, 그 효과가 오래갈 것인지, 일상의 실제 삶에서 채택하기에 현실성이 있는지, 전략 그 자체가 비도덕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의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합당한 전략들을 안내한다. 이 전략들을 일관하여 꿰뚫고 있는 간명한 논리는 우리가 품성 계발을 위해서는 자기 생각과 행위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개선하려는 내적 자각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저자인 밀러 교수는 젊은 철학자이다. 그런데도, 그는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논의를 접어둔 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에게 해를 끼치고, 거짓말하고,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등 비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심리적 존재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신문이나 방송 뉴스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유력 인사들의 비행을 접할 때면 그들의 행태를 비난하며 마치 그런 비행은 나와는 전혀 무관한 그들만의 일인 양 치부한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 또한 사회의 관습이나 기존의 권위에 순응하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행태를 보인다. 나도 언제든지, 얼마든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자신의 의식으로 끌어올리려 하지 않는다. 그런 우리의 타성을 이 책은 조용한 가운데 웅변적으로 일깨워준다. 이 책은 자녀를 기르는 부모나 학생들의 인성 함양에 노력하는 교육자들이 자아와 자신의 교육적 접근을 되돌아보는 데 참고할 만하다.


김태훈 공주교육대학교·윤리교육

서울대학교 대학원 윤리교육과에서 도덕교육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조지아 대학교와 중국 북경사범대학에서 방문학자 자격으로 연구 활동을 하였고, 한국초등도덕교육학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덕 교육론』, 『도덕성 발달이론과 교육』, 『도덕적 정서와 미덕』, 『인성과 교육』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인격교육의 실제』(공역), 『새로운 시대의 인격교육』(공역), 『도덕성 발달 핸드북 1, 2』, 『죄의식』, 『스포츠 윤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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