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육시스템과 거버넌스의 과제는?
상태바
미래 교육시스템과 거버넌스의 과제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7.04 1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술대회] 한국교육학회 ‘2021년 연차학술대회’

한국교육학회는 6월 25일 이화여대에서 2021년 연차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연차학술대회에서는 『한국, 한국사회 그리고 한국교육』이란 대주제 하에 '한국교육 진단, 미래교육의 설계와 운영'을 기획 주제로 하여 한국 교육의 현안과제와 그 해법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이날 학술대회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문제였다. 국가교육위는 초정권, 초당파적으로 일관되게 교육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새 거버넌스라는 교육부의 입장과 국가교육위는 독립적 기구가 되지 못한 채 '정권 거수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교육계 일각의 비판이 혼재하면서 교육계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7월 1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가교육위법)을 통과시켰다. 국가교육위 설치법은 공포 1년 후 시행되며, 내년 7월 국가교육위원회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25일 열린 한국교육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 일부 교육학자들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초정권적, 초정파적 독립기구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정권친화적 정파대변단체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 교육정책이 일관성과 안정성을 잃는 것은 대통령선거 공약의 무리한 추진과 정치적 비전문직 인사의 장관임명, 시·도교육감들의 과도한 정치적 행보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며 기구가 없어 생기는 문제가 아님을 지적했다. 이어 “조직·인사권이 없고 예산권도 없는 기구가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집행 과정을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에 나선 양영유 단국대 특임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강력한 비판을 제기했다. 양 교수는 “21명의 국가교육위원 중 대통령 지명 5명, 여당추천 4명, 교육부차관, 전교조 추천 1명, 교육감협의회 의장 등 12명이 친여권 인사일 뿐 아니라 위원장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파 초월 기구는커녕 오히려 정권 거수기 또는 정파 몰입기구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숙명여대 송기창 교수는 <한국교육 진단, 미래 교육의 설계와 운영: 교육시스템과 거버넌스>를 주제로 발표했다. 송 교수는 “미래사회에 대비한 새로운 교육체제를 마련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제도와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의 인식과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교육과 교육정책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미래사회 변화와 교육시스템 및 거버넌스의 과제로 △시·도교육위원회 부활 △지방교육자치제도의 재구조화 △사학교육체제의 육성 △교육재정 확보와 운용체제의 재설계 △교육과 행정 기능의 언번들링(unbundling) 확대를 제안했다. 아래에 송 교수의 제안을 간단히 소개한다.

1. 국가교육위원회보다 시·도교육위원회 부활이 먼저다

국가교육위원회를 제안하게 된 배경으로 하나는 교육부 통제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며, 다른 하나는 특정 정파나 정권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정부가 6개월 내지 1년짜리 교육부 장관을 양산하면서 교육정책의 일관성, 안정성에 문제가 생겼고, 비전문적, 정치적 인사의 교육부 장관 임명으로 교육의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생긴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 교육부장관, 시도교육감이 헌법적 가치인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는 것은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운영의 문제라고 본다. 교육행정의 주체들이 그러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위원의 선출방법과 임기 등을 고려할 때,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해도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물론이고 교육정책의 민주성, 일관성, 안정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송기창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반대하는 입장이며,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의 취지가 잘못됐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제안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방안으로는 그러한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원회 설치 배경인 교육과 교육정책의 문제에 대한 인식에는 공감하나 그러한 문제를 초래한 원인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교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급변했고 이로 인해 교육 현장의 혼란과 불신이 야기됐으며 미래사회를 대비한 새로운 교육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초래한 일차적 원인은 교육행정제도나 조직의 결함보다는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의 잘못에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설치 목적의 한 축이 교육정책의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는 추진에 있다면서도 추진기구가 아니라 심의·의결기구로 둔 것도 모순이다. 일관성 있고 안정적으로 교육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주체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아니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으로 현재와 달라지는 것이 없다. 조직·인사권도 없고 예산권도 없는 기구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집행 과정을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 위원의 지명과 추천·임기 등 구성방법도 초정권적·초정파적 독립기구와 거리가 멀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전문기능 강화, 교육부 장관의 비정치인 임명과 임기 배려, 교육 정책에 대한 정당의 개입 자제, 정치권의 교육 공약 최소화,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의 정치적 행보 자제 등 교육 조직의 운영을 개선하면 국가교육위원회를 두지 않아도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헌법 정신을 살리기 위한 국회의원과 대통령, 교육부 장관, 시·도 교육감의 노력이다. 지방교육자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가교육위원회보다 지난 2014년에 폐지된 시·도교육위원회를 부활시켜 시·도 교육감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요컨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있는 상황에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지방교육자치의 정신에도 어긋나며, 오히려 교육을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보다 시·도교육위원회 부활이 우선되어야 하며, 고등교육위원회 설치가 더 중요하고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2. 지방교육자치제도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종전에는 합의제 집행기관이든, 위임형 의결기관이든 교육위원회 심의를 거쳐 집행하던 교육정책을 이제는 전문가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교육감 단독으로 집행하는 구조가 되었다. 이제 교육감은 전문가 위원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절대권력으로 바뀌었고, 교육감의 교육전문성을 보완하는 기구가 부재함으로써 교육정책의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현행 시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전문성을 확보할 가능성은 없는 상태고, 교육감을 견제할 만한 기구의 설치도 마땅하지 않다. 의결기관으로서의 교육위원회가 부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하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종전의 합의제 집행기관으로서의 교육위원회밖에 없다. 그러나 교육감 주민직선제가 유지되는 한 합의제 집행기관인 교육위원회로 회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교육위원(종전의 교육의원이 아님)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고, 교육위원들이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 시·도교육위원회의 부활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보다 시급한 이유다.

3. 사학교육체제의 육성이 교육의 민주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학은 우리나라 교육발전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교육 기회의 확대와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사학의 중요성과 그 기여도는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사립대학의 경우에도 등록금 책정을 비롯한 학사 운영에 대한 정부의 규제로 자율적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의 공공성 강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사학의 자주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공영형으로 전환하는 사립대학이 많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교육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의 목표인 것처럼 유도하고 있다. 「사립대학법」 제1조는 ‘사립대학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높임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받달을 도모’하는 것이 사립학교법의 목적이라고 천명하고 있으나, 마치 자주성을 억제하는 것이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사립대학법」 제1조가 천명한대로 사학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그 자주성을 보장해주고, 사학으로 하여금 공공성을 제고하도록 요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성의 존중은 민주주의의 근본이며, 교육체제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공립학교만으로는 국민들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 과거에 정부는 국민들의 교육적 수요를 충족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으며, 사학이 정부를 대신했다. 이제 와서 살 만해지니까 사학을 토사구팽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사학의 공과를 균형있게 평가하여 과는 척결하되, 공은 살려나가야 한다. 사립대학을 공영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립대학의 경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등록금 책정권을 돌려주어야 한다. 교육재정여건의 부실한 대학(재정지원제한 대학, 재정위험 대학 등)에 대하여 과감한 구조개혁을 지원하고, 회생이 어려운 대학의 경우 구성원을 보호하면서 체계적인 폐교·청산을 지원한다는 교육부의 정책 방향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개별 대학에 전가하는 것이다. 먼저 등록금 동결로 인한 피해를 보전하는 재정지원체제(고등교육재정교부금 신설)가 구축되어야 하며, 교부금 지원을 통해 대학 폐교로 인한 지역경제의 붕괴를 우선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4. 교육재정 확보와 운용체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지방교육재원 확보와 관련하여 내국세 기반 교부금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인건비, 시설시, 운영비, 국가시책사업비 등으로 구분한 후, 국가는 인건비와 시설비는 실소요를 확보하여 교부하고, 운영비는 학교 및 기관경비와 학급당 학생 수 차이를 반영한 가중학급경비로 교부하며, 누리과정, 방과후 학교, 돌봄 등 국가시책사업비는 국고보조금 방식으로 교부하는 제도를 구상해볼 수 있다. 학교경비와 학급경비는 주기적인 표준교육비 연구를 바탕으로 산출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지방세 비중이 완만하게 늘어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 전입금 비율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방자치단체 일반회계 전입금을 시·도세 전입금 단일 구조로 개편하거나, 지방교육세로 통합하여 지방세 확충과 지방교육재원 확충을 연동할 필요가 있다.

대학재정 수요 증가에 대응하여 고등교육재정교부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내국세 교부율 방식 또는 국세 교육세의 고등교육세 개편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구상할 수 있으며, 대학재정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국가의 전략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유지된다고 전제한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고등교육 관련 예산을 합산하여 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일원화함으로써 지방교육재원과 고등교육재원을 상호 융통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기존 원격수업 제한이 무의미해짐에 따라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나타나 있는 일반대학의 교지·교사, 교육용·수익용 기본재산, 교원 확보 등의 기준도 재검토해야 한다. 사이버대학처럼 기존의 일반대학 설립기준은 하향 조정하되 원격교육 설비기준을 추가하고 원격수업을 보조하는 튜터 확보 기준도 필요하다. 일반 사립대학은 새로운 대학설립 기준에 따라 생긴 여유분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해 법인전입금 수입을 늘리고, 교수를 줄이는 대신 튜터를 임용함으로서 인건비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대학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바뀔 수밖에 없다. 우선 학생들의 원격수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교수들도 원격수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분반 수가 많던 교양이나 전공기초 수업은 원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고, 대학 간 공동강의도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대학등록금 산정방식에 대한 재검토 또한 불가피하다. 부분적으로 시행하던 계열별·학과별·학점별 차등 등록금 제도는 전면적으로 교육원가를 반영하는 제도로 바꿔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면수업과 원격수업, 이론수업과 실험·실습수업, 대형수업과 소형수업, 교수수업과 강사수업 등의 교육원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학기 초에는 신청 학점 수에 따라 기본등록금을 납부하고, 학기 말에 이수 과목별 원가, 교육시설의 이용, 참여 프로그램 등을 반영해 등록금을 정산하는 제도를 도입해봄 직하다.

5. 교육과 행정 기능의 언번들링(unbundling) 확대가 불가피하다

교육과 행정기능의 언번들링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대학에서는 언번들링이 보다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주차, 청소, 경비 등의 외주화, 어학인증시험 점수의 학점 인정, 무크 수강과목의 학점 인증, 대학입학원서 접수 대행, 백업데이터의 외부 서버 저장, 대학평생교육원 등 평생교육시설과 사설 직업훈련기관 등의 취득학점 누적을 통한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학점은행제 학사학위취득 등은 교육과 행정기능의 언번들링 현상이다. 향후 학령인구 감소가 가속화됨에 따라 교육재정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다. 재정이 축소되면 교육과 행정기능의 축소, 언번들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학들이 대면강의를 원격강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원격강의의 질에 대한 불만이 등록금 반환소송으로 이어졌다. 등록금 반환소송의 결과를 예상하기 쉽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대학등록금 사후정산제가 도입될 수 있다. 등록금 정산제는 대학시설과 기능의 언번들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서관 관리업체가 등장하고 학생들은 등록금을 인하하는 대신 도서관 이용료를 관리업체에 직접 납부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대학기숙사는 이미 연합기숙사 시설을 대학들이 매년 임대계약을 맺는 정도까지 언번들링 되었다.

언번들링되었던 기능이 다시 번들링되는 리번들링(rebundling)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일반대학의 원격강의가 확대되면서 사이버대학과 구분이 모호해지고, 결국 사이버대학과 일반대학의 설립기준이 서로 접근하는 대학의 리번들링화가 일어날 것이다. 공교육기관들의 사교육 기능이 확대되면 결국 사교육 성과를 공교육에서 인정하는 체제가 도입될 것이며, 공교육기능을 사교육이 대신하게 되면 공교육기관은 살아남기 위해 사교육기관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과 행정기능의 언번들링은 에듀테크의 발전과 거의 관련성이 없이 주로 재정 효율화 차원에서 진행된 측면이 있으나, 앞으로는 에듀테크의 발전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교육과 정기능 중에서 언번들링해야 할 것과 리번들링해야 할 것에 대한 보다 신중한 검토와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