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의 전문직 전망 - 의사, 자산운용가, 기자의 미래는?
상태바
인공지능 시대의 전문직 전망 - 의사, 자산운용가, 기자의 미래는?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6.27 1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 분석 보고서] THE HRD REVIEW 제24권 2호(2021.06.15)_ 「인공지능 시대의 전문직 전망 - 의사, 자산운용가, 기자의 인식을 중심으로」

기술발전은 인간노동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가. 자동화된 기술이 인간노동을 끊임없이 대체해 가는 제로섬 관계인가, 아니면 생산성향상과 함께 인간노동이 필요한 또 다른 산업부문을 지속적으로 창출해내는 윈윈 관계인가.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을 편하게 해 주지만 결국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심지어 무노동 사회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과연 인공지능의 위협은 실재하는 것인가?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노동의 종말’을 경고한 이래, 전 세계는 기술이 인간과 겨루어 우승하는 사례를 여러 차례 목격해 왔다. 2005년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45년이 되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기술 발전은 직업세계의 변화를 가져오는 핵심 동인 중 하나이다. 특히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는 핵심기술 중 하나인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인공지능은 직업의 미래를 역동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한 직업세계 변화와 관련하여 먼저 부각된 것은 자동화의 위험성이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저숙련·저임금 직업이나 단순 직종은 자동화될 가능성이 더 크고, 고숙련·전문가 직종은 자동화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최근 뉴스를 보면 전문직도 자동화에서 자유롭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암을 진단하는 데 쓰이고,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의 포트폴리오가 높은 수익률을 낸다는 소식이 들린다. 부지불식간에 기자 대신 인공지능이 쓴 기사를 읽으며 필요한 정보를 접한다. 

장주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5일 발간된 <THE HRD REVIEW 제24권 2호: 직업과 인력개발>에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3 전문직(의사, 자산운용가, 기자)의 변화 양상을 전망하는 이슈 분석 연구보고서 「인공지능 시대의 전문직 전망 - 의사, 자산운용가, 기자의 인식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전문직이 기술의 발전을 받아들이는 양상에는 어떠한 특성이 나타나는가를 간단히 살펴보고, 인공지능의 도입에 대하여 의사, 자산운용가, 기자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인공지능이 더욱 보편적으로 활용되면 자신의 직업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인공지능 시대 전문직 양성 및 역량개발을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보고서는 의사, 자산운용가(펀드 매니저), 기자 집단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의 도입과 활용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하여 직무조사, FGI, 심층면담을 실시한 다음, 그 결과를 반영하여 2회의 델파이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최종 67명이 응답하였다.

인공지능의 가능성은 인간의 일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고 있다. 어디까지는 인간이 하고, 어떤 일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업무 부담을 줄이고, 어떤 일은 인공지능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또 어떤 일은 인간과 기술이 협업해서 함께 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올 것이라고 장 연구위원은 예상한다.

장 연구위원에 의하면, 전문가들은 미래에는 기계와 인간이 함께 일할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기계의 강점을 활용해 더 좋은 성과를 낼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 기술적 편향을 벗어나 인공지능의 강점을 인정해야 하며, 인공지능의 한계와 문제에도 주목해야 한다. 미래의 전문직은 데이터에 관한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전문 분야와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리하여 인공지능을 활용해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자신의 강점과 차별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이 분석 보고서는 강조하고 있다.

■ 인공지능의 도입과 전문직의 변화 

▶ 기술 발전과 전문직의 변화 

전문직(profession)은 대학 이상의 전문적인 교육이 요구되며, 다른 직업에 비해 권위와 자율성,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직업들과 차별성이 있다. 하지만 사회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전문직과 대중 사이의 지식 간격이 좁아지면서 과거 전문직이 누렸던 위상과 권위는 점차 침식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부담을 덜어 주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인간의 편리성과 안락함을 위한 새로운 도구들을 쏟아 내고 있다. 즉, 기술 발달과 업무의 재구성은 전문직의 탈신비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전문직 스스로 전문직의 미래를 전망할 때 자신의 전문 분야는 너무나도 전문적이어서 절대 변화할 수가 없다는 ‘현상 유지 편향’을 보여 준다. 또한 현재의 기술 수준을 잣대로 하기 때문에 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이른바 ‘기술적 근시’를 보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간의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보는 것도 문제이다. 하지만, 사실 인공지능은 사람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인공지능이 성과를 내는 것은 엄청난 데이터 저장 능력이나 무차별 대입 처리 등 새로운 기술의 차별화된 능력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은 단지 반복적이고 힘든 일을 대신해 주거나 업무를 지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 존 업무 방식을 완전히 바꾸거나 이전에는 사용할 수 없던 실용적 전문성을 사용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즉, 인간과 기계의 협업에 대해 단순히 기계는 단순하고 규칙적인 일을 하고, 인간은 지성이 필요한 일에 집중한다고 보는 시각은 바뀌어야 한다.

▶ 인공지능의 도입과 활용에 대한 전문직의 인식 

실제로 우리나라의 전문직 종사자는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기술 관련 편향은 실재하는 것일까? 

우선 ‘현재 업무 현장에서 인공지능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의사, 자산운용가, 기자 모두 인공지능이 자신들의 업무 현장에서 그다지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기자의 경우 그들의 업무에서 인공지능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노동집약적인 일에만 활용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향후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새로운 업무가 생겨나고, 인공지능 활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자산운용가와 기자는 향후 더 많은 데이터가 공개되어 인공지능이 적극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또한 의사, 자산운용가, 기자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향후 인공지능의 도입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에 동의하였다(<표 2> 참조).

의사, 자산운용가, 기자는 현재 자신들의 일 중에서 어느 정도를 인공지능이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또 5년 후에는 어느 정도까지 자신들의 일을 대신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응답은 다음과 같다.
 
현재 시점에서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비율은 세 집단 모두 10% 이하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집단별로 평균을 살펴보면, 의사 집단은 현재 시점에서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의사 업무의 비율이 평균 6.28%라고 응답한 반면, 자산운용가 집단과 기자 집단은 각각 18.18%와 14.02%라고 응답하여 의사 집단에 비해 현재 시점에서 인공지능이 자신들의 업무를 더 많이 수행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집단의 경우에는 5년 후에도 인공지능이 의사가 하는 일의 10% 이하를 수행할 것이라 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의사 집단의 52.2%는 5년 후 인공지능은 의사 업무의 20% 이하를 수행할 것이라고 보았다. 자산운용가 집단의 49.9%는 5년 후 자산운용가 업무의 41% 이상을 인공지능이 수행할 것이라고 보았으며, 기자 집단의 54.2%는 5년 후 인공지능이 기자 업무의 30% 이하를 수행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5년 후 전망의 집단별 평균을 살펴보면, 5년 후 인공 지능이 의사 업무의 26.74%, 자산운용가 업무의 43.18%, 기자 업무의 34.58%를 수행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표 3> 참조). 

전문직과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인공지능과 전문직이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맡아서 협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인공지능은 전문직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현재 전문직이 수행하는 일 중에서 중요한 부분이 여전히 사람의 일로 남을 것이라고 보는가에 대해서는 의사(4.74점), 기자(4.36 점), 자산운용가(4.00점) 순으로 긍정적인 대답이 많았다(<표 4> 참조). 

■ 인공지능 시대 전문직에게 요구되는 능력 

▶ 지식, 기술, 태도의 변화 

인공지능 활용에 따라 전문직에게 요구되는 능력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질문하였다. 디지털 자료를 해석하고 전달하는 능력, 컴퓨터 언어를 이해하는 역량 등 ICT 관련 지식과 기술이 중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공통적이었다. 또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학습 역량과 태도의 필요성, 윤리의식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직업별로 살펴보면, 의사의 경우 비의료인과 협업해 인공지능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등 타 분야 전문가와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많이 요구될 것이며, 환자와의 소통과 배려가 강조되어 공감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인공지능 활용이 보편화되더라도 자산운용가에게 세부 금융 지식과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능력이 여전히 필요하며,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기 위한 자산운용가로서의 통찰력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기자의 경우 인공지능의 활용으로 양질의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욱 요구될 것이며, 기자 개개인의 콘텐츠 차별화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또한 기자의 인적 네트워킹 역량, 대면 취재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해당 직업이 가진 전문직으로서의 사회적 위치나 입지가 인공지능으로 인해 약해지거나 위협받지는 않을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였다. 이 질문에 대해 조사에 참여한 의사의 73.9%, 기자의 50%, 자산운용가의 31.8%가 해당 전문직의 사회적 위치나 입지가 약해지거나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였다(<표 5> 참조). 

▶ 일자리, 채용, 교육의 변화 

인공지능 활용에 따라 일자리, 채용, 교육에 어떠한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질문하였고,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융합의학 연구를 주도할 수 있는 인재가 중요하다는 점에 델파이 조사에 참여한 모든 의사가 동의하였다. 인공지능이 도입된다고 해서 의사의 일자리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에는 델파이 조사에 참여한 의사의 52.2%가 동의하였다. 그러나 특정 의료 분야의 경우 인공지능의 대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지원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데에도 65.2%가 동의하였는데, 이는 영상의학, 건강검진의학, 진단검사의학과 등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개발과 도입에 따라 인력 수요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직무조사 결과를 재확인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산운용가의 경우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자산운용가의 일자리나 관련 부서가 일부 축소되고, 동시에 자산운용 분야에 새로운 부서나 일자리가 생기기도 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앞으로는 자산운용가 채용 시 인공지능이나 데이터 활용 능력이 강조될 것이고, 금융 분야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나 인공지능 관련 전공자의 채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자산운용가와 마찬가지로 기자의 경우에도 앞으로는 기자를 뽑을 때 데이터 및 인공지능 활용 능력도 고려하게 될 것이며, 언론 분야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나 인공지능 관련 전공자의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인공지능 활용이 보편화되어도 인문, 사회학적 소양 및 글쓰기, 폭넓은 이해력 등은 기자 채용에 여전히 중요할 것이며, 데이터·인공지능 전문가와 기자 간의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보았다. 

채용 시 인공지능이나 데이터 활용 능력도 중요하게 볼 것이라는 점, 대학 및 대학원 교육에 서 인공지능을 다루는 등의 교육 내용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 현직자의 재교육에 인공지능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은 세 직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표 6> 참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