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이름으로 쓰는 인간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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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의 이름으로 쓰는 인간 이야기 1
  •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 승인 2021.06.22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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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연재: 연호탁의 ‘말로 푸는 역사 기행’ (55)

■ 기획연재: 연호탁의 ‘말로 푸는 역사 기행’ (55)_ 神의 이름으로 쓰는 인간 이야기 1

 

정신병동 입원 환자들 간에 자기 자랑이 한창이다. 한 수감자가 뻐기며 말했다.
I am a king. 
다들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곁에 있던 또 다른 병실 동기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I’m God.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어보였다. 순간 누군가의 간결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Who made you God? I Did.
좌중은 고요해졌다. 

   
神은 인간 자신의 욕구와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 야생에 대한 두려움이 신의 수요를 촉발했다. 의지할 대상, 기댈 언덕으로서 절대자가 필요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주장은 오로지 인간의 기록에서만 발견된다. 처음 신을 창조한 사람은 자신과 주변의 형상을 본 따 신을 만들었다. 신의 외모와 속성은 자신과 가족, 이웃들에게서 보고 느끼고 이해한 바를 투사하여 제작하였다. 경험의 한계, 환경의 차이가 상이한 神國을 창조했다. 인간의 능력이란 게 거기서 거기니만큼 유사한 점도 많다. 다만 신과 인간의 차이는 가상의 존재(비존재)냐 실재하는 존재냐를 뛰어넘어 유한과 무한, 찰라 대 영원, 滅 대 不滅의 대립관계 속에서 찾아야 한다.

신은 인간의 닮은꼴이다. 인간이 부여한 매력과 초능력 덕분에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었다. 신도 저마다 허세가 있고 자존심이 강하다. 때문에 알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질시와 증오는 너무도 흔한 신의 모습이다. 인간성이 투사된 신의 속성과 행태는 인간과 다를 바 없다. 술의 신이 있고, 전쟁의 신이 있다. 남자들이 우두머리가 되고 싶어 하듯, 男神들 중에도 대장이 있다. 허세를 부리고, 위대함을 드러내고 싶어서 멋진 칭호를 갖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신을 추켜세워서 자신의 허영을 만족시키는 게 인간이다. 한 사회에 신이 많다는 건 불편하다.

때문에 여럿 중의 하나이기보다는 유일신으로 인간사회의 분리 갈등을 해소한다. 오직 한 분의 절대권능의 신을 섬기는 사막의 종교가 그러하다. 고대 그리스는 도시마다 믿는 신이 달랐다. 그리스 사회 전체를 놓고 보면 신들의 각축장이었다. 인도 대륙 역시 다양한 인종에 언어, 풍습이 다른 공동체가 각기 다른 자연 환경 하에 놓여있다 보니 각각 필요한 신들이 달랐다. 외부인들은 신들의 낙원이라고 하지만, 사람 수만큼 많은 신들을 떠받들며 사는 현지인들은 이제는 더 이상 신들이 번식활동을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인도인들이 들어가 세운 제2의 신들의 낙원 발리도 현재는 神過密 현상으로 인간의 삶이 고단하기 이를 데 없다.

불가사의한 존재로서의 신이 있는가 하면, 걸핏하면 노여워하고 인간을 학대하고 화를 내는 신도 있다. 고대세계의 인간이 목격한 신이 찬란한 불꽃을 내뿜으며 지상으로부터의 이륙을 시도하는 우주선과 닮은 경우도 있다. 구약성경 에제키엘 書(the Book of Ezekiel)가 보여주는 신의 모습이 그러하다.   

 

신의 전사인 에스겔 앞에 유대인의 신 야훼가 전차를 탄 모습으로 등장한다. 전차는 피조물 넷이 끌고 있는데, 이들 각각은 모두 얼굴이 넷(사람, 사자, 황소, 독수리)이고 날개도 넷이다. 에스겔이 전하는 신의 형상은 자못 신비롭다. 

이들의 머리 위에 있는 궁창 위에 보좌의 형상이 있는데 그 모양이 남보석 같고 그 보좌의 형상 위에 한 형상이 있어서 보니 사람의 모양 같더라. 내가 보니 그 허리 위의 모양은 단 쇠 같아서 그 속과 주위가 불만 같고 허리 아래의 모양도 불 같아서 사방으로 광채가 나며 그 사방 광채의 모양은 비 오는 날 구름에 있는 무지개 같으니 이는 여호와의 영광의 형상이라. 내가 보고 엎드려 말씀하시는 이의 음성을 들으니라. (에스겔서 1: 26-28)    

 

로마 바티간 궁 시스틴 예배당 천장 벽화와 그곳에 묘사된 예언자 에스겔의 모습. 미켈란젤로 작품

문명인이 되기에는 준비가 모자랐던 로마인은 그리스의 것을 상당부분 벤치마킹했다. 신화조차 베꼈다. 자존심 상 신의 속성은 그대로 두고 이름만 바꿔치기 했다. 主神 제우스(Zeus)는 유피테르(영어명: 쥬피터)로, 그의 부인 헤라는 유노(영어명 주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베누스(영어명 비너스), 사랑의 신 에로스는 쿠피도(영어명 큐피드), 전쟁의 신 아레스는 마르스, 술의 신 디오니소스는 바코스(영어명 바커스)가 되었다. 음악과 도기의 신 아폴론은 포에부스(영어명 아폴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넵투누스(영어명 넵튠)로 계승되었다. 
 
시저가 만든 율리우스력은 태양력을 기준으로 2월을 제외한 모든 달을 30일 또는 31일로 정했다. 이것이 오늘 날까지 사용되는 월력이다. 그리고 1월부터 6월까지는 신의 이름을 달의 이름으로 삼았다. 1월은 두 얼굴의 신인 야누스에서, 3월은 軍神 마르스에서 따왔다. 7월은 시저의 이름 율리우스에서 따왔다. 처음에는 5번 째 달이라는 의미로 Quintilis라고 했다. 8월은 여섯 번 째 달이라는 의미로 Sextilis라고 했다가 후에 초대황제인 아우구스투스의 이름을 따 Augustus로 바뀌었다. 두 사나이 다 신이 되고 싶었던가 보다. 9월부터 12월까지는 3월을 한해의 시작으로 보는 로마인들의 관습에 따라 September(7), October(8), November(9), December(10)로 정했다.

 

두 얼굴의 신 야누스: 문과 대문, 처음과 끝이자 시작과 변화를 상징하는 신이다.

또한 태양계 행성의 이름도 신의 이름을 빌렸다. 수성은 상업의 신 Mercury에서, 금성은 Venus에서, 화성은 Mars에서, 목성은 Jupiter, 토성은 농업의 신 Saturn, 천왕성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Gaea)의 남편인 Uranus 신, 해왕성은 바다의 신 Neptune에서 따왔다.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한국외대에서 영어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명지대에서 중앙아시아사 전공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관동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그동안 『중앙일보』에 ‘차의 고향’,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에 칼럼 ‘문명의 뒤안, 오지 사람들’, 『교수신문』에 ‘욕망의 음식: 음식문화사’를 연재했다. 저서로는 『문명의 뒤안 오지의 사람들』, 『차의 고향을 찾아서』, 『궁즉통 영어회화』,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 몽골 초원에서 흑해까지』, 『문화를 여행하다: Travel, Culture&Peopl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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