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본질적으로 공유재”…국가 차원에서 ‘오픈액세스’ 의무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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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본질적으로 공유재”…국가 차원에서 ‘오픈액세스’ 의무화해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6.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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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오픈액세스 정책 포럼 2021』 개최…학술정보 무상 공유 방향 제시
- 국회, 정부, 기관, 학계 참여 국가 오픈액세스 정책 첫 공개 논의
- 지식은 공공재, 오픈액세스 전담 기관 등 법제화 해야
국가 오픈액세스 정책 포럼 2021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전 세계적으로 오픈액세스 움직임이 본격화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정부 지원 논문의 자유로운 이용과 매년 급격히 인상되는 해외저널 구독료 문제, 국내학술지의 오픈액세스 지원 등을 국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면서 국회, 정부, 기관, 학계가 모두 참여하여 이에 대해 논의하는 『국가 오픈액세스 정책 포럼 2021』이 개최됐다.

연구재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3개 기관이 공동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과 강득구 의원, 국민의 힘 김영식 의원이 공동 주관한 이번 정책 포럼에서는 학술지식의 공공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관, 대학과 도서관, 학회와 연구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가 당면한 오픈액세스 현안과 도전 과제 △해외 저널 구독료 문제와 해외출판사와의 오픈액세스 전환 계약 방안 △국내학술지의 원문공개 대가에 대한 정부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다.

포럼 발제는 서정욱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김환민 KISTI KESLI 사무국장, 그리고 박숙자 대중서사학회 회장이 맡았으며, 이어진 패널 토론은 이강재 연구재단 인문사회본부장의 사회로 설세훈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 이석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성과평가정책국장,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회장, 허선 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회장, 김명환 서울대 중앙도서관장, 윤종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정부와 대학, 도서관, 학술단체 등 각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서정욱 인천세종병원 임상연구소장(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은 <오픈액세스를 위한 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모든 지식은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는 공공재로, 지상파TV처럼 지식 정보에 대한 접근은 공평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제를 던졌다. 해마다 크게 증가해 온 학술지 구독비와 해외저널의 독점 구조를 극복해온 해외 오픈액세스 정책 사례를 비추어 국내에서도 오픈액세스 이행 의향 선언 및 법제화, 국가 주도의 운영 조직 등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서 명예교수는 전 세계 논문출판 세계 6위 지식 생산국인 한국이 이제는 오픈액세스를 위한 국제적인 움직임에 적극 참여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면서, 오픈액세스로의 이행 의향을 선언하고 과기부, 교육부 등 각 부처의 공조와 도서관과 연구기관의 컨소시엄, 그리고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국가조직이 필요하며, 법제화를 통해 정부 지원 연구의 성과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조처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 두 번째 주제 발표는 김환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KESLI) 사무국장이 <구독 학술지 문제와 오픈액세스 전환>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 사무국장은 “기존 구독료를 논문출판비용으로 지불하는 방식이라면 5년 이내에 연간 국내 생산 논문의 84%를 오픈액세스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국가 차원의 강력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며, “구독료 중심으로 되어 있는 교육부 재정을 국가 연구개발 재정의 오픈액세스 출판 비용으로 점진적으로 대체해야 할 것”이라 짚었다.

김 사무국장은 SCI 논문 생산 상위의 20개 국가가 오픈액세스로 전환하면 전 세계 SCI 논문의 80%를 오픈액세스로 이용 가능함을 설명하며, 성공적인 오픈액세스 전환을 위해선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 관련 기관 간 거버넌스와 협상체계 구축, 그리고 참여기관의 강력한 연대와 연구자 대상 홍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온 학술지에 대한 지불 능력 한계에 다다른 도서관, 연구자 집단의 발발과 해외 도서관에서의 보이콧 사례, 국가별 오픈액세스 정책 현황 등을 소개했다. 이어 논문 생산량으로 세계8위인 한국이 오픈액세스로 전환할 수 있는 3단계 로드맵으로 ⑴글로벌 수준 전환 시작, ⑵주요국 수준 전환 달성, ⑶글로벌 프로젝트 기여를 제시하고, 오픈액세스 전환의 성공 요소로 전환 업무를 도맡는 국가적 전담 기관의 필요성 등을 역설했다.

▶ 세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박숙자 대중서사학회 회장(서강대 전인교육원 교수)은 <국내학술지 오픈액세스 지원 방안>이란 주제를 통해 지식공유 운동에 관한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고민 및 비판을 소개하고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토대로 하는 학술정보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 교수는 국내 인문·사회·예술체육·복합 분야의 학술지 1829개 가운데 10% 정도만이 연구재단의 학술지 지원사업의 수혜를 받고 있으며, 지원율도 50%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공성 강화를 위한 오픈액세스 전환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더라도, 정작 상용 데이터베이스업체로부터 받는 저작권료 수입과 그들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인문사회과학 분야 학회 관계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학술지 출판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출판비 부족”(편집실무진 및 조교 인건비 등 포함)과 “편집 및 출판 인력”이 가장 많이 꼽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출판의 공백을 메꿀 수 있는 공공 인프라 모델, 연구자 중심의 지식공유 플랫폼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특히 인문사회분야 학술지를 중심으로 시간강사나 독립연구자의 학술논문 접근성이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고, 현재 상업적 목적의 학술논문의 유통 구조에 부조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학술논문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국가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 방안 등 국가차원의 오픈액세스 논의를 시작해야 함을 역설했다.

▶ 패널 토론은 이강재 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의 사회로 구영실 교육부 학술진흥과장(설세훈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 대참), 이석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성과평가정책국장,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회장, 허선 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회장, 김명환 서울대 중앙도서관장, 윤종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각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오픈액세스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오픈액세스 전환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에 동의했다.

김명환 서울대 중앙도서관장(서울대 영문과 교수)은 출판 지원방식의 국내 학술지 오픈액세스 전환이 첫 단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관련 법안들의 추가 검토와 사회적 공론 형성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회장(한양대 중국학과 교수)은 학회와 학술지에 대한 직접 지원과 모국어로 작성된 연구성과의 확대를 통해 학문의 자주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종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관련 법제의 정비가 필요함을 논하면서 과학기술기본법에 오픈액세스 정책추진 방향 등을 규정하고,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서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학술적 성과에 대한 세부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선 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회장(한림대 의대 교수)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오픈액세스가 필요하다고 제시하면서, 정부의 출판비 지원이 절실함과 전체 정부의 R&D 가운데 0.1%를 오픈액세스 학술지에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석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성과평가정책국장은 국내출판사의 이해관계는 복잡하지 않으므로 오픈액세스의 일정 비율을 늘리며 지원하는 방안이 있고, 해외출판사의 경우에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다룰 전문 코디네이터의 필요와 정부 지원의 인센티브, 플랫폼 구축, 법제화의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

구영실 교육부 학술진흥과장은 교육부가 대학과 국가 간의 비율을 설정해 전자저널 접근 장벽을 줄여나가는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인문사회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 학술지에 대한 접근이 달라야 할 필요성과 향후 예산 확보의 필요에 국회 협조를 요청했다. 

▶ 이번 포럼은 이제 한국도 국가 차원의 오픈액세스 정책 추진이 절실하다는 점에 모두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으며, 그간 제자리걸음이던 오픈액세스 정책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국회와 정부의 관심이 모인 지금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3개 기관이 힘을 모아 후속 작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오픈액세스 이행 선언의 첫 걸음으로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15일 OA2020 주관기관인 독일 막스플랑크 도서관에 오픈액세스 관심표명의향서(Expression of Interest, EOI)를 제출하여 글로벌 오픈액세스 추진에 동참의사를 표명했다. 현재 전 세계 168개 기관에서 관심표명의향서(EOI)를 제출했고, 우리나라는 한국연구재단,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립중앙도서관, 서울대도서관, CODE 총 5개 기관이 EOI를 제출했다.

■ 오픈액세스 등장 배경

ㅇ 연간 전자저널 구독료의 과도한 인상으로 도서관과 연구자의 비용 부담이 심해지자,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오픈액세스 운동에 동참
★ 오픈액세스 정의(2002년 부다페스트 첫 공식 선언): “오픈액세스(Open Access, OA)란 인터넷상에서 이용자 누구나 비용 지급 없이 학술지 논문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허가 절차 없이 최대한 재사용이 가능한 상태”

■ 오픈액세스 실현 방법

ㅇ Gold OA: 저자가 논문 출판비용을 선(先) 부담하고, 독자는 논문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학술지와 논문을 오픈액세스모델로 출판 
→ 정부가 논문출판비용(APC, Article Processing Charge)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 작용

ㅇ Green OA: 저자가 출판사의 정책에 따라 본인 논문의 프리프린트 또는 최종출판본을 공개접근이 가능한 DB에 직접 등록
→ 많은 국가와 기관에서 공적기금이 투입된 논문을 공개하는데 적용 중

■ 국외 오픈액세스 대표 사례

ㅇ 미국: 국립보건원(NIH) 지원 논문, PMC(PubMed Central) 의무공개(2009~)
ㅇ 영국: 영국연구위원회(RCUK) 지원 논문, OA 의무(2013~)
ㅇ 프랑스: 프랑스연구법(2016)으로 공적기금 지원 논문에 공개권한 부여
ㅇ EU: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지원 논문 및 연구데이터, OA 의무(Horizon 2020)
ㅇ 국제연합: 국제연구기금컨소시엄(cOAlition S) Plan S 이행 10 원칙(2018)
→ 유럽국가기관(17개), 민간기관(5개), EU기관(2개) * 21년부터 공공기금지원 논문 OA 의무

■ 오픈액세스 난제

ㅇ 기존 저널에 오픈액세스 논문 옵션을 두는 하이브리드 저널 대거 등장
* 오픈액세스 논문 옵션은 저자가 논문출판비용(APC)을 출판사에 선(先) 지불함
→ 저자가 APC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독자가 구독료를 이중으로 지급하는 더블디핑(Double Dipping) 문제 발생
→ 오픈액세스논문 비중이 아무리 증가해도 저널구독료 상승 여전
→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오픈액세스 전환” 필요

ㅇ 질 낮은 논문을 쉽게 실어주는 오픈액세스 저널 대거 양산
→ 오픈액세스 저널의 무분별한 창간, 논문 수 팽창, 부실학술지 발생 가능

■ 국내 오픈액세스 당면 현안

ㅇ 정부지원으로 수행한 연구 성과를 전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고,
ㅇ 국내학술지의 발행경비 지원을 통해 오픈액세스 출판을 독려하며,
ㅇ 이중으로 지급되고 있는 고가의 해외저널 구독료와 해외논문 게재료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협상하고 지원해야 함

■ 국내 오픈액세스 정책 추진(안)

ㅇ OA 선언: 오픈액세스 이행 의향 선언
ㅇ OA 규정: 정부지원 연구 성과의 오픈액세스 이행 의무화 규정
ㅇ OA 재정지원: 국내학술지의 원문공개 대가에 대한 정부 지원
ㅇ OA 전환계약: 국가 차원 해외출판사와의 OA 전환계약 검토

■ 진행 경과 및 향후 일정

ㅇ 2020. 8월 28일  오픈액세스 1차 협의회 개최 
ㅇ 2021. 4월 27일  오픈액세스 2차 협의회 개최
ㅇ 2021. 6월 17일  국가 오픈액세스 정책 포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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